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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② “북유럽 복지국가, 사회적 대타협 전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코로나 위기는 동시다발적, 1930년 대공황보다 더 심각할 수도
코로나가 새로 만들어낸 문제는 방역과 보건문제 뿐...우리 사회 민낯 드러나
무형자산과 공유자산의 대두, 노동=소득 등식관계 깨지며 '기본소득' 필요
기본소득은 복지 문제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소득 재분배 하는 1차 분배의 문제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단순히 의료 문제, 안전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인의 생활패턴과 자본주의 시스템, 국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었지만 코로나가 언제쯤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고,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폴리뉴스>는 2021년 ‘새해를 여는 사람들’ 특집으로 지난 1월 21일 서울혁신파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서 지구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소장을 만나 그의 제안을 들어봤다.

홍기빈 칼폴라니연구소장은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북유럽 복지국가의 사회적 대타협 전제는 성장과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성장과 복지는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선순환 관계를 만든다. 우리나라도 제도의 틀을 다시 짠 다음 노동과 자본을 설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는 1930년 대공황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익혀온 대응 매뉴얼은 정부가 큰 돈을 풀어 금융시스템과 대기업을 지켜내면 시스템 붕괴는 막을 수 있었다. 일종의 FIREWALL(방화벽)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통한다. 불꽃이 동시다발로 터지면 방화벽이 소용 없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공항의 위기를 예고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굉장한 충격을 가져왔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가 새로 만들어낸 문제는 방역과 보건문제 밖에 없다"며 "자영업자 문제, 노동시장 문제, 교육격차 문제 등은 원래 다 있던 문제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외생적인 충격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 이미 잠재하고 있던 문제가 악화되면서 정면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우리사회에 가장 위기의 세대가 55세 이후의 '베이비부머'라며 이 세대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3가지 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첫번째는 55세 넘은 사람들이 '산업전환'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폭발적으로 팽창시키는 일이며, 두번째는 그린뉴딜로 '생태전환'에 필요한 생태 관련 일자리이며, 세번째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서 여기서 창출되는 돌봄노동, 사회복지 관련 노동 등 '사회전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대책으로 나오는 기본소득에 대해 “기본소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첫번째, 완전고용 신화가 끝났기 때문"이라며 "완전고용은 20세기 2차 산업혁명에서의 특수한 현상에 불과하다. 기술변화 때문에 노동시장이 일하고자 하는 사람을 다 흡수할 수 없다. 노동=소득의 등식 관계가 깨졌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무형자산과 공유자산의 대두"라며 "사회 전체가 창출한 자산이 지금 몇 개 대기업의 사유물로 되어 있다. 이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이 가치를 재분배하려면 대안적인 분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시스템의 확장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새로운 산업사회에서 노동의 완전고용이 무너지고, 무형자산과 공유자산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득의 분배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1차 분배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근본적인 대안으로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사회적 대타협 전제는 성장과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주류 경제학에선 이 둘이 상쇄관계라고 본다. 성장이냐 복지냐 둘 중에 하나를 하면 다른 걸 희생해야 되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런데 성장과 복지는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선순환 관계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도덕적·정치적 차원에서만 복지가 늘어나야 된다는 설득을 할 게 아니고,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다시 짠 다음에 노동과 자본을 설득해야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기빈 소장과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사람들이 지금 막연한 불안감에 살고 있는데, 번역하신 책 ‘붕괴의 다섯 단계’에서는 붕괴의 단계로 금융붕괴, 상업붕괴, 정치붕괴, 사회붕괴, 문화붕괴를 이야기한다. 

책을 쓴 사람은 드미트리 오를로프(Dmitry Orlov)라고 소련이 붕괴하는 걸 보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다. 그 다섯 개의 붕괴가 꼭 기계적으로 순서를 밟는다기 보다 실제 소련이 붕괴하는 과정이라든가 지구상에서 다른 나라들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면 맨 밑바닥부터 문화, 사회, 정치, 상업, 금융, 이렇게 되어 있다는 거다. 

