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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이준석-안철수의 볼썽사나운 감정싸움

포용력도 정치력도 없는 협량의 정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를 둘러싼 양쪽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이다. 4.7 재보선 때 서울시장 야권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두 당은 합당을 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었다. 그러나 양당의 통합 협상은 무산되었고, 담판을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가시돋힌 설전만 벌일 뿐 문제 해결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합당할지 말지 ‘예스냐, 노냐’로 답하라며 국민의당을 압박하자, 안철수 대표는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영국군한테 항복을 받아낼 때 ‘예스까, 노까’라고 물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이 대표는 “내가 전범이면 국민의힘은 일본군이냐”며 사과를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당 대표 끼리 이런 험한 말을 주고받는 광경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물론 당과 당의 통합 과정에는 서로가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합당까지 공언한 정당끼리 이렇게 낯뜨겁고 원색적인 말싸움을 벌인 광경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가 “안 철수 대표가 직접 협상에 나서라”며 자신의 휴가 시작일인 9일 전까지로 협상 시한을 일방적으로 통첩하자, 국민의당 쪽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분수 모르고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라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대체 양당이 합당할 의사가 있는지 자체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양당의 합당 논의가 이렇게 감정싸움으로 치달은 데는, 과거 같은 지역구에서 경쟁을 벌였던 이준석-안철수 두 대표의 해묵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과거의 감정에 휘둘려 냉정함을 잃고 있는 양쪽의 모습은 속좁은 협량의 정치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책임은 양쪽에 공히 존재한다. 먼저 안철수 대표는 4.7 재보선 당시 합당을 공언했고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다. 그런데 합당 협상에서 국민의당은 당명 변경,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의 문제 등의 여러 조건을 거론하고 나섰다. 무조건 흡수통합에 도장 찍으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3석 짜리 소수 정당으로서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예상과 달리 자신이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되지 못하고 입지가 축소되는 상황 변화가 있자, 안 대표의 생각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민의당 측에서는 ‘안철수 독자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당의 상대를 압박할 줄만 알고 조금의 포용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당연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소수 정당을 껴안는 모습을 보이며 합당까지 연착륙시키는 통큰 리더십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이준석 대표가 보여온 것은 협상의 상대를 향한 압박과 자극의 정치였다. 실무 협상에서 결렬된 합당 논의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것이 당 대표의 역할일진데, 어떻게 된 것이 이 대표가 나서서 감정싸움을 선도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렇게 좁은 정치력을 갖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할 지 의문이다.

만약 합당이 무산되고 국민의당에서 거론하는대로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안 대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독자출마 하면 여론조사 지지율이 5% 정도는 넘을 가능성이 크다. 제3 지대의 공백상황을 등에 업고 가면 그 이상의 지지율도 가능할지 모른다. 대선 구도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진영 간 대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거기서 안철수의 그 정도 지지율은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본다면 이준석 대표가 저런 식으로 고압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 화를 키우는 일이다. 나중에 가서야 다시 안 대표를 붙들고 후보단일화를 어렵게 호소해야 하는 상황을 자초하는 일이다. 어떻게든 지금 합당을 이루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준석 리더십의 한계는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안철수 대표로서도 독자출마는 많은 상처를 자초하는 선택이다. 우선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자신의 합당 약속을 뒤집는 것이 되고, 당헌까지 바꾸면서 출마하는 모습이 좋아보일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생각하고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출마에 대한 야권분열 책임론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안 대표 개인으로서는 선거만 있으면 출마한다는 냉소적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최소한의 존재감은 보이며 국민의힘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큰 정치를 할 남은 기회는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보이는 이런 식의 감정싸움은 자신들 리더십의 바닥만 드러내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국민에게 약속한 자신들의 합당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당 대표들 입에서 나오는 정권교체의 구호는 허언이 될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국민을 짜증나게 만드는 정치에 대한 책임이 지금 두 사람에게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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