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담 커져…고용시장 악화될 것”
노동계 “불공정 관행, 임대료 문제 등 구조적 문제가 원인”

12일 밤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8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12일 밤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8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후, 노사 양측이 반발하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12일 밤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191만 4440원이다.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높인 것은 지난 2년 동안 유지한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전망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이며, 국내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으로 6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지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 애초 기대했던 인상 수준 미치지 못해 반발…민주노총 파업 예고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만큼, 기대했던 인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9030∼9300원으로 제시한 데 반발해 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과 다름없다"며 "대전환 시기의 화두인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한국 사회의 대전환을 위해 하반기 총파업 투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표결 전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안전망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였으나, 올해 문 정부 마지막 심의에서도 1만원에 근접한 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그동안 저임금 노동자들을 희망고문 해 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의결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부족함에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인 13일 새벽 입장문을 통해 "최종 인상 금액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상 수준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13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코로나로 소상공인들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장에서 끝까지 남아 있다 찬성표를 던지고 나왔다”면서 “다만 불공정 관행, 임대료 문제, 카드 수수료 문제 등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소상공인과 그보다 약자인 저임금 노동자들간 ‘을과 을의 프레임’을 가져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안 된다는 근거로 쓰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계는) 지난 2년간 충분히 저율의 인상률을 감수했고, 소상공인 문제는 아마 10년, 20년이 가도 얘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소상공인 비용이 발생하는 다양한 부분들을 풀어낸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계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애로 심화, 고용시장 상황 악화시킬 것”

사용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9160원은 최저임금 지불 주체인 영세·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인 투쟁만을 거듭한 노동계와 이들에게 동조한 공익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상승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애로를 심화시키고, 고용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는 최저임금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 지원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경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객관적 지표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논평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현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이는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편의점주협의회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점포 간 경쟁 등으로 편의점 수익이 급격히 감소해 점주들이 12시간 이상을 근무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2020년 점포당 월 평균매출은 4800만원인데 이 중 평균 매출이익 23%(1104만원)에서 알바비(650만원), 월세(200만원),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점주가 주 45시간을 일하고 가져가는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의 20%는 인건비와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점포고 지금도 여력이 없어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편의점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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