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독일 베를린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태양광 도시 계획(Solarcity Master plan)'의 도심 지붕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독일 베를린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태양광 도시 계획(Solarcity Master plan)'의 도심 지붕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유럽에서 녹색당 바람이 거세다. 독일 녹색당은 지난 4월 한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 28%로 깜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 주간 빌트암존탁이 독일 여론조사연구소 칸타에 의뢰해 매주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다. 이후 차기 정부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아날레나 베어보크 대표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하락 반전했지만, 녹색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 후반대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이건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이건 총선에서 승리하면 녹색당이 1차 연정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기도 하다. 

녹색당이 유럽에서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부상한 지는 이미 오래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정당 연합의 형태로 집권에 합류했다. 라트비아에서는 2004년 녹색당 출신 총리가 처음으로 나오기도 했다. 녹색당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월 오스트리아에서 우파 성향의 국민당과 연정을 성사시켰다. 아일랜드에서도 지난해 6월 중도우파 양대 정당인 ‘피너게일’ ‘피아나팔’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녹색당이 이처럼 약진하는 까닭은 뭘까? 기후변화가 인류의 실존적 위험으로 다가온 때문이다. 

올 여름 지구촌은 코로나19 외에도 두 가지 재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대형 산불과 수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선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인 ‘딕시’가 발생해서 뉴욕시의 2배에 달하는 산림을 불태웠다. 유럽에서도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여전히 진화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미국에서는 뉴욕을 포함한 북동부 지역에 허리케인 ‘아이다’로 말미암아 대형 수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욕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지난 9월 7일 수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모두 우리에게 ‘코드 레드(code red·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 경제에 존재적인 위협을 제기한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최근 우리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ESG 경영이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요약한 단어다. 이 세 가지 가운데에서도 환경 이슈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당장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권과 탄소국경세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 8월 31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했다. 종전 목표 26.3%에서 무려 9%포인트를 단번에 끌어올린 것이다. 

이 법에 명시된 목표의 달성 가능성은 차지하더라도 당장 쟁점이 되는 것은 모든 부담을 기업이 지도록 설계한 부분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월 6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ESG 관련 법안 97개 법안 244개 조항 중 무려 80.3%가 기업규제 일변도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5개 경제단체는 탄소중립기본법 통과 직후 이렇게 지적했다. 

“2050 탄소중립은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목표로 이해한다... 제조업 비중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반면 온실가스 배출정점부터 탄소중립까지 준비 기간은 EU는 60년, 미국은 45년에 비해 훨씬 짧은 32년이다. 산업 경쟁력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물론 녹색당을 비롯한 진보단체들은 이 법이 녹색성장 지향적이라며 오히려 반대론을 펼치고 있다. 유럽의 녹색당이 우파 정당들과 연정을 꾀할 정도로 유연한 반면에 우리나라 녹색당은 민주당하고도 연정이 어려울 정도로 진보 정체성이 강한 탓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선에서도 기후변화 이슈에 관한 대선주자들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과 후보 단일화를 꾀하고 있는 정의당 대선주자들은 공통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내걸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8월 29일 ‘ESG 국가로의 대전환’을 선언했고, 이재명 후보는 정부의 2030 탄소감축 목표를 45%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구체적인 목표 제시 없이 막연하게 탄소중립만 언급할 따름이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관해서는 더 뜨거운 토론이 필요하다. 대선주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의 애로를 반영한 실천 가능한 목표와 적절한 정부 지원 대책도 담겨야 한다. 환경 문제에 집중해온 진보정당과 진보단체들도 탈원전과 태양광에 대한 과잉집착을 버리고 우파정당과 연정을 시도할 정도로 유연해져야 한다.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시피 기후변화는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합의 가능한 해법을 신속하게 찾는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종훈 박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시사평론가, 폴리뉴스 칼럼리스트

명지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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