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이사, 김우석 소장이 10월 29일, [김능구·김우석의 정치를 알려주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이사, 김우석 소장이 10월 29일, [김능구·김우석의 정치를 알려주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김우석 오늘 주인공은 경제인 고 이건희 회장이다. 지난 월요일 장례식장을 다녀왔는데, 정·재계 원로를 비롯한 각계 다양한 분들의 조문행렬은 계속 이어졌지만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해 다소 한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돌아가시고 나서 며칠 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데, 빈소를 지키는 이재용 부회장을 보면서, 대한민국과 삼성이 같이 발전하고 같이 어려움을 겪는 관계, 그런 의미에서는 국민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조명되는 이건희 회장의 일대기 중에 새삼 감회를 낳게 하는 것들이 있다. 혁신을 선언하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은 우리나라도 같이 세계 초일류 국가에 근접해가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건희 회장은 ‘기업은 2류고 관료는 3류고 정치는 4류다’, 라는 말로 굉장히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라’ 이야기 하면서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선포식을 했는데, 재계 전반은 물론이고 정치권에도 영향을 많이 줬던 게 사실이다. 이후 좀 지나서는 정치권력과의 결탁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고 말년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승계과정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봤을 때 대한민국 현대사의 압축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셨는지.

김능구 정주영과 이병철, 두 회장이 초기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다고 한다면, 2세 경영의 대표주자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인데, 그룹 총수로 등장하는 과정부터가 남다른 측면이 있었다. 고 홍사덕 국회 부의장이 서울사대부고 동기동창인데 상당히 독특한 친구였다고 했다. 내성적이고, 남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책을 보고 혼자 조립하고 하는 일을 좋아했다. 이건희 회장의 등이 굽었는데 그게 레슬링을 해서 생긴 체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상당히 학구적이었고, 매사에 뭐든 한 번 팠다 하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1969년도 말에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란 게 있었다. 드라마에 까지 등장했었는데 이 과정에 왕자의 난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난다. 첫째 아들이었던 이맹희 고문이 그것을 청와대에 고발하는데, 둘째 아들 이창희도 동조하고 나름 역할을 하게 되면서, 첫째, 둘째 아들이 아버지 이병철 회장한테 한 마디로 찍혀서 믿지 못할 자식이 된 것이다. 왕조사를 보면 가장 치열한 권력 다툼은 대부분 부자지간에 일어나는데,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모습이었다.

그 이후 이병철 회장은 이건희에게 후계자 훈련을 시킨다. 그룹 총수가 된 것이 1987년도니까 60년대 말부터 20년간 이건희는 그룹 총수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 두 명의 스승이 있었다. 한 분은 말할 것도 없이 아버님 이병철 회장인데, 하나하나 챙기기 보다는 항상 현장을 지키게 하면서 ‘스스로 경영체험을 해봐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또 한 분이 홍진기, 장인어른인데, 장관도 하고 중앙일보를 만드신 분이다. 학식이 풍부한 분이라, 정치·경제·법률·문화 등 여러 부분들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그것을 기업경영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소크라테스처럼 문답으로 설명해줬다고 한다. 두 분의 스승이 본인한테 큰 도움이 됐다고 스스로 이야기 하는데, 이렇게 왕자의 난과 20년간의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서 이건희가 등장하게 된다.

1987년 총수가 되고 나서 처음 6년간은 납작 엎드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는 이병철 회장을 모셨던 가신 그룹들이 전부 다 쟁쟁할 때라, 45세 나이의 이건희 위로 대단한 분들이 있었다. 6년간은 ‘은둔의 경영자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1993년에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한다. 임원들 200여명을 독일로 다 불러서 그 자리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68일간 독일을 위시한 유럽, 일본을 다 같이 견학하면서 글로벌 경영의 씨앗을 뿌렸다. ‘모든 것을 바꿔라.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회장을 모르더라도 이 말은 기억날 정도로 대혁신 선언이었다. ‘삼성은 다르다’는 슬로건이 있다. 남다른 성장과정을 거쳐 경영 일선에 나선 이때,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갈 방향을 꿰뚫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걸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조선 시대 신사유람단처럼 총수가 같이 다니면서 하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만든 거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영방식 자체에서는 임직원 한명 한명이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만 변화를 해낼 수 있다는 민주적 의식을 가진 것이다. 남달랐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김우석 이건희 회장이 총수가 되는 과정을 말씀해 주셨는데, 본인의 후계자 수업 과정을 그대로 아들한테도 전해준다. 홍진기 회장이 두 번째 스승이라고 했는데, 이재용 부회장 같은 경우에도 그 아들인 홍석현 회장이 멘토 역할을 했고, 그런 면에 있어서는 굉장히 싱크로율이 높다. 그런데도 현재 이재용 회장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환경의 변화, 즉 국민들의 인식이나 법 체제가 달라진 것이다.

이번에 상속으로 18조를 넘겨주는데 10조 이상 상속세라고 한다. 가혹하다고 할 정도의 상속세인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승계,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 쓰게 되고, 이로 인해 많은 사단이 나고 하니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런 환경인 거다. 사실 이게 해법이 나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대표적인 좌파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 같은 경우, 사회적인 책임을 충분히 부여하고 그것을 대신해서 경영권을 유지해 주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시장에서 경영권 유지에 너무 많은 힘을 쏟다보니, 외국 해지펀드 같은 데서 계속 괴롭히는 거다. 정권이 역차별식으로 그런 상황을 방치함으로 인해, 지금 쌍용자동차 같은 경우는 결국 외국기업에 넘어가면서 ‘나 빠질게’ 하니까 산업은행에서 돈을 대주며 잡아놓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졌다. 만일 우리나라 GDP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서 그 통제력을 잃는다고 하면, 그것이 산업은행으로 감당이 될까? 그런 면에서 재벌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이 꼭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기업도 없고 국가 경쟁도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을 꼭 이야기 하고 싶다.