제일 취약한 부분이 금융이다. 자산시장은 툭하면 무너진다. 이게 심화되면 상업이 무너지고, 정치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이렇게 완벽한 붕괴가 이뤄지면 다 날아간다. 이 책의 조언은 ‘금융붕괴 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 저절로 낫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모조리 다 무너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 상황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적용되는 사례는 1930년대 세계문명이다. 29년 월스트리트에서 주식이 붕괴된 다음 세계 무역이 무너졌고, 파시즘이 나타나고, 계급투쟁이 격화되고,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80년대 소련 붕괴 등 여러 가지 예가 있지만 이번 코로나 경우는 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29년 위기는 금융부터 시작해서 무역관계, 정치관계, 이렇게 차근차근 진행됐는데 코로나 사태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금융시장에서 자산 인플레가 벌어지고, 세계무역 가치사슬이 심각하게 바뀌고, 각 나라에서 정치적 위기가 나타나고, 사회 불안이나 긴장도 심하다. 코로나는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경고하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차례차례 막아야 된다는 매뉴얼이 안 통할 수 있다. 

30년대 벌어졌던 공황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위기에 대응하는 일종의 표준적인 매뉴얼이다. 먼저 자산시장 가격에 거품이 생겨나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자산시장이 급락한다. 그러면 자산시장에 연결돼 있던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이나 신용의 위기를 맞게 되니까 무너지기 시작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한다.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거나 투자가 줄어들게 되면 그게 고용위기로 가고, 노동시장의 위기로 간다.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어지니 사회적·정치적으로 불안해지고, 파시즘이라든가 아주 극단적인 정치체제가 나타나고, 이게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세계전쟁으로 갔다. 

30년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익혀온 대응 매뉴얼은 금융시스템이나 기업들이 위험할 때 유동성을 풀어서 막으면 된다. 이걸 일종의 FIREWALL(방화벽)로 생각한다. 금융시스템과 대기업이라는 기둥을 지켜내면 시스템 붕괴는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큰 돈을 풀어서 은행들을 구제하고, 파산하는 대기업들을 막거나 인수합병을 시도해주는 식이다. IMF 때도 그랬고, 2008년 위기 때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통한다. 그때는 불꽃이 한군데서 터져서 불이 옮아오는 모델이지만 불꽃이 동시다발로 터지면 방화벽이 소용 없다. 
 
미국에서 노동시장이 붕괴한 건 이미 작년 4월부터다. 자영업자나 상공인들이 견딜 수 없으니까 다 해고한다. 그리고 사회를 봉쇄했다가 거리두기 했다가 이런 강력한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대기업이나 금융시스템이 버텨준다 하더라도 사회의 불안과 위기는 심화된다. 

