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첫 주관 '한미 상호 유해 인수식'... 6.25 전쟁 장진호 전투 전사자 등 68구 70년만에 고국 귀환
“유해발굴 위한 남북미 인도적 협력, 전쟁 상처 치유하고,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히캄 공군기지 19번 격납고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히캄 공군기지 19번 격납고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68구가 70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다.  미국 하와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주관한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는 유엔 창설에 담긴 꿈이며, ‘종전선언’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미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 공군기지 19격납고에서 열린 유해 상호 인수식을 주관한 자리에서 “영웅들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다. 나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국전쟁의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과 함께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했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 역시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반도 비핵화에서의 한미공조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내 오늘, 미국과 한국의 영웅들이 70년 긴 세월을 기다려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한국 대통령 최초로 영웅들의 귀환을 직접 모실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예순여덟 분 한국군 영웅들과 다섯 분 미군 영웅들께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유해 송환자들을 기렸다.

아울러 “우리에겐 아직 돌아오지 못한 많은 영웅들이 있다. 정부는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용사들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유해발굴을 위한 남북미의 인도적 협력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유해발굴 사업의 지속적 추진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며, 평화와 번영을 향해 쉼 없이 걸어왔다”며 “이제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에 맞서 국제사회와 연대, 협력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에 세계와 함께하고 있다”고 전쟁 이후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도 짚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한·미 6·25전쟁 전사자 유해 인수식을 해외에서 직접 주관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 행사는 △ 20일 오후 7시에 열린 「미군 유해 봉송식」△ 22일 오후 3시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 공군기지 19격납고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 △ 23일 밤 9시 25분 서울공항에서 열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 등 크게 3개로 이뤄져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가운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주관했으며, 「미군 유해 봉송식」은 국방부 자체 행사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주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주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행사가 열린 히캄 공군기지에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기관’ DPAA(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방부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를 동원하여 히캄 공군기지를 통해 147구의 국군 유해를 봉환해 오기도 했다.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인수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하여 우리 측 주요 인사로 서욱 국방부 장관, 이수혁 주미 대사, 홍석인 주호놀룰루 총영사가 참석했다. 유해 인수인계 서명자는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단장이 맡았다.

미국 측은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 다리우스 바나지 DPAA 부국장 등과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 릭 블랭지아디 호놀룰루 시장 등이 참석했다. 6·25전쟁 유가족 및 참전용사 38명과 DPAA 직원 27명도 함께했다. 한인사회 대표로는 박재원 민주평통하와이지역협의회장, 백태웅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장이 초청됐다.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은 한·미 양국 국방부의 전사자 유해 발굴 및 봉환 협력의 큰 성과다. 양국은 국방부에서 발굴하여 미군으로 확인된 유해와 ‘6·25전쟁 전사자 확인 프로젝트(KWIP)’에 따라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은 유해 중 한국군으로 확인된 유해를 상호 송환하고 있다.

이번에 봉환하는 국군 유해 68구를 포함하여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총 307구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으며, 이 가운데 16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미군 유해는 총 25구가 미국에 돌아갔다.

고 김석주 일병과 고 정환조 일병은 6·25전쟁 당시 미 7사단 32연대 카투사로 복무한 것으로 했으며, 두 명 모두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경북 경주 출신 고 김석주 일병은 2018년 함경남도 장진읍 신흥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돼 미군 유해들과 함께 하와이로 송환된 뒤 한국군으로 판명되어 국유단이 감식을 진행하던 중 지난 2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국군 유해로는 172번째 신원확인이다.

경북 포항 출신 고 정환조 일병은 1990년~1994년 사이 함경남도 장진읍 청량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을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고, 마찬가지로 지난 2일 하와이에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3번째 신원확인 국군유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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