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첫 TV토론 파문
홍준표 “조국가족 도륙 수사…가족 대표자만 수사해야”
유승민 "1가구 1범죄 처벌? 근거가 무엇인지"
하태경 “경쟁자 이기려고 공정의 가치 버린 것”
진중권 “수사 중일 때 발언했으면 진정성 있었을 듯”
2030등 지지층, ‘조국수홍’ 패러디‧비판 여론 확산

16일 TV조선에서 주관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에서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는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홍준표 의원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과잉수사를 한 것”이라며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답했다. <사진=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 캡처>
▲ 16일 TV조선에서 주관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에서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는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홍준표 의원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과잉수사를 한 것”이라며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답했다. <사진=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 캡처>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대선주자 TV토론회에서 ‘조국 과잉 수사’ ‘조국 가족 도륙’ 발언을 한 이후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받으며 위기에 처한 상태다. 특히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세대는 ‘조국 사건’으로 표상된 공정성 문제에 민감한 만큼 최근 상승세인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홍 의원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에선 홍 의원이 여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유도하고자 전략적으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16일 TV조선에서 주관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에서 하태경 후보가 “조국 교수랑 페이스북에서 요즘 ‘썸’ 타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인가”라며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고 홍 의원에게 물었다. 

홍 의원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과잉수사를 한 것”이라며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편이라도 잘못된 건 지적하고 다른 편이라도 잘한 건 칭찬한다"며 "잘못된 것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洪, 지난 7월 尹에 “조국 과잉 수사…처‧장모 수사 자업자득”

앞서 홍준표 의원은 지난 7월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과잉수사’했다”면서 “처와 장모가 고발당한 건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보통 가족 수사를 할 때는 가족 중 대표자만 수사한다”면서 “윤 전 총장은 과잉수사를 했다. 집요하게 조국 동생을 구속하고 5촌 조카 구속에 딸 문제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목표가 ‘조국 퇴진’이니 심하게 (수사)했다”면서 “이후 이게 정치사건이 돼버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홍 의원은 “요즘에 와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고발이 스물 몇 건이고, 자기 처와 장모도 다 걸렸다”면서 “자업자득이다. 자기가 적폐수사하고 조국을 수사할 때 강력하게 수사했던 것을 지금 본인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나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자기가 극복하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16일 토론회가 끝난 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결코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사진=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 캡처>
▲ 16일 토론회가 끝난 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결코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사진=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 캡처>

 

홍준표 “‘조국 수사’ 과했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16일 토론회가 끝난 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결코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누구를 비난하고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제가 검사를 할 때 가졌던 수사 철학이었다"고 올렸다.

홍 의원은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면서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국이 내가 책임지고 구속될 테니 내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면 그 사건은 조국 구속으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라며 "조국이 사내답지 못하게 빠져 나갈려고 하는 바람에 그를 압박하기 위하여 부인, 동생, 사촌을 줄지어 구속하고 딸까지 문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 사건을 그렇게 본다. 그래서 과잉 수사라고 말한 것이고 법이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그렇게 한가족 전체를 짓밟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3시간 뒤 洪 “국민들 생각에 맞춰야…그러나 ‘정치 수사’”

홍 의원은 토론회에서의 발언과 페이스북 글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자, 국민들 생각이 가혹한 게 아니라면 그에 맞출 수밖에 없으나 한 가족 구성원 모두를 ‘몰살’시키는 것은 자신의 ‘수사 철학’상 맞지 않는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홍 의원은 16일 밤 페이스북에 "정권을 안정시키는 것도 검찰총장의 책무라고 하면서 조국 수사는 문 정권 안정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윤석열 후보가 자기 지인에게 고백했고, 그게 책으로도 출간된 것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올렸다.

그는 "여권 내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며 "그런 사건을 두고 우리 측이 흥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오래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수사였다"고 밝혔다.

