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S 범주, 사회적 합의 필요…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양성해야
ESG 의무공시 확대 속도 더 당겨야…ESG 평가업 규율 수단 필요

지난 24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은 ESG의 범주가 광범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진=폴리뉴스>
▲ 지난 24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은 ESG의 범주가 광범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의욕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다. 아직은 ESG가 무엇인지 불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ESG 평가 체계도 없기 때문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떤 것이 ESG인지 범주가 광범위하고, (금융사들이) 기업들의 ESG를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연합(EU) 같은 해외와 달리 국내 금융권에서 ESG 경영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는 의미다.

ESG경영은 재무성과 외에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적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으로 EU와 북미 등에서 중요한 기업 평가척도로 자리 잡았다.

올해 들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도 ESG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E(환경) 분야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거나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기조에 발맞춰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금융사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며 “탄소배출량 감축 등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가능한데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ESG 가운데 E는 잘하는 반면 S와 G를 잘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떨까. 이 연구위원은 “친환경 기업이지만 노사관계가 나쁘거나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며 “지금은 ESG 정보 공시도 부족하고, 의무공시대상 기업도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사가 향후 투자할 기업과 투자하지 않을 기업을 평가할만한 정보와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금융사 중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목표 달성 기간이 불명확한 곳도 있어서 이들의 탈석탄 선언이 잘 진행될지는 상당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불명확한 S 범주, 사회적 합의 필요…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양성해야

금융권의 ESG 중 S(사회)분야에선 사모펀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소비자 보호 강화를 비롯해 혁신금융 지원, 소외계층 지원, 사회적 채권 발행 등 다양한 것들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S분야는 ESG 중에서 가장 범주가 넓고 불명확한 분야”라며 “현재 거론되는 것 말고도 S에 포함시킬 것들이 많고,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이 등장할 수도 있으므로 S분야에 대한 충분한 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산업재해 문제나 근로자들과의 관계 등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므로 (S분야는) ESG 관련 리스크도 가장 클 수 있다”며 “그만큼 중요한 분야이므로 학계와 정책당국 등 논의를 거쳐서 ‘이 정도면 중요한 S 항목’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규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현재 금융사들의 S분야 추진 성과에 대해선 “물리적인 근무환경이나 커뮤니티 공헌 활동 등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관계형 금융 등은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 ESG경영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자금지원 등 금융사들의 관계형 금융 효과가 더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ESG 중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받는 분야는 G(지배구조)다. 사외이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견 개진을 거의 하지 않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 사외이사 선임 과정이 독립적이지 않은 데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비중도 타 업계에 비해 저조하다는 비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는 소비자 보호보다는 주주이익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주주의 이익과 소비자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외이사의 역할을 거론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다만 “소비자 보호를 통해 금융사의 평판 및 고객 기반 강화가 이뤄져 주주이익도 강화될 수 있다는 차원에선 사외이사들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견 개진이 필요할 수 있다”며 “공공성이 높은 금융사(특히 은행)는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할 이사라도 소비자보호를 우선시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선 “실제로 사외이사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이사회 안건 같은 경우 사전에 안건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친다”며 “그러다보니 당연히 반대 의견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론 국내 사외이사 풀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순환적 인사가 이루어지는 점,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는 내부 임원 의견에 동의할 뿐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한정적인 풀 내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를 순환적으로 선임하는 것이 문제”이라며 “반대의견을 잘 개진하는 사외이사는 타 금융사에서 다음에 잘 불러주지 않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여성 사외이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력이 적극적으로 양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여전히 사외이사 선임 시 연령,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한 인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며 “전문성이 없는 인력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비를 맞추기 위해 선임할 순 없으므로,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의무공시 확대 속도 더 당겨야…ESG 평가업 규율 수단 필요

