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IPO 전 비교 기업...디즈니·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업체 선정
빅히트·우버·페이스북, 공모가 하락 피하지 못한 흑역사로
금감원, 지난해부터 주식시장 과열 경계...증권신고서 심사 강화

크래프톤 회사 로고 <사진=크래프톤 db>
▲ 크래프톤 회사 로고 <사진=크래프톤 db>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올해 공모주 최대어로 평가받던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이 높은 공모가를 정해 IPO(기업공개)를 추진했지만 금융감독원 제지에 희망 공모가를 10% 가량 낮춰 코스피 상장에 재도전한다.

이는 공모가 거품 논란에 금융당국이 개입한 가운데 해당기업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상장 주관사)은 지난 1일 공모 희망가액을 기존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10.6~12.7% 낮춰 공시했다고 밝혔다. 공모가는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9일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모 모집금액은 4조6076억원에서 3조461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공모주식수는 865만4230주다.

앞서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가액을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내놓으면서 거품 논란에 휘말렸다. 장외가에 맞먹는 수준으로 공모가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공모 희망가가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로는 기업 가치 선정 때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기업이 너무 큰 기업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외에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을 비교 기업으로 적시했다.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나, 캐릭터 사업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이 디즈니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IP 사업 성과가 명확하지 않은데,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현재 디즈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8.8배다. 이 기업과 비교해 크래프톤의 희망 공모가를 높일 수 있어 무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고평가 공모가 하락...그 저주의 역사

이는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현 하이브)가 상장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양대 플랫폼과 비교해 공모 희망가를 내놨던 것과 비슷한 사례다.

달시 공모청약 이후 방탄소년단(BTS)이 참여한 '세비지러브'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해 주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갔다.

예상대로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인 27만원으로 정해졌고 개장하자마자 상한가인 35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딱 3분간이었다. '따상' 이후 30만원선 전후에서 움직이던 빅히트 주가는 결국 시초가 대비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4.44% 하락한 25만8000원에 마감했다.

상장 전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지만 상장 직후 주가 폭락이라는 굴욕을 당한 기업은 크래프트,빅히트 뿐만이 아니다.

2019년 당시 우버는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1200억 달러, 약 14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는 우버 종목은 뜨자마자 하락으로 시작해 결국 7.6% 하락한 41.57 달러로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인 리프트(Lyft)도 상장 했지만 3일만에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졌다. 리프트의 공모가는 78 달러였지만 우버가 상장한 날인 지난 5월 10일 기준으로 23%나 폭락한 51.09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금은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한 페이스북도 지난 2012년에 굴욕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5월 18일 상장을 했지만 주가가 잠시 오르는가 싶더니 3일만에 공모가 이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현재 1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소셜 미디어인 스냅챗도 지난 2017년 3월 상장됐지만 130일만에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금감원, 지난해부터 공모가 부풀리기 등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평가에서 크래프톤 주가수익비율(PER)은 45.2배로 정했다. 이는 대기업 넥슨의 PER 1배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공모가 산정에 앞서 추진되는 수요예측 방식도 거품 논란이 불거지자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합쳐 이례적으로 2주 동안 진행됐다. 이로 인해 공모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이번 수요예측 진행 방식은 그동안 수요예측에 다수 참여해봤지만 정말 이례적"이라며 "앞서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말이 계속 나왔던 만큼 부담감을 느껴 기간을 넉넉하게 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장외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달 17일 장외 64만5000원 공모가격이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 55만원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공모가 때문이라고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높은 공모가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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