김능구 승계문제는 한 번 더 짚어보도록 하고, 일단 이건희 회장 이야기를 조금만 더 부연한다면,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 반도체다. 그런데 이 반도체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고 호황과 불황을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는 상당히 위험한 산업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을 때, 파산 위기를 맞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려고 하니까 이병철 회장을 포함해서 모두 반대를 했는데, 그러면 본인의 사비로 하겠다고 하고 인수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1992년도에 D램 반도체 1위로 올라서는데, 이 성과와 자신감이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지고,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으로 발전한다. 한참 뒤처졌던 가전사업에서는 2006년도에 평면 TV라는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서 일본과 독일을 제칠 수 있었다. 특히 애니콜 화형식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이 처음 만든 애니콜에 불량이 계속 나오니까 “경영에서 불량을 양산하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이야기하며 15만대의 애니콜을 불태워버렸다. 삼성이 뭐든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된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었고, 그래서 임직원들 스스로 해나가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이병철 회장에게 치밀함이 있었다면, 이건희 회장에게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라는 슬로건도 있다. 고객만족경영을 한국 경제계에 뚜렷하게 심어준 사람이 이건희 회장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업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인재경영이다. 삼성이 최초로 학력제한을 폐지한 대기업 공채를 실시했다고 한다. 삼성은 회장이 큰 방향을 제시하지만 실제 꾸리는 건 전문경영인들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에는 누구, 어디에는 누구 이런 전문 경영인들이 구축되어 있다.

정말 훌륭한 업적들을 이뤘고, 우리 경제의 방향과 실제 어떻게 꾸리는가를 몸소 보여줬다. 쓰러진 다음에 거의 코마상태로 돌아가셨는데, 업적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쓸쓸하게 갔다. 그 이유가 아까 공과를 이야기 했는데, 과오라는 측면에서 보면 불법 경영권 승계라든지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등을 말한다. 흔히 삼성공화국라고 이야기하는데,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삼성이 네트워킹해서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관리해 나간다는 깊은 인식이 온 국민한테 심어져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재용 현 부회장이 계속 재판을 받고 있는 거라고 보는데, 그것에 대해서 짚어보자.

김우석 사실 정치인이라면 공과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데,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 가혹하게 공과를 따지는 것 같다. 전쟁에서 도덕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사업하는 것도 전쟁과 같고, 특히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은 전투에 버금가는 것이다. 그래서 100% 선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해야하는데, 우리는 국민 기업이니까 하면서, 정말 최고의 도덕적 가치를 부여해서 과를 논한다는 거다. 유대인 같은 경우에는 70% 정도를 본다는데, 우리는 100%, 120%를 본다. 국민적인 감정, 반 기업정서가 왜 있느냐 하면 결국 기준이 너무 높다는 거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계속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평가를 할 때는 그런 정도의 여유를 좀 가져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기업을 하겠나. 조 단위의 재산이 있다고 밥 세 끼 먹을 것을 네 끼를 먹지는 않는다. 그들을 너무 도덕군자처럼 평가하지 말고 인센티브도 주고 해서, 기업가들이 기업을 할 수 있도록, 해외에 나가서 뛸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야 한다. 기업인은 그야말로 기업가로서 평가를 해야지 정치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김능구 이건희 회장이 국내 1위 기업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만든 공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있고 그 평가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희의 삼성인데, 삼성이 가진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까 아까 말씀드렸던 불법 경영권 승계라든지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그리고 삼성 공화국으로 일컫는 부분들이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인은 경제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 경제전쟁의 혜택을 보는 자가 있는 반면에 혜택보다는 피해를 보는 자도 여전히 많다. 한 국민이기에 아군과 적군 개념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번에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서, ‘4세 승계 안하겠다’, ‘무노조 경영 폐기하겠다’,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준법 경영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제가 볼 때 우리 재벌들의 정경유착은 이제 한 시대를 지나가는 것 같다. 지금 국정 농단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건희 회장 쓰러진 다음 6년간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의 관행이라든지 관례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 과거에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면서 SK라든지 LG도 세계적인 일류 기업이 되었다. 삼성이 국민기업으로서의 이와 같은 순기능을 하면서 그동안 어두웠던 면은 털어버리는, 그런 시대적 요구가 이재용 현 부회장한테 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재산 승계에 있어서 상속세가 어마어마하고, 보험업법 개정에 의한 계열사 지분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지만, 제가 볼 때 아직까지 국민적 정서는 이재용 현 부회장한테 삼성의 지휘권을 맡을 기회를 주는, 그런 쪽인 것 같다. 그래서, 삼성이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그리고 지난 과오를 극복하면서 해나가는, 그런 새로운 시대를 선포하고 나가야된다, 또 그렇게 나갈 것이다, 이렇게 기대해 본다.

김우석 공과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좋은데,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이 잘 돼서 우리나라 국부를 더 키워주고 국민들이 활동할 영역을 좀 더 넓혀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삼성 파이팅을 외친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이사

정치커뮤니케이션 그룹 이윈컴 대표이사이며, 상생과통일포럼 상임위원장, 동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이고, 한국 인터넷신문 1세대로 20년간 폴리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대구 · 61년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서강대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

30년간 각종 선거에서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 13년간 TV·신문 등 각종 토론회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김우석 미래전략연구소장

한나라당 총재실 공보보좌역, 전략기획팀장, 여의도 연구소 기획위원,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위원, 미래통합당 제21대총선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역임

충남 보령 · 67년생,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 서강대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7년간 TV·신문 등 각종 토론회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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