(오른쪽부터)국민의힘 윤석열, 안상수, 원희룡, 최재형, 유승민,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오른쪽부터)국민의힘 윤석열, 안상수, 원희룡, 최재형, 유승민,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하태경 등 야권 대선주자들 반발 잇따라

16일 대선주자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들 일가의 불법·특권·반칙·위선 때문에 온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졌는데 과잉수사라니"라며 "조국 부부가 범법자인데 '1가구 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조국 사건’은 부인과 동생까지 모두 불법을 저지른 일 아닌가”라며 “조국이 아무리 ‘내가 책임진다’고 외친들 정경심의 불법을 어떻게 봐준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하태경 의원은 17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 출연해 전날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의 발언에 대해 “그 이야기 들을 땐 정말 심장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말했다.

이어 하 의원은 “조국 수사 문제 있다고 한 것은 검사를 공격하기 위해서 도둑놈이랑 손잡는 것과 똑같다. 전형적으로 경쟁자 공격하기 위해서 공정의 가치마저 버린 것”이라며 “홍 후보가 ‘조국 수사 문제 있다’, ‘과잉 수사다’라고 답변한 것은 국민들한테 정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인터넷에 떠도는 게 ‘무야홍’이 아니라 ‘조국수호’에서 ‘조국수홍’ 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돌아다닌다”고도 했다. ‘역선택을 노린 전략이라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경쟁자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성문을 열어줄 분”이라고 답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의원이 ‘조국 가족 수사는 과잉수사였다’고 한 건 실언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홍준표 “26년간 대여투쟁 선봉장…‘반문’만으로 정권교체 힘들어”

홍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저는 우리 당에 26년 있으면서 대여 투쟁의 선봉장으로 달갑지 않은 저격수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당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라며 "반문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되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민을 감싸 안아야 하는 대통령 후보"라며 "대여 투쟁 한번 해 보지도 않고 숨어서 이미지 정치에만 안주하던 분들이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 표 얻어 보겠다고 대여 최고의 전사였던 저를 공격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은 우리 편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편, 중도층, 호남도 모두 투표에 참가한다"며 "본선도 고려해서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양지해 주시길 바란다. 반문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잘못 판단”…온라인 여론 ‘조국수홍’ ‘일단 이기고 보자는 건가’

한편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홍 의원의) 그 귀한 말씀은 한창 (수사) 진행 중일 때 했어야 했다. 그럼 최소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는 있었겠다"며 글을 게시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 당시에 홍 의원의 '수사철학'은 이랬다. 윤석열 잘한다고 화이팅 외치시던 분이"라며 "크게 잘못 판단하신 듯"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지지자들이 '조국수호'라 외치던 구호에 홍준표 의원의 성을 넣어 만든 패러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지지자들이 '조국수호'라 외치던 구호에 홍준표 의원의 성을 넣어 만든 패러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홍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2030세대의 인기를 토대로 지지율 추격세에 들어섰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입시 비리 등 공정성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이들 청년층은 홍 의원이 조국을 감싸는 발언을 하자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홍 의원을 ‘조국수홍’이라고 조롱하는 패러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짤’ 이미지에 ‘조국수홍’이란 글자와 “억울하게 옥에 갇힌 조국 일가. 제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라는 글귀가 포함됐다. 또 홍 의원이 토론회에서 ‘나는 ○○○다’라고 자신을 직접 소개하는 판넬에 ‘나는 조국수홍이다’라는 글자를 합성한 이미지도 퍼졌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조국수호’ 집회에 홍 의원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도 제작됐다.

보수 성향의 유명 유튜버는 “홍준표 의원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2030세대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층들의 역선택을 바라는 듯한 홍준표의 조국사랑이 역풍을 불고 있다”고 여론 동향을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준표 좋아했는데 실망이다" “조국 부류 봐줄 거면 정권교체 필요없다” "죄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하는 게 맞는 거지. 그걸 덮냐" "정치적 지능이 있다. 조국 지지세력 표를 계산한 것" "일단 경선부터 이기고 보자는 건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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