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이 대표로 있던 판교AMC 2014년 ‘계획서’ 1년 뒤 설계반영
확정이익 방식 업자들 구상 확인 수용인원 등 성남시 고시와 같아

판교AMC 사업계획서 (사진=경향신문)
▲ 판교AMC 사업계획서 (사진=경향신문)

 

대장동 개발 세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민간사업자 선정 전 작성한 사업 계획서가 실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에 반영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9일 경향신문은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대표로 있던 자산관리회사 판교AMC가 2014년 4월29일 작성한 '서판교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사업계획서' 문건을 입수하고 이같이 밝혔다. 

경향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세력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민간사업자 선정이 있기 약 1년 전인 2014년 4월 “공공기관은 우선주만, 사업이익 전체 민간사업자 배당 가능”이라는 문구가 담긴 사업 설계도를 작성했고 이것이 실제 사업 설계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2014년 1월 성남시는 분당구의 대장동 땅과 수정구의 제1공단 부지를 하나로 묶어 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며 대장동 결합개발 방침을 공식화했다. 기존에  대장동 세력은 대장동 땅만 따로 분리해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 성남시가 새 방침을 공식화하자 그에 맞게 새 사업계획서를 수립한 것이다. 

당시 문건에는 ‘예상 수용인구 규모 1만 5771명’ 등 향후 주택개발규모도 담겼는데 성남시는 한 달 뒤 개발구역 지정을 고시하며 이 숫자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세력이 짠 사업 설계도에 맞춰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건은 개괄적인 사업 계획을 담고 있다. 총 36쪽짜리 이 문건 모든 페이지의 우측 상단에는 ‘극비’라는 뜻의 영문이 표기돼 있다. 대장동 세력의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만 공유된 문건으로 추정된다고 경향 측은 보도했다. 

경향에 따르면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자가 지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판교AMC는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던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판교PFV)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공동 개발을 가정하고 문건을 작성했다는 분석이다. 

판교AMC는 문건에서 “2014년 4월 현재 판교PFV·성남도시개발공사 간 도시개발 사업방식 및 사업 시행자 지정 관련 협의 진행 중”이라며 공사 측에 “사업시행자를 판교PFV로 지정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공모 절차가 공식적으로 진행되기 10개월 전에 양측이 이미 사업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판교AMC 사업계획서 중 이익 확보 방안 (사진=경향신문)
▲ 판교AMC 사업계획서 중 이익 확보 방안 (사진=경향신문)

 

문건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우선주만을 보유하는 바, 사업이익 전체 민간사업자 배당 가능”이라는 판교AMC의 주장대로 실제 사업에서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빠졌다.

판교PFV와 공사의 수익 분배 방안을 언급한 대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은 우선주만을 보유하는 바, 사업이익 전체 민간사업자 배당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장동 개발세력이 2014년부터 성남시 몫을 사전에 확정하는 방식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실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약 1년 뒤 사업협약 체결 등을 진행하며 ‘민간개발자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실무진 건의를 묵살하고 사전 이익 확정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공사는 ‘성남의뜰’ 지분을 50% 갖고도 개발이익이 1822억원으로 한정된 반면, 화천대유 등 대장동 세력은 지분의 7%만을 갖고도 4040억원을 챙겼다.

문건은 우선주만 배정해도 공사 측이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논리도 담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재원조달로 채무부담 없는 안정적 사업 추진으로 1공단 공원화 재원 확보”, “1공단 공원화 사업종료 시 판교PFV 및 자산관리회사 임원 변경. 법률적 책임 최소화 가능” 등이다. 

1공단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면 성남시가 이득을 볼 뿐 아니라 사업 종료 후 민관 합작 법인을 민간에 넘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건에는 ‘공사 측이 사업 종료 후 주식을 재매각해 출자금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대목도 담겼는데 이는 이듬해 2월 공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에 출자금 회수 조항으로 반영됐다. 공모지침서 11조 1항은 “공사는 사업기간 종료 시 출자금을 현금으로 회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모지침서 작성자는 남욱 변호사의 대학후배로 공사 전략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정민용 변호사로 알려졌다.

판교PFV 구조도 (사진=경향신문)
▲ 판교PFV 구조도 (사진=경향신문)

 

이 사업계획서는 ‘판교PFV’만 ‘성남의뜰’로 바뀐 채 약 1년 뒤 그대로 실현됐다. 2014년 4월 그려진 구조도는 판교PFV의 주식 50%+1주를 공사 측이 취득하고, 나머지를 민간사업자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판교PFV는 공사 측에 토지 보상 및 인허가 업무를 맡기고, 화천대유 같은 자산관리회사에는 시행업무를 맡기며, 민간사업자에는 사업이익을 배당하도록 설계됐다. 문건은 ‘특수목적회사의 형태는 법인세법 제51조의2의 규정을 충족하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로 진행’, ‘공공주도형 PFV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이 내용들은 2015년 2월 공사의 공모지침서에도 포함됐다.

공사 측과 대장동 세력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정황은 또 있다. 

이 문건에는 대장동 개발이 이뤄질 경우 수용 가능한 인구 규모, 개발부지 내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비율 등을 표로 정리한 주택배분계획안도 담겼다. 

판교AMC는 개발이 이뤄지면 5841세대, 1만5771명이 수용가능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 문건이 작성된 지 한 달 뒤인 2014년 5월30일 성남시는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지정 고시’를 통해 결합 개발 방침이 결정된 이래 처음으로 개략적인 인구수용계획을 공표했다. 

당시 성남시의 예측은 5841세대, 1만5771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판교AMC의 한 달 전 예측과 동일했다. 아파트 개발 구역은 10개로, 연립주택 개발 구역은 4개로 구분한 점, 아파트 개발 구역 중 마지막 3구역을 임대 주택으로 배정한 것도 같았다. 대장동 세력이 작성한 사업계획을 성남시 측이 그대로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이 경향 측 주장이다. 

단 이 내용은 1년 뒤 공사의 공모지침서에는 담기지 않았다. 공모지침서는 개발이 이뤄질 경우 5993세대, 1만 6181명을 수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파트 개발 구역은 11개였고 3개 구역을 임대 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