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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폴리경제이슈] 한국, 백신허브 가능할까?...백신 지재권 지지 속 '갈라지는 지구촌'

전 CDC 국장 "한국을 아시아 백신 허브 국가로 활용하자"
"mRNA, 코로나19 백신은 '공공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폴리뉴스>와 인터뷰 통해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야 할 것"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 재산권(지재권) 면제 지지 소식과 함께 한국을 아시아의 백신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오는 21일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에 대한 '백신 허브 국가' 논의가 양국 정상 간에 실제로 오갈지 관심이 쏠려서다. 하지만 백신 제조사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지재권 지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전해지면서 관련 논의에 대한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을 아시아 백신 공급을 위한 허브 국가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 백신은 공공재다." 톰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전 국장은 지난 9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신 지재권에 대해 "지재권 뿐만아니라, 생산 기술까지 이전해야, 하루빨리 백신 생산 허브에서 빠르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톰 전 CDC 국장은 백신 생산 허브 국가로 한국이 최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는 검증된 생산 능력과 풍부한 생산인력, 기술 전문가들이 있다. 어떤 나라가 백신 허브를 단기간에 해낸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국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지재권 면제 지지에 따른 코로나19 백신 허브국 지정 기대감↑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5일 "행정부는 지재권 보호를 강하게 믿고 있지만, 이 전염병을 종식시키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보호 포기를 지지하고 있다"라고 밝혔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직접 백악관에서 지재권 면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테드로스 아다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순간, 미국의 지혜와 도덕적 리더십이 반영됐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백신에 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재권에 관한 협정(TRIPS Agreement, 트립스 협정)' 조항의 유예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U 역시 7~8일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지재권 면제 제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오는 21일 진행되는 한·미 정상 회담에서도 백신 허브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여지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 및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을 백신 생산 허브로 만드는 의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코로나19 대응 협력은 (논의주제에) 있지만 세부적인 것은 준비중이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국산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지난 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내달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지식재산권 면제를 위한 국제 공조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백신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제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적인 제약시설을 갖춘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속한 기술이전과 함께 우리가 갖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가 백신 제조의 허브가 될 수 있다"면서 "K방역의 모범을 보였던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Vaccine for all'의 한 축이돼 세계 전염병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욱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리는 미국에서 백신을 생산해서 세계로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지재권을 면제하는 게 나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지재권 면제는 백신 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백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전 세계 요구를 미국이 외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백신 제조 자체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백신 허브 국가를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이 백신 생산 허브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백신 생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장기적으로는 백신 허브 국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오는 한·미 정상회담때는 백신 생산 허브를 논의하기보다 백신 자체를 가져와야 한다"며 "일본 스가 총리가 가지고 왔으니 우리도 가져와야 한다. 백신 허브는 국가간의 논의보다 기업간 협력이 먼저라고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앞서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등 자체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물론 여러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을 맡는 것처럼 생산도 원활히 할 수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며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코로나19 백신의 주요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축적해온 개발 역량과 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토록 한 적극적인 시설 투자 덕분"이라며 "이 같은 노력들을 앞으로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백신의 자체 개발을 통한 '백신주권'을 확보하고, 전 세계에 유통되는 주요 백신들의 생산을 늘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폴리뉴스>를 통해 "금일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는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만큼, 산업계의 노력에 정부의 지원을 더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모더나·화이자 등 백신 제조사는 'NO'...지재권 면제 지지에 갈라지는 지구촌

이처럼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에 한해 지재권 적용을 면제하는 방안을 찬성한다고 밝히자 지난 5일, 모더나 주가는 6.2% 급락해 거래를 마쳤다.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만든 바이오엔테크는 3.5%, 또 다른 백신 선두 주자인 노바백스 주가는 5.0%가 내려갔다.

모더나 주가는 코로나 백신 개발·공급에 따른 수입 급증 기대감으로 지난 6개월간 225% 올랐었다. 바이오엔테크도 주가가 같은 기간 85%가 올랐지만 이날 동반 급락했다. 모더나는 지난 1년간 한국 투자자가 많이 거래한 해외 주식 19위(약 22억달러 거래)에 올라 있을 정도로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관심이 큰 주식이기도 하다.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는 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재권 포기는 백신 생산을 더디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신의 지재권 면제는 원료 확보 쟁탈전으로 이어져 백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포기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백신 개발국인 독일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독일은 자국 제약사 큐어백이 mRNA 백신 개발을 앞둔 상황에서 지재권 포기에 난색을 표했는데, 독일에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가 있기 때문이다. 자국 기업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을 개발한 영국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 전미(全美)의약연구제조업협회(PhRMA), 영국제약산업협회(ABPI) 등 제약업계와 제약사들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백신 개발에 실패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긍정적이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현재의 (백신 공급)불평등은 옳지 않다. 미국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영국 BBC에 밝혔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자국이 개발한 백신을 지원하며 ‘백신 외교’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지재권 포기를 지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이 지재권 유예에 반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국과 독일 간 균열이 생겼다”며 “WTO에서의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재권 면제 지지에 따라, 백신 특허를 공개하려면 WTO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독일을 포함해 반대하는 WTO 회원국들을 설득해서 백신 특허를 공개해도 단기간 내 백신 생산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엔테크 관계자는 “mRNA 백신 생산 공정을 완성하는 데에만 10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다만 WTO 합의에 실패하고 백신 제조사들도 버틸 경우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정명령을 동원해 자국 제약사들의 특허를 공개할 수도 있다.

한국 등 자체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국가들은 ‘강제실시권’ 발동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WTO 찬성 여부와 상관없이 각국이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강제실시권이 발동되면 각국은 자국에 출원된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 특허를 강제로 공개해 ‘복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백신 생산은 특허만으로는 완전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이사는 “mRNA 백신만 해도 여기에 사용되는 지질(mRNA를 싸는 껍질), 지질을 싸는 기술과 RNA를 분리하는 기술 등 모두 별도 특허가 걸려 있다”며 “결국 해당 제약사들의 원천 기술과 노하우 없이는 생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정상회담은 다음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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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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