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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문공부’의 기억과 네이버

한국에서 인터넷 언론이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를 질주하고 있다. 신문 제호 작명소가 있을까 싶을 만큼 온갖 이름의 매체들이 비 온 뒤 죽순처럼 생겨나 이미 1만개를 넘어 2만개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신문제작에서 종이를 없앤 인터넷 신문의 특성은 일단 지구환경의 시대정신에는 맞다. 더욱이 과거 ‘조중동’이 상징하는 거대중앙언론의 여론 독점 시기를 돌이켜보면 미디어의 양적 팽창은 언론자유의 한 실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 매체 시대에 침투한 언론의 과잉은 한국사회에서 저널리즘을 ‘거질리즘’으로 착각하게 만들만큼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기업과 오너의 약점을 노리거나, 심지어 왜곡해 광고협찬을 노리는 약탈경제가 언론에 판치고 있다. 이미 언론사의 등록을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허용해 빗장을 풀어 놓은 현실에서 국가의 개입은 언론 탄압이라는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언론사와 기자 단체의 자정기능은 무한경쟁에 빠진 언론계 현실에서 머리를 맞댈 겨를도, 마땅히 구사할 수단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NAVER)가 국가나 언론계가 나서기 힘든 난제를 해결하는 듯한 지금 한국의 언론 현실은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점검과 개선 방안에 대한 모색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에서 언론 소비와 유통의 특성은 독자의 기사 접근이 포털, 특히 네이버 검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개별 독자가 스스로 신뢰하는 언론사의 온·오프 라인 지면을 직접 검색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따라서 네이버는 과거의 신문보급소와 마찬가지로 이제 신문과 독자를 연결하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신생 미디어들이 네이버의 심사를 거쳐 제휴 계약을 맺는데 목을 매는 지금의 현실은 당연한 결과다. 네이버의 플랫폼을 통해 기사가 송출되는 순간부터 그 매체는 억대의 매매 가치로 등극하게 된다. 이를 노리고 문어발식으로 여러 매체를 창간해 네이버 제휴를 따낸 다음 되팔거나, 기자들을 고용해 돌려막기식으로 제호 여러 개의 지면들을 채우는 ‘업자’들이 판을 치게 됐다. 포털을 활용한 사이비 언론의 광고 갈취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자 포털사들은 신규 진입의 장벽을 높였다. 또 기존의 제휴 매체들에 대해서도 자체 기준을 정해 심의에 걸리면 ‘퇴출’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끊고 검색에서 배제시키는 강수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제도의 좋은 취지가 그 운영과 결과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데 있다. 언론사의 생사여탈권을 쥔 것이나 다름 없는 포털사의 권력과 심의의 적정성에 대해 이미 적지 않은 논란이 불거져 왔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사무국을 공동 구성하고 외부인사들로 운영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대해 심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촉구하는 여론이 급기야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1월 25일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 과정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제휴 평가 결과 발표 뒤 언론사의 체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매체들이 통과했다거나 무리한 평가기준으로 인해 기존 매체가 퇴출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소 인터넷언론이 대형언론사와 경쟁하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 없는 언론시장에서 약진하게 된 데는 포털사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거대 언론사와 대등한 권력에 오른 현실에 걸맞게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사에게는 새로운 위상 정립이라는 책임이 주어져 있다. 코로나19의 환란 속에 지난해 사상최대 5조30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네이버에게 주어진 동전의 앞면에 오늘은 권력과 자본이라는 기회가 번쩍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자기 점검과 책임 이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내일 그 동전의 뒷면은 분명 위기로 채워질 것이다.

네이버는 우선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더 공정하게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쫓긴 위원들에게 40쪽의 소명서 1건을 검토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불과 3~4분에 불과하니 졸속 심의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다. 불이익을 받게 된 매체들의 기사가 재심 청구의 기회조차 없이 발표 30분만에 포털에서 사라져버리는 현 제재방식은 ‘서든 데쓰'(sudden death)의 횡포나 다름 없다. 네이버는 또 자사에 대한 비판보도를 한 언론사를 표적으로 삼아 징계한다는 의심에 대해서도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한다.

민간기업이 기사 유통 플랫폼을 독점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우월적 지위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유혹은 과거 국가권력이 그랬듯이 계속 네이버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 하거나 제도 개선을 통해 언론유통의 절대적 위상을 사회적 책임감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네이버는 인터넷 세상에서 ‘문공부’의 재림이다. 과거 권력이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을 통해 언론사들을 직접 통제했던 기억이 만든 상상에 머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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