최근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가 제정한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에 따라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대한 자율공시를 더 활성화하고, 2025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의무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녹색금융인프라 정비의 일환으로 환경정보 공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거래소의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제정은 기업들의 ESG 관련 정보 공시 표준과 원칙을 국내 최초로 제시하게 됐다는 의의가 있고 바람직하다”면서도 “E, S, G를 구성하는 각각의 권고지표가 굉장히 한정적으로 정해진 점, 이것들이 기업 가치나 투자자들의 성과 측면에서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등 근거가 부족한 점”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금융당국의 의무공시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영국, EU 회원국 뿐 아니라 아태지역 주요 국가인 중국, 일본, 싱가폴 등에 비해서도 (우리나라는) 뒤쳐져 있다”며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 빠르게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에 ESG 평가업 규율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외부 ESG 평가기관들의 평가에 크게 의존해 투자해야 한다”며 “그런데 ESG 평가업을 국내 의안분석서비스 기관에서 겸업한다던지, 평가방법론 상의 투명성 및 일관성이 부족하다던지 같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하는 입장에선 혼란이 생기고, 왜곡된 투자가 많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는 ESG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정부당국이 ESG평가업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평가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 연구위원은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사들에게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해 ESG경영 추진 현황을 관리·감독하게 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다만 “내부 임원이나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의 ESG에 대한 이해, 공고한 추진 의지가 확립되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우려하며 “그들이 ESG 관련 리스크,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으므로 ESG에 대한 교육을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사내에 ESG경영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왼쪽)이 전규열 폴리뉴스 정치경제 국장(오른쪽)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 지난 24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왼쪽)이 전규열 폴리뉴스 정치경제 국장(오른쪽)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다음은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1. 지난해부터 금융사들이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색산업과 혁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 전문가 입장에서 현 금융사의 ESG경영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는지?

지금은 ESG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에, 금융사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ESG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인프라는 취약한 상황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비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다. 아직은 ESG 기준도 광범위하고, 무엇이 ESG인지도 불투명하다. ESG를 잘 하는지 평가할 만한 정보도 부족하다. 때문에 신뢰성 있는 평가가 확립되지도 못했다. 유럽의 경우엔 시장에서 ESG에 관심을 보인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다. 금융사들이 ESG경영 성과를 내려면 시장에서 ESG에 큰 관심을 보이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를 내기 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금융사들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내부 임원이나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들이 ESG에 대한 이해와 추진 의지가 공고히 확립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불분명하다. 아직까지 ESG 관련 리스크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 ESG에 대한 교육을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통해 사내에 ESG경영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2. 최근 주요 금융사들이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준 건 E(환경) 분야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거나,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기조에 발맞춰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도 했다. E분야에서 금융사들이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탈석탄’을 선언하긴 했지만 금융사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탄소배출량 감축 등 기업의 ESG활동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가능한 일인데,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ESG 가운데 E는 우수한데, S와 G가 좋지 않은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친환경 기업이지만 노사관계가 나쁘다든지,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다든지 할 수 있지 않나.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썬 쉽지 않다. 금융사가 향후 지원할 기업, 지원하지 않을 기업을 평가할 만한 정보와 수단이 제한이다. ESG정보 공시도 부족하고, 의무공시대상 기업도 적다. 탈선탄 선언은 했지만 잘 진행될지는 상당히 우려된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탈석탄 목표 달성 기간이 불명확한 점도 문제다. 아직까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인 금융사도 있을 것이다.

탈선탁도 중요하지만 에너지‧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데에도 금융사들이 관심을 두면 좋겠다. 친환경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중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해외에서는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금융사들이 많이 나서서 하고 있다.

3. 2번 질문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금융사들의 녹색금융 지원을 유도하고, 한국녹색금융공사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등 금융사들의 ESG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 특별법에서 주목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민간이 적극 참여해서 녹색금융을 활성화시킨다는 기본원칙에는 공감한다. 뭐든지 시작하는 단계에선 공공부문이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실제로 내놓은 녹색금융 지원 목표는 별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녹색산업 분야 자금공급 비중을 2030년까지 16.8%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산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EIB(유럽투자은행)의 2019년 전체 대출 중 기후행동 관련 비중은 30.9%다. 독일 KfW의 2019년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약정액 비중도 38%다. 우리나라도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보다 강화할 여지가 있을 것.

금융사들에게 내부적으로 ESG 관련 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하는 등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법안의 내용에도 동의한다. 지배구조 차원에서 녹색금융을 촉진하기 위한 권한과 책임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명확히 부여되어야만 ESG경영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녹색금융공사 설립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독자적인 공사 설립이 반드시 필요한지, 아니면 기존의 (정책금융) 기관들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개인적으론 공사 설립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중앙집중적 집행도 중요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법으로 설립을 규정하려면 독자적인 공사 설립이 필요한 근거가 지금보다 더 확실해야 할 것. 이미 산은 같은 곳에서 녹색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기존 기관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4. S(사회) 분야에선 사모펀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소비자 보호 강화, 혁신금융 지원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 확대 등이 주요 과제다. S분야에서 금융사들이 잘 하고 있는 지점과 아직 부족한 지점을 꼽는다면?

