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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폴리경제이슈] K반도체 ‘초격차’ 굳히기에 민관 '맞손'…공은 국회로

정부, 세액공제·인력육성으로 글로벌 경쟁 뒷받침
삼성 "시스템반도체 171조 투자"...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 2배로"
‘반도체 특별법' 제정해야 하지만, ‘WTO 제소 가능성’ 있어 논의 필요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반도체 패권 경쟁에 나선 기업들에게 '일심동체'란 표현을 쓰면서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통해 세액공제·규제개혁 등을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은 510조원 가량의 투자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이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 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회가 ‘반도체특별법’으로 제정하는 일만 남았다. 여당은 9월 정기국회 때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반도체만을 위한 독자법은 WTO 제소를 당할 가능성도 있어 지원 법안의 형태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기업 요구 반영해 전폭적인 지원 나서

정부는 세제 혜택·인프라 구축·인력양성 등 그동안 기업이 요구하던 사항들을 대부분 포함한 ‘K반도체 전략’을 내놨다. 전경련도 이날 “주요국들이 국가 명운을 걸고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종합 반도체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K반도체 전략’은 R&D(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와 관련한 세액공제 확대를 핵심으로 한다. 정부는 세제 항목에 ‘핵심 전략기술’ 항목을 넣어 대기업과 중견기업 R&D 비용은 30~40%, 중소기업은 40~50%를 세액공제해 줄 계획이다. 기존 대비 10%포인트 정도 높은 세액공제율이다.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기존 최대 6%에서 10%로 상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및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추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두 분야가 모두 장비 산업이기 때문에 세액공제율 상승에 따른 이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나 웨이퍼 생산장비 등은 6~1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나라별로 특색에 맞게 세액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정부 지원 부족으로 어렵다고 하진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반도체 전체 산업군을 포괄하는 K반도체 벨트 조성에도 나선다. 한국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시장점유율이 2019년 기준 1%가 채 되지 않는다. 팹리스 육성을 위해 판교에 ‘한국형 팹리스 밸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꼭 필요한 노광장비인 EUV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 트레이닝 센터 등을 국내에 유치할 계획이다.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용인과 평택에 10년치 반도체 용수물량을 확보하고 화학물질 취급시설 ‘패스트 트랙’ 도입 등 규제 완화에 나선다. 전력망 구축 시 정부와 한국전력이 절반 가량을 공동 부담한다.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학과 관련 정원을 150명 늘려 총 1,500명을 배출하고 학사인력(1만4,400명), 전문인력(7,000명), 실무인력(1만3,400명) 등 총 3만6,000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향후 10년간 배출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기지가 된다면 국제 사회와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SK하이닉스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정부에 ‘호응’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발표한 133조원 투자 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고,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R&D)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오는 2022년 하반기 완공될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다. 현존하는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된 팹으로,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초격차 세계 1위’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K-반도체 전략’에 부응해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인수합병(M&A)를 비롯한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고 국내 팹리스 업체들과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이천·청주 공장에 110조원, 2025년 이후 10년간 용인 클러스터에 120조원의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2% 수준에 불과한 메모리 반도체이다. 다만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충북 청주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어 추가 투자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인 팹리스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판교 부근에 한국형 팹리스 밸리가 조성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 AI반도체 혁신설계센터, 차세대 반도체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SK하이닉스가 투자하겠다고 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가 활용하기 좋은 부문이다”라며 “서로 연계하는 방안을 통해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인 ’반도체특별법’은 WTO 제소 위험 있어 논의 필요”  
 
이제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국회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통해 담아내는 단계가 남았다. 전경련은 13일 “우리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결성하며 8월까지 초파격적인 반도체특별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도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만간 야당 자체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출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정한 ‘우회 보조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데, 독자법을 통해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명시하면 제소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은 43.8%, 낸드는 32.6%다. SK하이닉스는 D램 28.7%, 낸드의 경우 1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당 반도체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양향자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세계 어디에도 ‘반도체’만을 위한 독자법은 없으며 미국도 CHIPS for America Act(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을 추진했다가 논란이 일자 폐기했다”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반도체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담은 별도법이 아니라 반도체 지원과 관련된 개별법들을 하나씩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법안 형태 및 내용에 대한 논의가 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급한 사항은 그 이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이미 유관 부처 장관과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오고 간 것 같아서 관련 시행령은 빠르게 움직일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양향자) 의원님이 업계 관계자들에게 무엇을 고쳐주길 바라는지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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