큐어넌(Qanon)이라는 황당한 음모론이 있는데 이번에 의사당에 난입하게 된 배경에는 거의 광신에 가까운 그런 극우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사회 위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자산시장에서 오히려 인플레가 나타나고, 대기업이나 은행이 무너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이나 사회에서의 불안은 계속 불이 타고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정치적 위기가 안 나타날 수 없다. 여기서 기존의 매뉴얼대로 대기업과 금융시스템을 지킨다고 해서 무사할 수 있는 그런 위기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재정확대책을 쓰고 있다.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굉장한 충격을 가져왔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가 새로 만들어낸 문제는 보건문제밖에 없다. 원래 다 있던 문제들이다. 지금 중소상공인들 문제, 이미 2019년 이전에도 우리나라 자영업자 숫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제대로 된 좋은 일자리는 적고, 한 50살이 되면 다 잘린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협소함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많고, 자영업자의 영세성이라든가 부실함은 이미 전부터 있던 문제다. 이를테면 라이더들이나 택배기사 등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부르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지금 200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하는 외부적인 충격이 왔을 때 사회 내부에 이미 잠재하고 있던 문제가 악화되면서 정면으로 드러난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교육격차 얘기 많이 하는데 교육격차가 그 전엔 없었나? 직설적으로 말씀 드리면, 지금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는 학부모들이 많다. 수업이 이렇게 부실했는가?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정확하게 어떤 내용, 어떤 방침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사교육이 이렇게 증가한 부분이 있다. 그러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왔다고 교육격차가 새로 생겨난 게 아니고, 이미 존재하던 공교육의 부실함이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류층과 그렇지 못한 서민층하고 이미 존재했던 격차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코로나 위기’라고 부르는 건 맞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외생적인 충격으로 인해서 내부에 있던 문제들이 드러난 거지 새롭게 생겨난 건 좁은 의미에서의 방역과 보건의 문제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 거다. 1929년 월스트리트 주가 폭락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 위기의 중요한 부분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맞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정책에서 사각지대가 55세 이상의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가 55세를 넘으면 재진입이 힘들게 돼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주변적인 일자리만 있고, 숫자는 엄청나게 많다. 75세가 넘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혜택도 안 된다. 노인빈곤율이 굉장히 높다.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난다. 노동시장의 구조는 연령대가 계속 압축된다. 

지금 경제학에 맡겨 놓으면 노동시장이라는 한 단어를 써서 55세 이상의 사람들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정책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된다.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는 어떤 것이고, 일자리 대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게 나라 살림의 계획이고, 살림살이 경제다.

-그럼 55세 이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가야 될까.

보통 기존의 경제정책에서는 성장률을 높여야 된다고 얘기한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매뉴얼은 세금 깎아주고, 규제 풀어주는 것 딱 두가지다. 그러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게 되고, 노동시장에서 고용률이 늘어서 그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가게 된다’ 여기서 뱅뱅 돌고 있는데, 그렇게 안 되니까 지금 문제 아닌가. 이건 따로 고려를 해야 된다. 

우선 현존하는 노동시장이 55세 이상의 사람들을 흡수할 여지가 있느냐. 산업의 구조라든가, 기업의 여력이라든가, 분야를 실제로 조사해봐야 되는데,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지금 산업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어서 그분들이 일할 때 익혔던 스킬셋(기술역량, Skillset)이 지금은 안 맞게 되어 있다. 

55세가 넘은 분들을 삼성전자에서 30살짜리와 경쟁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별도의 노동시장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저는 그게 '사회적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돌봄이라든가 생태전환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지금 굉장히 많은 사회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세가지 축이 있는데, 첫 번째 산업전환이다. 55세 넘은 사람들이 산업전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같은 교육기회를 폭발적으로 팽창시키는 게 하나다. 

두 번째는 그린뉴딜이다. 대통령이 그린뉴딜 예산으로 90조 쓰겠다, 190만개 정도 일자리 만들겠다 했으니까 생태전환에 필요한 생태 관련 일자리들을 만들어서 여기에 이분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세 번째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서 여기서 창출되는 돌봄노동하고 사회복지 관련 노동 등 이 세 가지를 결합시키는 게 55세 이상 분들을 위한 일일 것이다. 일단 직업교육을 해야 되고, 생태일자리 만들어야 되고, 사회전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재난기본소득 등 기본소득 논의가 시작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차 재난기본소득을 전 도민에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찾아보니 지금 기본소득이 실행되고 있는 나라가 없더라.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인가?

