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안철수, 말로만 수용..정작 받아들인건 없다"
양측 입장차 극명, 협상 테이블 다시 마주할 지 불투명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이 '룰' 수렁에 빠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9일 야권 승리를 위해 "김종인·오세훈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양측이 생각하는 '협상 룰'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단일화 논의는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입장차가 극명해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실마리가 풀리는가 싶으면 다시 꼬이는 '단일화' 

앞서 양측은 1차 데드라인으로 뒀던 후보 등록일 이전(19일) 단일화에 실패했다. 단일화 협상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진전은 보이지 않아 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며 국민의힘의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접점을 찾지 못하던 야권 단일화 협상에 급진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바로 오세훈 후보측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양측의 공방은 이어졌다.
   
오 후보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가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경쟁력 (조사 방식)은 받겠다고 하면서 적합도는 사라졌다. 유무선 (배합 비율)도 협상하겠다는 표현을 썼다"며 "수용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불투명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백브리핑 내용을 듣고 제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기자회견과 백브리핑 내용을 종합해보면, 협상 재개를 요청한 정도에 불과할 뿐이지 새로운 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안 후보 기자회견 이후 국민의당 실무협상팀장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유선전화 포함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비율 부분은) 실무협상단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설문 문항에도 두 후보의 경쟁력을 묻는 것을 전제한 바 있다. 

오 후보는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저희 안을 다 받는다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안을 100% 다 받겠다는 건지 불투명해졌다"면서 "이태규 팀장이 그동안 그런 형태를 해왔다는 보고를 여러번 받았는데 오늘이 그 결정판"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안 후보의 모호한 기자회견 내용과 이 사무총장의 백브리핑 내용이 달라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또 "'경쟁력은 받겠다'라고 하는데, 적합도는 어느새 사라졌다. 유·무선도 받겠다가 아니라 협상하자고 했다"면서 "우리 당은 김종인 안과 오세훈 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으로서, 우리 당과 오세훈이 협의한 국민의힘 '당의 안'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당 측은 안 후보가 전격 수용하겠다고 한 내용은 지난 17일 오후 9시 30분 실무협상단 회의 이후 정양석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한 브리핑 내용을 근거로 했다며 반박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당시 정양석 사무총장의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읽으면서 "경쟁력 조사는 피하지 않겠으나 가상 대결은 전례가 없어 수용하지 못한다. (국민의힘 측은) 유선전화를 10%라도 반영하자는 조정안을 냈다"고 정 사무총장의 발언을 언급했다. 이태규 사무총장이 언급한 안이 협상 테이블 상에서의 국민의힘의 마지막 제안이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협상안 두고 국민의힘·국민의당 공방

양측의 혼선이 발생하는 것은 앞서 두 후보간 주고 받았던 합의안은 사라진 채 이태규 사무총장이 실무 협상단간 논의되던 안들의 절충안을 기자들에게 전하면서다. 

오세훈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을 수용한 데 대해 늦게나마 잘 되었다는 입장"이라고 하면서도 "유선전화 방식 10% 반영과, 오 후보가 제안한 두 개 기관에 적합도와 경쟁력을 따로 묻는 방식을 협상하는 게 김종인-오세훈 안"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가 제안한 안이란, 안 후보가 먼저 두 여론조사 기관에 각각 '경쟁력과 적합도'를 묻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다시 수정해 한 여론조사 기관에는 경쟁력만을, 또다른 여론조사 기관에는 적합도를 물어서 최종 합산하자고 제안한 방안을 말한다. 

정양석 사무총장은 오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측) 만남을 전제한 것은 안철수 후보가 두 가지를 다 수용한다는 전제에서 만난다고 한 것이지, 입장이 다르다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 사무총장은 "안 대표가 명쾌하게 말씀했는데 이태규 사무총장이 다르게 말한 건지, 아니면 그게 안 대표 뜻인지 명쾌하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성일종 의원은 "어제(18일)도 오전 8시에 오세훈 후보가 안을 냈다. 이후 오전 10시 40~50분쯤에 이태규 사무총장이 우리 단장에게 전화해서 '못 받겠다'라고 했다"라면서 "이후에 낮 12시 15분쯤에 안 후보가 (오 후보 안을) 받겠다고 이야기했다. 1시간여밖에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목소리가 다른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의 최종안은 17일 정양석 총장의 브리핑안이고, 국민의힘의 최종안은 18일 낮 12시쯤 안 후보가 수용하겠다고 한 안인 셈이다. 이처럼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애초 이날 재개될 것으로 보였던 실무협상단 회동은 무기한 연기됐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국민의당 입장이 안 후보와 조율이 되지 않는 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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