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작은 하자인데 너무 억울하다' 이런 태도 잘못"
진중권 "진실 말하는 이들에 고통, 사법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려"
금태섭 "무너진 시스템 복원해야 진정성, 그동안 온갖 기괴한 논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조국 사태'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태섭 전 의원은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김남국·김용민 의원에 관해 물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더 명확한 사죄와 반성"을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2일 서울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사태'가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선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공식적으로 '조국 사태에 사과'를 했다.

이어 "작은 하자인데 너무 억울하다, 지나치다, 왜 우리만 비난하냐는 태도가 국민이 민주당을 질책하는 주요 원인이 된 것 같다"며 "흔히 내로남불이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못이 있는 것에 대해선 당연히 지위가 높고 책임이 클수록 비판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국민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을 끼쳐 드리게 해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조국'은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들에게는 '조국=검찰개혁=문재인 개혁의 상징=친문'으로 등치화시키면서 '국민의힘=박근혜 적폐정당'으로 대립구도를 형성해왔다. 문재인 적폐청산의 1호가 바로 '검찰개혁'이고, 그 개혁의 상징이 바로 '조국'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친문 강경세력들이 '조국'을 성역처럼 보호해왔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사과하고 나선 것은 친문 정권에 정면 반기를 든 것이다.  

◇ 진중권 "진실 말하는 이들에게 고통···사법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린 점 반성해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사과에 "평가한다"면서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작은 하자, 티끌'이라는 말로 조국사태의 의미를 축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작은 흠'이 아니다"라면서 "법원에서는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라고 반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관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은 허위와 공작으로 사실을 호도하려 했다. 범죄를 옹호한 것도 문제지만, 그 짓을 하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최지은 '이재명 선대위' 대변인이 "이미 조국의 강을 건넜다. 건널 강이 없다"고 주장하자, 진 전 교수가 "민주당에서는 계속 거짓말, 허위사실을 통해서 국민을 기만해왔다.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던 점과 같다.

진 전 교수는 "사법 시스템 자체를 갖다가 망가뜨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지는 발언들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우리가 국민들을 기만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조국)를 옹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법시스템을 자의적으로 망가뜨렸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 없겠습니다, 이렇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태섭 "온갖 기괴한 논리로 조국 옹호···김남국, 김용민은?"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 내에 소신 발언을 하다 탈당까지 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것을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얘기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금태섭 전 의원은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 '조국 사태'로 무너져내린 시스템과 관행을 복원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면 진심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반면에 말만 이렇게 할 뿐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선거를 앞두고 하는 의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 유보를 내렸다.

그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조국, 정경심이 기소된 후에 별안간 도입된 공소장 비공개, 언론통제 조치 등을 취소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콕 집었다.

이어 "실세 법무부 장관의 비리 의혹을 추적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레기' 소리를 들은 언론인들과 정당한 수사 이후에 좌천되거나 이례적인 감찰을 당한 검사들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온갖 기괴한 논리로 조국 전 장관의 비리를 옹호하고서도 한 번도 반성하지 않은 여권 주변 인사들로 하여금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책임지게 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조치가 없다면 이런 발언은, 조국 사태 때 강경 발언으로 지지자 결집 효과를 다 거둔 다음에 이제 중도 표심이 필요한 선거를 앞두고 교언영색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조국 수호'에 앞장섰다가 지금 이재명 캠프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남국, 김용민 의원의 견해를 듣고 싶다"며 "그분들도 반성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그분들을 설득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진심이라고 믿을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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