박근혜 "문 대통령·정부당국에 심심한 사의"
이재명 "지금이라도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해야"
윤석열 "늦었지만 환영…건강 회복하셨으면"
진보정당 "국민통합 꺼내지 않기 바라" 비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이 발표된 24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이 발표된 24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새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24일 결정했다. 2017년 3월31일 구속된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식을 보고받고 문 대통령이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부 반발도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 입장을 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도 촉구했다.

법무부는 이날 2022년 신년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 등 주요인사와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을 31일자로 특별사면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민 대화합의 관점에서 장기간 수형 생활 중인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 2명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3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받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 왔다. 이와 별도로 2018년 11월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먼저 확정받았다.

"많은 심려 끼쳐드려 죄송…변함없는 지지와 성원 감사"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병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박 전 대통령과 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며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제가 구술로 받아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존중 입장 밝혔지만 '반발'도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민주당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단장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이라며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선후보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후보는 또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반발도 일었다. 안민석 의원은 "임기 중 사면을 해결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심정도 짐작이 간다"면서도 "국정농단을 밝힌 사람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찬성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민적 동의와 반성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환영"…"갈라치기" 비판 이어 "이명박도 사면" 요구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날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했는데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복당 여론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건강 회복하는 게 우선이고, 앞서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있었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당시 우리 당인 새누리당이 입법부로서 충분한 견제를 못 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엄격한 법리가 정치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새겨졌다"며 "윤석열 후보를 통해서 만들고자 하는 차기 정부에서는 절대 국정농단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했다. 또 "이례적으로 긴 형기를 복역하고, 사면복권됐다며 건강이 걱정돼 주변인사와 소통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배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성동 의원은 "한 분만 (사면)한 것에 대해선 정부와 민주당의 정치적 술수가 숨어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경선 당시, 대통령이 돼 특별사면권을 갖는 즉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밝혔었던 홍준표 의원도 SNS를 통해 "이번에 두 전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반간계로 야당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며 "다만 거기에 놀아나는 우리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 '청년의 꿈'을 통해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했다. 만시지탄은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진보당 "촛불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개탄스러운 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유감을 표했다.

심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것은 바로 우리 촛불시민들"이라면서 "적어도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권 최소화가 원칙이라고 누누이 밝혀 왔다.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면에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국민통합이라는 말은 함부로 꺼내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노태우 사면이 결코 국민통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대한민국 현대사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그 후유증은 지금 대선 후보들의 전두환 재평가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시점도 큰 문제"라며 "지금 대선 국면에서 거대 양당 후보가 모두 사법적 심판대 위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시민이 확립한 대통령의 윤리적·사법적 기준을 흔드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 역시 "적폐청산을 염원했던 촛불혁명에 대한 배신 행위"로 규정,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는 "권력과 금력 앞에 법이 무너지는 시대를 언제까지 봐야하는지 개탄스럽다"며 "문 대통령은 사면의 이유로 '국민통합'을 내세웠지만, 반성 없는 사면은 '제2의 전두환'을 부를 뿐이며, 적폐청산 없는 사면은 오랜 시간 갈등과 분열의 상처만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범죄자의 사면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며 수형 기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가석방된 이석기 전 의원을 언급, "가해자인 박근혜씨가 먼저 사면복권된 것도 용납할 수 없는 분노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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