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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 특별기고] 2022년 대선 관전법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11월 5일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당 후보로 공식 선출한 것, 이로써 한 달 여전 당 경선을 통과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맞상대가 정해졌다. 물론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다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합치면, 5파전 구도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 빅2의 전면전이다. 국회를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석수와 두 후보 지지율 추이가 이를 웅변한다. 언제나 그렇듯, 양자구도 예측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다. 그만큼 싸움이 격렬하다. 조그만 변수에도 판세가 쉽게 요동친다.

일단 양당 경선과정에서 시작해보자. 하나의 실마리가 잡힌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후보.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다. 먼저 ‘여의도 반비례 법칙’이다.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다. 반면 당내 경쟁 후보들은 하나 같이 의원 경력을 갖췄다. 둘 중 한 명이 당선된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의원 배지를 단 적 없는 첫 대통령이 된다. 일각에선 ‘반(反)정치주의’로 규정한다.

하지만 어폐가 있다. 이재명은 다섯 번 선거와 세 번 당선으로 단체장만 10년 이상 지낸 ‘정치프로’. 윤석열 또한 지난 한 해 내내 이른바 ‘추윤갈등’으로 정권과 격렬히 부딪히며 정치근육을 키워 왔다. 단순히 반정치로만 볼게 아니다. 불신이 극에 달한 국회로 대변되는 ‘여의도식 정치문법’ 타파 염원이 아닐까. 사실 대통령제 국가, 미국에선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 “난 (의회가 있는) 워싱턴을 혐오합니다.” 1980년 이후 의원 경험 없이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 클린턴, 부시, 트럼프 모두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현실이 반드시 미국과 일치하는 것만 아니다. 당선 후 여야를 직접 만나 달래고 필요하면 의회까지 달려가는 미국 대통령 문화가 우리에겐 없다. 지나친 ‘국회와의 거리두기’는 한국정치 고질병.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등장한 이유다. “그의 강점은 추진력인데 민주주의가 기반이 되어있지 않으면 행정독재다.”

최근 이재명을 직격한 심상정의 말이다. 절대 과반 의석만 믿고 야당과의 협치 없이 밀어붙이면 ‘독재’라는 것이다. 어쩌면 윤석열이 더 새겨들어야 한다. 집권할 경우 확실한 ‘여소야대’. 국회 협조 없인 단 한발 짝도 뗄 수 없다. 정국혼선 정도가 아니라 국정 마비가 올 수 있다. ‘여의도 반비례’를 넘어 국회와의 상생을 통한 국가발전 비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치열한 전쟁판에서 상대 포용이라니. 그래서 ‘참용기’가 절실하다. 누가 먼저 할까.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각 지지층이 둘을 자기편 ‘필살기(必殺技)’로 여긴다는 점도 닮았다. 사실 두 사람은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 지난해 중반부터 줄곧 여야 1위를 달렸다. 대망론에 이어 ‘필승카드’라는 말까지 진작 나왔다. 둘에겐 그 이상의 기대가 몰렸다. 반드시 상대를 거꾸러뜨릴 수 있는 ‘절대반지’. ‘사이다 이재명’의 돌파력, ‘강골검사 윤석열’의 뚝심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구설수에다 경선 국면에 터진 대장동 의혹에도 이재명이 버텨낸 힘이다.

윤석열 역시 마찬가지. 처가 의혹, 주술논란, 1일1망언에 급기야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사과 사진 파문을 그래서 넘겼다.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그 어떤 하자도 눈 질끈 감겠다.’ 지지층 마음에 똬리 튼 ‘정치적 실용주의’라고 할 만 하다. 이런 풍조가 그동안 주류는 아니었다. 그 조짐은 오래전 싹텄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선거가 원인이다. 패자가 완전 쪽박을 차는 상황. 정치의 상대는 전장의 적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이 시나브로 정치인을 넘어 지지층까지 번졌다. 탄핵사태에 이은 장기간 적폐청산 수사에 보수는 한을 품었다. 조국사태를 통해 민주적 통제도 아랑곳 않는 무소불위 검찰권력을 본 진보는 격분했다. 소셜미디어 시대, 이른바 ‘확증편향’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부채질했다. 절대 져선 안 되는 살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더 선명하고 강한 사람이 선호될 수밖에 없었다.

