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바보라 생각해선 안된다”...“국민심판의 ‘보약’ 입에 쓰더라도 제대로 마셔야”
[폴리뉴스 송정훈 정경국 부국장] “촛불정부가 이럴 수 있느냐”며 분노한 민심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 여당에 철퇴를 내린 다음날. 집권당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이 심판을 내렸으니 지도부란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 문제는 어떻게 내려왔으며 당을 수습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거다.
민주당의 지도부 사퇴 과정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물러난 민주당 지도부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박성민·박홍배 최고위원 등 8명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9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심판에 따라 사퇴해야 한다고 한 최고위원 중 현역은 노웅래, 양향자 의원 뿐이었다”며 “여기에 지명직 2명의 최고위원만 동조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자는 인사가 4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를 주도한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의 정통이자 뿌리라는 평가다. 서울 마포구 갑에서 4선에 성공한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시작으로 민주당에만 머물렀다.
그의 아버지는 2014년도에 별세한 노승환 전 의원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 돌풍을 일으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1971년 4월 7대 대선 한달 뒤 열린 8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신민당으로 서울 마포에서 당선돼 5선 의원을 지냈다. 이후 1995년부터는 민선 1, 2기 마포구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노승환-노웅래로 이어진 정치가문은 민주당의 전통이라고 불린다.
노 의원은 “8일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하고 의총에 올려 추인을 받는 형식으로 가야 국민의 심판을 준엄하게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김종민 최고위원 등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정말 모양새가 우스워졌고 결국 화상 의총에 가서야 최종 결정이 났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민주당 지도부는 마지막까지 외면했다. 이제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비대위 구성이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맡았고, 친문재인 성향 의원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장이다. 이 연구원은 친문 패권주의 논란으로 2018년 해체된 부엉이 모임이 주도해 만든 단체다.
이번에 비대위원으로 선임된 민홍철, 이학영 의원 역시 민주주의 4.0 소속이다. 이밖에 비대위원인 김영진·오영환·신현영 의원과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도 인적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 몇 사람을 딱 짜서 최고위 회의에 보고했다고 들었다”며 “이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다시 당 수습을 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청와대) 윗선의 오더를 받는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서울, 부산 등을 중심으로 국민들은 여당에 대대적인 쇄신과 반성을 요구했다. 국민 손으로 뽑은 선출직이 제대로 일을 안하고 비리를 저지르면 언제든 그 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보복투표’를 한 게 4.7 재보선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최근 <폴리TV 김능구의 정국진단>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여권은 정책과 정부 쇄신을 통해서 국민의 심판과 분노를 흡수해야만 한다”며 “청와대를 비롯해 집권여당도 고강도의 전면 쇄신에 나서야만 내년 대선에서 반전의 계기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4.7 보선이 여당에게 보약이 되려면 뼈저린 자기 반성과 혁신을 해야 한다. 무늬만 쇄신, 입으로만 보약을 마셔선 (여당이)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지켜보면서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딱 하나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문재인 정부와 집권세력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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