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언급은 하노이노딜 경험 염두에 둔 듯, ‘대북적대 철회’ 등 대화 전제조건 언급 안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준비”를 지시했다.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게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한 지 약 한 달 만이며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 하루 전에 나온 북한의 메시지라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6월 17일에 계속됐다”며 “총비서 동지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안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대화 준비’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을 언급하고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 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을 기초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일단 긍정적인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대화’와 함께 ‘대결’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북미대화에 임할 것이란 입장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총비서는 ‘시시각각 변화되는 한반도 정세’를 언급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등 주변국가 정세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특히 ‘미중 신냉전체제’ 전개에 대응한 ‘북미 대화 준비’를 당에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는 ‘대화 준비’를 언급하면서 그간 북한이 내세운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인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당장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향후 행동에 따라 자신의 구체적인 태도를 정하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선대선 강대강’이라는 기조 속에서 미국에게 선행적으로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대북인권문제 불거론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김 총비서가 이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지난달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인정하고 북한에 대한 칭호를 북한(North Korea)이 아닌 DPRK(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로마자 표기)로 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으로 보인다.

또 김 총비서의 대화 준비 입장이 나온 시점은 성김 대북특별대표 방한 하루 전이란 점도 주목된다. 성김 대표는 19∼23일까지 방한해 북한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따라서 북한은 성김 대표가 방한 기간 중 자신에게 보낼 메시지를 통해 ‘대화’ 준비에 대한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서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직접 서명한 특별명령서도 발령했다. 그는 “인민이 바라는 절실한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행조치를 취하려는 것이 이번 전원회의의 핵심 사항”이라며 “여러 차례의 협의회를 통해 직접 료해(파악)한 인민 생활 실태 자료들과 그 개선을 위한 실천적인 대책들”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가 18일에도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 표명과 관련해 “정부는 한반도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당중앙위 3차 전원회의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지속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총비서의 ‘대화 준비’ 언급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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