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국인 총수 규제하기 어려워”
지정제도 전반 개선 예고

쿠팡 동일인(총수)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니라 법인 '쿠팡'이 지정됐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 <사진=쿠팡>
▲ 쿠팡 동일인(총수)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니라 법인 '쿠팡'이 지정됐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 <사진=쿠팡>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논란에 휩싸였던 쿠팡이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총수는 ‘사실상 사업을 지배하는’자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지정하더라도 형사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쿠팡 총수에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을 지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다음 달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8000억원이 되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고, 법인 쿠팡㈜가 총수가 됐다. 법인이 총수가 되면 쿠팡 및 계열사 거래만 공시하면 된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 회사 ‘쿠팡 Inc’를 통해 한국 법인 쿠팡㈜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간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적이 없고, 현행 제도로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어려워 김 의장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기업집단 지정자료에 허위·누락이 있으면 동일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외국인은 형사제재를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든 쿠팡㈜를 지정하든 계열사 범위는 동일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다만 쿠팡이 국내에서 사업하고 이익을 벌어들이는 기업인데도 김 의장이 국적을 이유로 규제망을 벗어나게 된 만큼 ‘특혜’ 논란과 함께 각종 노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쿠팡에 대한 감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게 됐다.

만약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기고, 매년 제출하는 지정자료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김 의장은 쿠팡 Inc 지분율이 76.7%에 달하는데도 이런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김 의장과 친인척 사이 거래도 알 수 없게 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결국 외국인에게 국내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지에 관한 실효성 문제인데 만만치가 않다”며 “아마존코리아나 페이스북코리아 자산이 5조원이 넘었다고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 형사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인지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쿠팡 논란으로 불거진 총수 지정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총수의 정의, 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연구용역을 통해 이를 명확히 하고 이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도 한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계 외국인이 국내에 대기업집단을 만든 사례가 처음 등장했고, 국내에 친족도 있다”며 “이런 때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