우선 ESG 중에서 가장 범주가 넓고 불명확한 것이 S분야다. 산업재해 문제나 근로자들과의 관계 등에서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에, ESG 관련 리스크도 S분야에서 가장 클 것이란 평가가 많다. 즉 ESG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불명확한 분야가 S다. 지금 S분야로 거론되는 건 사회적 채권 발행, 소외계층 지원, 지역사회 개발, 근로환경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S에 포함시킬 것들이 많고,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이 등장할 수도 있다. S분야에 대한 충분한 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학계와 정책당국 등의 논의를 거쳐서 ‘이 정도면 중요한 S 항목’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규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금융사들이 물리적인 근무환경이나 커뮤니티 공헌 활동 등에선 어느정도 표면적으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 관계형 금융 등은 보완할 여지가 있다.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다. 과거엔 상호금융사들이 신용평가 점수 등 정량적 평가 없이 돈을 빌려주고도 떼일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관계형 금융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호금융도 점점 점수로 평가하고, 담보잡고 대출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ESG경영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자금지원 등 금융사들의 관계형 금융 효과가 더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가장 아쉽다.

5. G(지배구조)는 금융사들의 ESG경영 중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받는 분야다. 사외이사와 감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견 개진을 거의 하지 않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 사외이사 선임 과정이 독립적이지 않은 데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비중도 타 업계에 비해 저조하다는 비판 등이 대표적. 이 같은 비판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일단 금융회사가 주식회사인 경우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의견개진을 해야 한다. 소비자는 주주 외에 기타 이해 관계자이므로 소비자 보호보다는 주주이익 보호가 우선이 되는 것이 맞다. 다만 소비자 보호를 통해 금융사의 평판 및 고객 기반 강화가 이루어져 주주이익도 강화될 수 있다는 차원에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견 개진도 필요할 것. 또한 공공성이 높은 금융사(특히 은행)의 경우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할 이사라도 소비자보호를 우선시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주의 이익과 소비자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외이사의 역할을 거론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들이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의견 개진은 제대로 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실제 사외이사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이사회 안건 같은 경우 사전에 안건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반대 의견이 적을 수밖에 없고,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사외이사 풀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순환적 인사가 이루어지는 점,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의 경우 내부 임원들의 의견에 동의할 뿐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한정적인 풀 내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를 순환적으로 선임하다보니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 반대의견을 잘 개진하는 사외이사는 타 금융사에서 추후 잘 불러주지 않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여성 사외이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력이 적극적으로 양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여전히 사외이사 선임 시 연령,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한 인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모아놓은 풀에서 여성에게 우선순위를 줄 순 있겠지만, 전문성이 없는 인력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비를 맞추기 위해 선임할 순 없지 않나. 현재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고, 사외이사 선임 시 성비를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괴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6. 향후 금융사들의 ESG경영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정책 부문에서 개선 및 지원해야 할 점은 무엇일가. 전문가 입장에서 제언한다면?

최근 금융당국이 거래소가 제정한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에 따라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대한 자율공시를 보다 활성화하고, 2025년 일정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서부터 의무공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녹색금융인프라 정비의 일환으로 환경정보 공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의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제정은 기업들의 ESG 관련 정보 공시 표준과 원칙을 국내 최초로 제시하게 되었다는 의의가 있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E, S, G를 구성하는 각각의 권고지표를 굉장히 한정적으로 정해놨다. 또한 이것들이 기업 가치나 투자자들의 성과 측면에서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등 근거가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공시의무 대상 기업 확대 속도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느리다. 영국, EU 회원국 뿐 아니라 아태지역 주요 국가인 중국, 일본, 싱가폴 등에 비해서도 뒤쳐졌다.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도 속도가 느린 셈.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기업들이 공시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 그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할 것. 다만 속도는 땡겨야 한다.

국내 기업에 대한 ESG 평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ESG 평가업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로는 금융사들이 외부 ESG 평가기관들의 평가에 크게 의존해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ESG 평가업을 국내 의안분석서비스 기관에서 겸업 한다던지, 평가방법론 상의 투명성 및 일관성이 부족하다던지 같은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은 해외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다. 평가기관에 따라서 등급 편차가 심하다. 이 경우 투자하는 입장에선 혼란이 생기고, 왜곡된 투자가 많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ESG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ESG평가업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평가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정부당국이 상당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정책금융기관의 ESG 투자 및 자금지원 비중 확대 로드맵 마련, 연기금의 ESG 투자 관련 수탁자책임 강화도 필요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도 필요하다면 개정을 해야 한다. 또한 감독당국이 ESG 요소를 고려한 금융사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금융회사 위험(관리실태) 평가 체계에 ESG요소 정성평가 등이 반영되도록 개선해준다면 금융사들이 ESG 관련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금융사 자체적으로도 ESG 관련 금융회사 공시 및 컴플라이언스 이슈 점검 가능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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