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LG 본사(왼쪽)와 종로에 있는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 본사(왼쪽)와 종로에 있는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에서 미국무역위원회(ITC)가 LG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LG의 완승을 결정했다.

이와 같은 LG의 승소에 따라 업계에서는 빠른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폴리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런 전망과 달리 두 기업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소송 결과에 따라 서로가 생각하는 격차만 더 커져 빠른 합의보다는 장기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는 계속 대화를 통한 합의를 주장했다”며 “다만 합의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LG가 근거 없이 높은 비용을 합의금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은 양쪽이 서로 조금씩 조정하며 합의를 이룬다”며 “그런데 지금까지 LG는 전혀 조정을 하지 않았고, SK에서만 다양한 조정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합의를 위해서는 LG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대화를 통한 합의를 가장 우선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화가 되지 않으면 60일 동안 거부권 승인을 기다리고, 승인이 되지 않으면 항소 등 모든 절차에 대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TC가 22개 항목에 대해서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며 “이를 토대로 합의 비용을 산정할 것”이라며 충분한 근거를 갖고 합의 금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TC가 LG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LG는 급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ITC 최종 결정 이후 보고서에서 추가 소송 가능성을 들어 “합의금이 5조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배상금이 2배 이상 올라가는 특성을 고려한 예측으로, LG측에서는 더 높은 합의금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배터리 전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2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결정으로 조지아주에서 건설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갖고 있는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3.14% 오른 99만 원에 마감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4.22% 내린 28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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