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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불확실한 바다, 이익과 리스크를 공유하는 삶

 

바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공간으로 풍요로움의 이면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존재한다. 바다가 길러준 해산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발 디딜 수 없는 바다로 나가야 하고, 그곳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의 수확은 노동력의 투입과 결과물의 양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어선어업의 경우 바다의 물고기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장과 선원들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어획량이 적을 수 있고, 운이 좋아 노력에 비해 어획량이 많을 수 있다. 노력에 대한 결과가 반드시 인과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선장과 선원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동원하여 실패를 최소화하고 어획량을 늘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바다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다의 불확실성은 위험함으로부터 비롯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험제도의 발달을 가져왔다. 15세기 유럽의 대항해시대가 펼쳐지면서 해상활동의 범위와 무역량이 증가하는데, 이때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보험제도가 정착하게 된다. 항해술의 발달에 따라 원거리 무역이 가능해지고 단 한 번의 성공으로도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망망대해의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고, 폭풍우에 수많은 배들이 좌초하는 가운데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모험이었다. 

우리는 바다의 자원과 그 가치를 이익의 공유와 분배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바다를 공유하는 마을어장의 경우 해안가 갱번(강변이나 바닷가의 전라도, 경상도 방언)을 공동체에서 관리하며 미역과 톳 등을 공동으로 채취하고 분배한다. 갱번의 해산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선어민들은 수산자원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마을어장의 이용과 노동방식, 분배 등은 공평함을 추구한다. 일종의 고정자산인 공유자원의 ‘자원체계’(resource system)는 이후의 사용자들을 위해 보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생산 내지는 공급되어야 한다. 동시에 주기적/지속적으로 사용가능한 공유자원의 ‘자원단위’(resourceunits)는 그 사용자들에게 ‘공정하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공유자원의 문제에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분배는 매우 중요하다. 자원을 체계적이면서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은 공유자원을 지속시킬 의무나 동기를 갖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를 공유하는 어민들은 자원을 분배하는 특별한 방식을 발달시켜왔다. 일명 ‘짓나눔’이라는 분배 관행이다. 서남해안에서는 주민들이 전통시대부터 ‘똠‧주비‧통‧재건‧반’이라 불리는 해조류 채취조직을 결성하여 미역‧톳‧가사리 등을 공동으로 채취하고, 전체 채취량을 1가구당 1짓의 몫으로 나누는 짓나눔의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동해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미역짬을 관리하면서 미역을 수확하면 가구별로 짓나눔을 한다. 어선어업의 경우도 대부분 선주와 선원들이 어획물에 대해 짓을 나누어 분배한다. 대개 선주가 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어획물의 1/3 이상을 갖고, 선장과 기관장, 일반 선원 순으로 짓을 나눈다. 근래에는 어선원들에 대한 임금제를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익을 나누는 짓나눔(보합제)의 관행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삶에는 불확실성으로 비롯되는 리스크를 감당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오래된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불확실성은 이제 바다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시대에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은 대대로 주어진 토지를 경작하면서 예측 가능한 수확을 거두었지만, 현대사회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그리고 이후에 도래할 ‘뉴노멀(New normal)’은 불확실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최근에 사회적자본, 공유경제, 이익공유제 등의 주장과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각각 초점이 다르지만 명료한 것은 협력과 공유를 강조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나 이론을 이해할 때 ‘이익을 공유하는 것’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불확실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공유는 이익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나누어 짊어지는 것이다. 이미 오랜 전통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춘 바다의 삶을 반추해보아야 한다. 해안가 갱번의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수확량이 적었을 때를 감안한 것이기도 하고, 어민들의 짓나눔 관행 또한 풍어와 함께 흉어의 결과를 감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섬과 바다에서 배태된 삶과 문화 속에 현대사회의 불확실성과 그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는 오래된 미래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외되었던 섬사람‧바닷사람의 삶이 도시문명이 공존하는 길을 밝혀줄 수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 송기태 교수는 민속학을 전공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목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의 ‘섬 인문학’ 인문한국플러스 사업에 HK교수로 참여하고 있다. 도서해안지역에 전승되는 예능민속과 어촌민속을 조사‧연구하고 있다. 마을굿과 풍물, 무속 등을 통해 도서‧해안지역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해왔고, 근래에는 어촌문화사라는 관점에서 어촌의 생업발전 단계, 바다의 경작, 공유자원 등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전통의 미래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전통문화의 생태계’와 ‘전통의 현대적 적응모델’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어촌민속 연구로 「양식어업에 따른 생태인지체계의 변화와 해산물 부르기 의례의 진화」, 「어경(漁耕)의 시대, 바다 경작의 단계와 전망」, 「서남해 무레꾼 전통의 변화와 지속」, 「농촌과 어촌의 전통적 노동공동체 비교」, 「서해안 고창지역 어살어업의 변화과정 고찰」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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