제가 번역한 ‘21세기 기본소득’이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기본소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첫 번째는 완전고용이라는 신화가 끝났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노동시장의 완전고용을 정상적인 상태로 보는데, 이건 20세기 2차 산업혁명에서의 특수한 현상에 불과하다. 3차 혹은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거나, 19세기 1차 산업혁명 땐 노동시장이 일하고자 하는 사람을 다 흡수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소득은 고용에서 나온다고 하는 20세기 산업사회의 공식이 깨진다. 소득을 노동시장에서만 얻게 할 수가 없다. 기술변화 때문에 완전고용, 노동=소득이라는 등식 관계가 깨졌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점을 제일 많이 강조한 사람이 앤드류 양(Andrew M. Yang)이라고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동양계 인물이다. 이 사람이 쓴 ‘보통사람들의 전쟁’이라는 책이 번역돼 있는데, 이미 미국에선 700~8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자세하게 썼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중요한 요소는 무형자산과 공유자산의 대두다. 21세기 경제에서는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대부분의 원천이 지식·정보 같은 무형자산에서 나오고, 그 다음 공유자산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무형자산이나 공유자산이 몇 개 대기업의 사유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구글을 치면 어마어마한 정보가 쏟아지는데, 이게 다 구글의 회사 가치를 올리는 구글 자산이 되어 있다. 불평등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무형자산이나 공유자산은 사회 전체가 창출하게 돼 있는데, 그걸 몇 개의 대기업 주주들이 다 자기 사적 소유로 가져가 있는 형태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출된 가치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그래서 무형자산이나 공유자산에서 나오는 가치를 다시 분배하려면 대안적인 분배 시스템이 있어야 되는데 거기서 기본소득 얘기가 나오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될게 기본소득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시스템의 확장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새로운 산업사회에서 노동의 완전고용이 무너지고, 무형자산·공유자산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득의 분배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1차 분배의 문제다. 

그래서 이게 실현되는 과정이 순탄치 않고 급하게 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원 마련이 굉장히 어려운 반면에 그게 1인당으로 나눠서 쪼개지면 굉장히 적은 액수가 된다. 그러니까 선뜻 합의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인 건 맞다.
 
-북유럽 같은 경우 복지국가로 나가고 있는데 다 사회적 대타협의 과정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타협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북유럽 복지국가의 사회적 대타협에서 전제는 성장과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류 경제학의 패러다임에선 이 둘이 상쇄관계라고 본다. 성장이냐 복지냐 둘 중에 하나를 하면 다른 걸 희생해야 되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런데 30년대 군나르 미르달(Gunnar Myrdal)이 스웨덴 경제시스템의 초석을 설계하고 노벨 경제학상도 받았다. 성장과 복지는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 성장 없이 복지 없고, 복지 없이 성장 없다는 걸 자본측과 노동측이 다 이해한 거다. 거기서 사회적 대타협이 나왔다. 

물론 도덕적인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같은 정치공동체 시민으로서 이렇게 불평등 해서야 되겠냐는 정치적 설득이 물론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성장과 복지가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선순환 관계를 만든다는 걸 자본측과 노동측이 다 이해한 것이다. 이게 제일 중요한 기둥이 된다. 

그럼 우리나라에 결핍된 게 뭔지 보인다.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 관계가 되도록 짜야 된다. 그리고 그것을 노동측도 인정하고, 자본측도 받아들여야 된다. 세금을 많이 내는 걸 노동측도 받아들이고 자본측도 받아들여야 사회적 대타협이 된다. 

스웨덴은 노동자들도 세금을 굉장히 많이 낸다. 보편증세다. 세금을 많이 내야 복지가 가능하다는 걸 노동측도 인정하고, 노동이 세금을 많이 내니까 자본도 세금을 많이 내고, 이런 선순환 관계로 가는 거다. 우리나라도 도덕적·정치적 차원에서만 복지가 늘어나야 된다는 설득을 할 게 아니고,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다시 짠 다음에 노동과 자본을 설득해야 된다. 

 

* 홍기빈 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요크대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 소장을 맡고 있다. KBS 심야토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저서로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소유는 춤춘다> <자본주의>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기본소득 시대> <코로나 사피엔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권력 자본론> <거대한 전환> <붕괴의 다섯 단계>등이 있다.
 








[폴리 4월 좌담회 전문 ④] 본격적인 대선정국, 잠룡 기지개에 개헌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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