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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메타버스를 활용한 섬 관광의 가능성, 기술이 아닌 콘텐츠와 스토리가 답

최근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는 지구 궤도를 돌며 여행하는 우주 관광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존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우주선이 하늘과 우주의 경계 고도인 100km 상공에만 근접했다면 이번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은 고도 575km 비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순수 민간인 4명만을 태운 최초의 우주선이라는 점은 여행과 관광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언뜻 보면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처럼 보이지만 비일상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낯선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아직은 여유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 19로 ‘홈 루덴스(Home Ludens)’ 문화 확산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에게 ‘사람들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홈 루덴스(Home Ludens)’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홈 루덴스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말로, 멀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새로운 용어다. 집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영화감상과 운동, 요리 등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취미와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홈 루덴스 문화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홈 루덴스 문화의 확산은 음식·숙박업뿐만 아니라 관광 · 예술 및 서비스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이러한 ‘집콕’족이 즐겨 떠나는 새로운 관광지가 있다.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친목을 쌓고 함께 어울리며 여행을 다닌다. 몇몇 기업은 신입사원 연수회를 이곳에서 진행하고, 정치인들은 이곳에 선거캠프를 차리기도 했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부터 국내 아이돌 가수들까지 다양한 예술인들은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고, 세계적인 석학들은 이곳에 모여 학술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곳은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최근 우리 사회는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사이버스페이스와 달리 메타버스는 나만의 아바타를 통해 가상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다른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특히 과거에는 메타버스가 현실과 무관한 별도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운영했다면 지금은 현실세계와 연계되는 가상공간을 만들어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형 관광 콘텐츠 인기

이렇게 메타버스를 활용한 산업 중에서도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 관광산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여행이 어려워진 일상 속에서 MZ세대는 메타버스형 관광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많은 기업과 단체는 잠재적인 관광소비층인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메타버스로 유치한 관광객을 실제 방문으로 이끌어 관광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전라남도는 메타버스를 통한 지역 관광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포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 콘텐츠로 게임을 개발하여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암군에서는 귀촌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하는 ‘청년 6주 살기’ 프로그램을 모집해 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한 청년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이들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농촌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지역을 알리는 공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는 지역에 청년들을 유입하는 방법이 귀농만이 해결책이 아니며, 농업 이외에도 농촌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술보다는 스토리가 중요,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그렇다면 이를 접근성이 열악한 섬 관광에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비스가 관광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우리는 이러한 기술이 과연 섬을 기반으로 한 관광 산업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이러한 고민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여수시는 섬 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일부 섬에 대한 메타버스를 시범 적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였다.

물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의 경우 메타버스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홍보 효과를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섬이 지속가능한 관광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흥미 거리를 넘어선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야기(strory)’가 있어야 한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 교수인 티모시 정(Timothy Jung) 역시 관광산업에 메타버스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초실감형 기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스마트 관광 사업을 바라볼 때 기술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콘텐츠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섬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도시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흑산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흑산군도 15개의 성황당을 대표하는 본당이라 할 만큼 권위가 높은 ‘진리당’(鎭里堂)에 얽힌 ‘당각시 이야기’와 ‘총각도령’,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에 대한 이야기도 좋은 사례이다. 관광객들이 잘 알지 못할 섬의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다양한 전통놀이를 발굴하여 메타버스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일찍이 호이징가(J. Huizinga)가 얘기했던 놀이가 인간의 중요한 활동이고 문화를 이루는 핵심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일상과 분리된 특정 공간인 메타버스에도 다양한 이야기와 놀이가 채워져 섬을 매개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콘텐츠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의미있는 행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행위가 재미있어야 한다. 놀이하는 인간으로 우리는 재미를 추구하고, 관광은 그 속에 체험을 바탕으로 흥미있는 콘텐츠가 되어야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경아교수는 문화인류학자이며, 현재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섬 인문학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 과제는 “섬 인문학, 인문지형의 변동과 지속가능성”이다. 섬과 어촌에 대한 민족지적 현지조사를 통해 어민의 생활양식을 기록하고 문화생태학적 관점에서 해양환경에 적응하는 전통지식, 기술, 관습, 사회관계의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소외된 섬의 여성, 이주여성, 이주노동자의 생애사 작업을 통해 젠더와 인권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류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어촌사회를 위해 학제간 연구를 진행한다. 주요 연구로는 「연어를 따라간 인류학자」와 「Common Pool Resources Management Measures and Implementation Strategy of Skate Fishermen」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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