각각 파란만장한 정치 이력을 써온 두 사람. 이만한 적임이 따로 없었던 셈이다. “부패 기득권과의 최후대첩”(이재명), “분열 분노 부패 약탈정치 끝장”(윤석열). 후보로서 첫 일성에 지지층의 강렬한 염원이 담겨 있다. 하지만 선거는 지지층만으론 결코 이길 수 없는 법. 양자구도 경우 더 어렵다. 지난 11월 1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문화일보 의뢰, 10월 29~30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결과, 절반이 넘는 응답자(50.9%)가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 이중 중도층(60.3%)과 20대(73.9%)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른 조사도 비슷한 추이. 말 그대로, 침묵하는 다수가 관망 중이다. 지지층 바람대로라면, 보수가 집권할 경우 ‘복수혈전’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 수단은 또다시 검찰. 직전 총장을 지낸 윤석열로선 ‘검찰공화국 대통령’ 딱지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이재명이 당선되면 예고한 대로 강도 높은 개혁풍이 몰아칠 것이다. 검찰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준하는 조치가, 언론엔 가짜뉴스 근절을 방안이, 부동산 업계엔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정책이 쏟아질 것이다. 보수로선 “검찰장악, 언론재갈, 사회주의”라며 강력 저항할 게 빤하다. 누가 돼도 나라가 더 크게 동강날 거라고 우려하는 상황. 절반의 국민이 선뜻 결정을 못하는 이유다. 답은 빤하다. 통합의 가치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열성 지지자는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민심의 지지를 얻은 개혁만이 지속가능한 법. 적극 설득해야 한다. 과연 극적 반전을 만들어낼 것인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여기서 짚어볼 게 있다. 두 사람은 각 지지층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강한 후보인가. “이번 대선은 김만배 입에 달렸다.” 얼마 전 정가 안팎에 나돈 얘기다. 대장동 사업에서 부당하게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구속된 김만배는 공교롭게도 둘과 모두 인연을 맺고 있다. 이재명은 당시 성남시장으로 사업 최종 허가권자. 윤석열 아버지 집을 산 사람은 김만배 누나. 곤궁에 처한 김만배가 억하심정으로 한 사람만 겨냥, 입만 잘못 뻥긋해도 “훅” 하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냥 우스개로 흘려버릴 수 없다.

그만큼 둘을 둘러싼 의혹 중 하나만 입증돼도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검찰, 경찰, 공수처가 둘을 겨냥한 여러 건 수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대선의 정치적 파장 탓에 제대로 파헤쳐 낼 진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서로를 겨냥한 폭로 고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사실. 벌써 최악의 네거티브전 양상이다. 언론은 “놈놈놈 선거” “차악(次惡)뽑기”라는 시민들의 자조를 전하고 있다. 둘의 비호감도가 60%를 넘나든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결정을 유보한 유권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캠페인을 확 바꿔야하지 않을까. 과거를 차버리고 미래에 올인하는 방식으로. ‘결정적 한방’의 강렬한 추억을 떨쳐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럴 수 있을까. 지켜볼 대목이다.

이젠 둘을 떼놓고 생각해보자. 먼저 이재명. 역시 최대 관건은 대장동 의혹 해소다.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 그의 자랑과는 달리 상황은 결코 만만찮다. ‘민간사업자의 막대한 이익을 알고도 봐줬다면 부패, 몰랐다면 무능.’ 야당의 프레임이 의외로 견고하다. 여기다 측근과 핵심 연루자간 통화 문제가 일파만파다. 차라리 특검 수용 카드는 어떨까. “국민의 힘 게이트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특검을 회피하는 듯 한 모습. 이게 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여론도 특검 찬성이 70% 내외다. 이런 민심을 뭉개고 이기기 정말 어렵다. 특검을 통한 정면 돌파. 그래야 진정한 ‘원팀’도 가능하다. 골든타임이 점점 흘러가고 있다. 

과연 이재명은 결심할 수 있을까.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윤석열 또한 결단의 순간에 서있다. 민심에서 10%나 뒤지고 6070 당원 덕에 턱걸이한 상황. 2030 세대 반발이 거세다. 이준석 대표가 건넸다는 ‘비단 주머니’로 해결이 될까. 사벌등안(捨筏登岸), 강을 건널 때 사용한 뗏목은 언덕을 오를 땐 버려라.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선대위 구성 때 정말 필요한 자세다. 당 중진 등 ‘올드보이’는 뒤로 물려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 안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전혀 새로운 발상과 인물로 진영을 갖춰야 한다. 홍준표에게 지휘봉을, 유승민에게 정책 전권을, 원희룡에게 전략을 맡기면 어떨까. 일종의 드림팀. ‘김종인 매직’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안철수와의 단일화도 발상의 전환으로 풀 수 있다.

1997년 대선 때 지지율 5% 안팎의 김종필에게 권력 절반을 선뜻 내준 김대중의 DJP연합 말이다. 윤석열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모든 싸움 구경은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게 우리의 삶, 미래를 결정한다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선거란 모름지기 모두가 함께 풀어야하는 숙제다. 그냥 지켜볼 게 아니다. 필요하면 목소리도 내보자. 무엇보다 한 표 찍을 땐 냉정하자. 관전평가 대로 하면 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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