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임명, 여권에게 ‘문심(文心)은 없다’는 신호...김부겸 지명 ‘靑-野대치’ 않겠다는 뜻
‘친문’ 울타리 안주한 민주당에게 ‘친문’ 탈피해 차기 대선후보 중심 분화의 길 열어줘

집권세력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본격 정비에 들어갔다.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짊어졌던 ‘민주진보진영의 심장’의 역할을 내려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선후보 중심으로 ‘새로운 심장’을 만드는 과정에 돌입했다.

4.7 재보궐선거 여권 참패가 그 계기점을 만들어줬고 지금 진행 중인 당·정·청 개편은 이러한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즉 청와대와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무난한 국정 마무리에 전력을 다하고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함께했던 ‘문재인’의 품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관문에 돌입했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관리를 위한 화합·통합형 인사에 주력한 반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윤호중 원내대표 선출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청와대는 정치적 대치전선의 한 복판에서 비껴서기 위해 새로운 과제를 추진하기보다는 지난 4년 간 추진된 정책들에서 성과를 도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임명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기는 민주당’, ‘중단 없는 개혁’을 내선 윤호중 원내대표를 선택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정부와는 달리 ‘개혁’ 의제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정치적 신호를 냈다. 이는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와 정책비전’을 만들어 새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정권 재창출’은 집권당이 현재권력으로부터의 탈각해 새 심장인 차기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명박 한나라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으로 바뀐 것이 전형적 사례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경우 대선후보인 노무현 전 대통령 중심으로 재편되지 못해 집권 1년차에 사상초유의 집권당 분당사태로 갔다.

문 대통령의 이철희 민정수석 임명은 ‘정권 재창출’에 나설 민주당에 대한 선제적인 거리두기다. 통상 대선 국면에서 여권 대선후보 중심으로 ‘차별화’와 거리두기가 전개됐던 것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먼저 ‘민주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문 대통령은 여권에게 이른바 ‘문심(文心)’은 없다는 뜻과 여권 내 권력교체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이 수석 임명으로 가감 없이 보낸 것이다. 따라서 이 수석은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민주당이 문 대통령으로 독립해 공정한 경쟁을 통한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내는 데 조력자 역할을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지명도 비슷하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총리 후보자 인사발표 직후 꺼낸 화두가 ‘협치와 포용, 국민통합’이며 ‘성찰’이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는 “야당과 협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야당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아울러 김 후보자는 자신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통과될 경우 “무엇보다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우리 국민들이 계획대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임기 중 코로나19회복과 민생회복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행정부가 향후 1년 동안 정쟁의 중심에 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임기 동안 국정 마무리에 치중하면서 야당과의 대치전선을 형성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민주당에는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내보낸 것이다. 즉 문 대통령이 먼저 민주당에 거리를 두면서 ‘차별화’ 행보를 한 것이다.

이는 과거 현재권력들이 취한 태도와는 상반된다. 최대한 여권 내 차기권력 경쟁을 미루거나 차기 대선후보 경선과정에 자신의 의중이 반영되도록 노력했지만 문 대통령은 다른 스탠스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선택은 민주당 내부의 원심력을 높여 차기 대선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친문’의 울타리에 놓여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맞붙은 윤호중 의원과 박완주 의원도 큰 틀에서 ‘친문’의 범주다. 이는 지난 4년 재임기간 중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에 안주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4.7보선 패배로 민주당은 새롭게 혁신해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러나 이는 존재가 약한 몇몇 ‘비문’이 주도권을 장악해 추진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다수 세력인 ‘친문’ 스스로가 ‘문재인’으로부터 탈피해 차기 대선후보 중심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 길을 열어준 측면이 강하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