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회의원 등 불법 사찰 정보위 보고 
與 'MB정권 사찰 의혹'에 '정보공개 촉구안' 발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과거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MB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범위를 확장하며 정보공개 특별법 추진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국민의힘은 불법 사찰 진상 규명을 하더라도 선거 이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전 정부의 불법 사찰을 규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의혹이 정국에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4.7 재보궐선거의 뇌관이 될 지 주목된다. 

국정원 '직무범위 이탈정보' 명명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16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MB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12월 1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지시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신상자료 관리 협조 요청' 문건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 60년 불법사찰의 흑역사"라며 국회에 흑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특별법을 입법화 해달라고 요청했다. 

MB정부 불법 사찰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발족된 개혁위 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박재동 화백, 명진 스님 등 이른바 '좌파 성향'으로 규정된 인물들에 대한 사찰 문건을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며 처음 확인됐다. 당시 개혁위의 발표에는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사찰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은 정치인과 민간인 사찰을 '직무범위 이탈 정보'라고 공식 명명했다"면서 "직무를 벗어난 정보수집 자체가 불법이기에 그 내용도 불법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국회 정보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요구가 있을 경우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일단 국정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사찰 자료를 취합하는 것을 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본 뒤 국회 차원에서 추가 자료 요구를 의결할 지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건 선거와 관계가 없다"며 "특별법도 (재보선이 열리는) 4월 7일 이전에 마련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사찰 문건 원본 공개 파장

특히 18일 <한국일보> 보도에서 당시 인천 남동구청장이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에 대한 국정원 사찰 문건 원본을 통해 MB정부가 야당을 어떻게 규정하고 다루려 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파장이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9월 15일 작성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서는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해 종북, 이념 오염, 주민현혹, 국가 정체성 훼손 등의 표현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이들을 압박하기 위한 정부 부처별 '액션 플랜'까지 짜서 내려 보낸 사실이 문건에 담겨있다.

문건까지 공개되고 전 정부의 불법 사찰이 여야를 불문하고 18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주요 주자들이 모두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18대 국회 당시 여당 의원이던 나경원, 박민식 전 의원과 야당이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던 오세훈 전 시장 등이 있다. 

특히 부산시장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형준 예비후보는 MB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상황인 만큼 민주당은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허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국정원 불법 사찰 관련해 어떤 보고를 받았고, 무슨 용도로 그 자료를 활용했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만약 (사찰에) 관여했다면 부산시장은 '전직 사찰했던 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 정권 불법 사찰 선거 변수 되나

민주당은 이번 불법사찰을 연일 확대하며 정보공개 특별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여권의 공세를 선거용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전 모든 정권의 불법 사찰을 규명은 하되, 선거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병기 의원은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사찰 의혹)은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보기관에 지시해 수장이 업무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결국은 자료 제출 요구와 특별법까지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의 정보공개 청구를 추진하고 있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소리가 딱 낮아진다. 그때면 도청이 되는 것으로 의심했다"면서 "이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여야가 함께 이 판도라 상자를 열어야 할, 헌법을 유린하는 아주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저급한 공세라며 반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서슬퍼런 (문 정부) 임기 초에도 안 보였던 문건이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과연 우연일까"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법 사찰 기록 공개에 대해 "국회에서 결정해주면 편하겠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국정원의) 60년 흑역사라고 했기 때문에 과거에도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노무현 정부 때는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다"고 했다. 

한편, MB정부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국민 10명 중 6명은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폴리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6일 실시한 조사에서 해당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은 61.8%, 정부 여당의 정치적 공세라는 응답은 29.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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