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등 펀드 손실’ 신한, KB에 ‘리딩금융’ 지위 뺐겨…은행 순익은 전부 하락

국내 4대 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 국내 4대 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들이 10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저금리 기조로 크게 늘어난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은 결과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했다. 

8일 각 금융지주사 공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10조 8143억 원으로 전년(11조 278억 원)보다 1.93% 감소했다.

KB금융이 3조 4552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신한금융 3조 4146억 원, 하나금융 2조 6372억 원, 우리금융 1조 3073억 원 순이었다. 2019년 대비 30.18% 감소한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3개사 모두 5.7%(KB금융), 0.3%(신한금융), 10.3%(하나금융)씩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 속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을 견인한 건 이른바 ‘빚투(대출로 투자)’ 열풍이다. 주식 투자 증가에 따른 증권사의 순이익 성장세 등이 전체 지주사 실적을 밀어 올렸다.

우선 3년 만에 리딩금융 지위를 탈환한 KB금융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2조 2982억 원)과 KB손해보험(1639억 원)의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5.8%, 30% 감소했지만 KB증권(4256억 원)은 65%나 상승했다. 주식 거래대금과 고객 수탁고가 늘면서 수탁수수료가 2451억 원에서 5953억 원으로 143%나 급증한 덕분이다. 또한 KB자산운용(573억 원)과 KB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의 순이익이 각각 17.1%, 24.6%, 36.3% 개선됐다.

4대 금융지주사 중 지난해 순이익 증가세가 가장 컸던 하나금융도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2조101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6.1% 감소한 것이다.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에 따른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은 주식 투자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46.6% 개선됐다. 이 밖에도 하나캐피탈(1772억 원)이 64.5%, 하나카드(1545억 원)가 174.4%, 하나자산신탁(808억 원)이 23.0%, 하나생명(266억 원)이 12.2% 각각 증가한 순이익을 냈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 물론 증권계열사의 순이익도 부진했다.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논란을 빚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1548억 원)의 순이익은 29.9% 감소했는데, 라임 펀드 관련 손실로 2019년에 거의 없었던 대손상각비가 1058억 원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 증가로 45.6%나 늘어난 수수료 수익(7046억 원)도 이를 만회하진 못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2조 778억 원)도 전년 대비 10.8% 줄었다. 반면 신한카드(6065억 원)와 신한생명(1778억 원),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2793억 원)은 각각 19.2%, 43.6%, 73.9% 증가한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감소한 순이익을 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1조 3632억 원)의 순이익이 9.45% 줄었고, 우리금융캐피탈(590억 원)도 순이익이 41.9% 감소했다. 우리카드(1202억 원)과 우리종합금융(629억 원)의 순이익은 각각 5.3%, 17.8% 증가했지만, 전체 실적 부진을 만회하진 못했다. 또한 우리금융은 나머지 3개 금융지주사와 달리 증권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주식 투자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확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편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최대 실적 갱신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은 전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당국이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한 자본금을 쌓으라며 금융지주들에게 ‘배당성향 20%(순이익의 20% 이내 배당)’를 권고한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은 5~7%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770원으로 의결했다. 2019년 대비 배당성향은 6%포인트 내려갔고, 주당 배당금은 440원 줄었다. 하나금융도 지난 5일 이사회에서 2020년도 배당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350원(중간배당금 포함 1850원)으로 의결했다. 2019년 대비 배당성향은 약 6%포인트, 주당 배당금은 250원 줄었다.

이환주 KB금융 부사장은(CFO)는 실적 컨퍼런스콜 과정에서 “배당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격 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당국의 권고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배당 축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전무(CFO)도 “배당축소는 이번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주주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정책을 3월 초 이사회로 미뤘다. 그러나 이들이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20% 이상 배당 성향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는 “감독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다른 요인을 고려할지 3월 초까지 이사회 열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지침)이 금융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나왔기 때문에 챌린지(이의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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