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3년마다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작년 카드사 실적호조로 인하 유력
고승범 위원장 "수수료 세부적인 부분은 협의, 연말까지 결론내겠다"
업계 반발, 본업인 수수료수익급감으로 수익성 악화...노조 결제 전산 셧다운 불사

고승범 금융위원장 여신전문금융업계 CEO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 고승범 금융위원장 여신전문금융업계 CEO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이달 말 금융 당국의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카드사와 금융당국간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은 3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주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의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전업카드사들은 본업에 해당하는 신용결제 부문에서 지난 2년간 약 1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금보다 수수료가 0.1% 떨어질 경우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 손실액이 5200억원, 0.15% 인하 시 9200억원, 0.2% 인하 시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카드사의 최근 3년간 자금 조달 비용, 리스크 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 운영 전반에 대한 비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출한 값이다. 적격비용이 낮게 산정될수록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은 커진다.

정부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영세 가맹점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지난 12년간 13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손질했다. 이 과정에서 2007년 4.5%였던 일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현재 매출이 3억원 이하일 경우 0.8%로 떨어졌다. 

2009년부터 연 매출이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액공제 제도에 따라 여기서 추가로 카드 이용 금액 1.3%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세금 공제를 감안하면 3억~5억원 구간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 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1~0.4%로 낮아진다. 

카드사들은 이 점을 들어 이미 전체 가맹점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실질적으로 0%인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추구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보다 수수료를 낮춰도 영세업체에 돌아가는 실익은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 수의 96.1%인 283만3000개다. 2019년부터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 가맹점의 범위를 기존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한 결과다. 이 가운데 실질 수수료율이 0%인 연 매출 5억원 미만 가맹점 비율은 지난해 기준 89.6%(잠정)에 달한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내년부터 적용될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산정과 관련, “세부적인 부분은 협의하고 있고, 연말까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7일 신한카드 등 카드사 대표들을 포함 여신전문금융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앞으로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결정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하는 카드사 노조 시위 현장 (사진=연합뉴스)
▲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하는 카드사 노조 시위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더 이상의 수수료율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카드사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노조는 올해 수수료율 인하가 결정될 경우, 신용카드 결제를 전면 중단하는 '결제 셧다운' 수준의 강력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카드사 노조는 대고객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대고객 서비스 중단은 수준에 따라 지불결제 프로세스상 단계가 일정 부분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는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10만명에 육박하던 카드 모집인은 8500명으로 줄고 카드 영업점 40%는 사라졌다. 올해 카드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할 경우 올해보다 영업이익이 3분의 1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는 모집인을 포함한 임직원의 구조조정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종우 카드사 노조협의회 의장은 "금융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결과 발표 당일에 긴급 대표자 회의를 열고 총파업 수준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전산 셧다운, 대고객서비스 중단 등 조치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현재 3년 주기의 적격비용 재산정제도에 따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단계만 마무리하면 당정 협의 등 최종 절차를 조율하는 과정만 남게 된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내 발표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적격비용 산출 및 원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적격비용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검증하는 단계와 적절한 수수료율 인하 폭에 대해 판단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최대한 연말까지는 수수료율 재산정 결과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코로나19 사태 중에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수수료율 인하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보다 23.1%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도 2조2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조달 금리가 계속 줄어들면서 조달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에 적격비용이 낮게 산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다"며 "신용판매 수익에 따른 영향이 아닐지라도 호실적 자체가 수수료율 인하 여부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당국과 카드사의 갈등을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은 현행 카드수수료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1~27일 전국 소상공인 637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현황 및 제도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8명 이상은 현행 카드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들은 가맹점 계약을 맺고 있는 카드사별 수수료율 인지 여부를 묻는 물음에 78.3%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의 카드수수료에 대해서는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이 45%, '다소 부담된다'는 응답이 40.4%였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은 '합리적 수수료 체계 확립을 위한 소상공인 업종별 대표 사업자단체에 카드수수료 협상권 부여'(58.8%)해 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신용카드 추진'도 30.5%로 나타났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 단체에 단체 협상권을 부여해 실제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소상공인들의 상황과 처지가 카드수수료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유류세 등 세금 제외 판매가로 카드수수료를 산정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카드수수료 적격심사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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