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반도체 협력사 84.6%, "수급난 겪어"
연이은 반도체 대란에 '마이너스 옵션' 논란
"수급난 장기화할 것"...5~6월이 문제

자동차 속도계기판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
▲ 자동차 속도계기판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자동차 반도체 대란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가는 '네비게이션', '후방감지센서' 등 이제는 기본옵션이 된 자동차 디지털 필수 시스템을 빼고 판매하는 일명 '마이너스 옵션' 정책까지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50년 전의 상황으로 '리셋'되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는 차량 할인 프로모션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체감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연재난 등의 여파로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에 문제가 일자, 올해 초부터 완성차 업계들의 수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 부품업체의 80% 이상이 반도체 쇼크에 따른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서 납품량이 감소했고, 차량반도체를 직접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원가 부담도 커진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지난 3~4일, 완성차 1~3차 협력사 78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66개 업체(84.6%)가 반도체 수급난과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부품 생산이 감소하는 가운데 차량반도체 가격이 인상되면서 원료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5~6월중 차량반도체 수급 차질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차량반도체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국제 협력 노력은 물론 보증기관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 마련, 고용안정기금 확대, 법인세·관세의 납기 연장 혹은 감면 등 유동성 타개 대책도 조속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연이은 반도체 수급난에 옵션 빼고 출시...'철강제 가격 상승까지'

블룸버그 통신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닛산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수천 대 차량에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고 판매 중이다. 미국의 닷지도 사각지대를 살피는 '스마트 백미러'기능을 제외 시켰다. 르노자동차의 아르카나 SUV는 차량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을 옵션에서 뺐다. 푸조의 경우, 디지털 계기판을 구형 아날로그 식으로 대체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기능도 없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도 2분기 들어서는 감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최대한 (휴업 없이) 생산을 이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반도체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부 옵션을 빼고 생산하는 방식을 고객들과 조율 중"이라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뒷 트렁크를 자동으로 여닫는 스마트 테일 게이트나 주차를 도와주는 파킹 어스트턴트 등의 옵션을 빼고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부족 위기를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가는 옵션을 빼고 판매를 하더라도 차량 전체의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옵션을 뺄 경우, 할인을 해 주는 프로모션을 일부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수입차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옵션을 빼는 것과 관련한 할인보단, 차량 자체의 할인이 이미 적용되고 있어서 추가적인 할인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부품과 무관하게 최근 철강제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자체의 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등의 문제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와 철강과 관련해 차량 가격을 다시 산정해야 할 것"이라며 "메이커 입장에선 부당한 이익을 보려는 것일 수 있다. 현재 차량 출고까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상적인 공시를 통해 가격 재산정 및 조율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철강도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최종 가격에 흡수를 해 줘야 하는데, 업체 입장에선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며 "결국엔 차값이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업체 입장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소비자 입장에선 불리하니, '마이너스 옵션'이란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로 '적기 적시 공급 방식(JIT : JUSTI IN TIME)'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자동차 부품 공급 방식도 문제가 제기됐다. 월스트리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필요한 부품을 그때그때 수량에 맞게 주문하는 시스템인 JIT방식은, 부품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큰 문제로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갑작스런 수요 변동, 자연재난과 같은 사고 이후, 그들은 필요할 때 필요한 부품을 항상 얻을 수 있다는 기본 JIT 방식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것이다. 

일본 완성차 업계, 닛산의 최고 운영 책임자 인 아시와니 굽타는 "JIT 방식은 공급망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위해 설계되었다"며 "하지만 코로나9와 같은 전례없는 위기의 영향으로 해당 방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급난, 언제까지 이어지나 
 
자동차 업계서는 연초만 해도 반도체 부족이 2분기 이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량용뿐만 아니라 가전·컴퓨터 등 전 분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완성차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시점은 2022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하지 못하는 차량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체 업계는 연초만해도 생산 차질이 전체 생산 대수의 2~3%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1분기(1~3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은 130만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하면서 생산 차질 대수가 1000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포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생산 차질은 최대 1000만대 가까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외자계 3사는 물론 현대차·기아도 상당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포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5.9%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약 7500만대,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에는 약 9100만대를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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