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매우 고무된다” 환경단체 “2030년 탄소감축 목표 강화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선언했다.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사상 최초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발생량에 상응하는 감축 활동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 상태를 의미한다. 앞서 정부는 8조 원이 투입되는 ‘그린 뉴딜’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모호한 계획’이라고 비판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그린뉴딜 사업도 소개했다. 우선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 전환에 2조 4000억 원을 투자한다.

또한 전기·수소차 보급은 11만 6000대로 확대하고, 충전소 건설과 급속 충전기 증설 등에 4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스마트 산단은 저탄소·그린 산단으로 조성하고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제사회의 탈탄소 흐름에 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영국은 지난해 6월 기후변화법을 개정하고,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80%에서 100%로 수정했다. 또 이달 23일 유럽연합(EU) 27개 환경부 장관은 지난 2050년까지 EU에서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유럽 기후법안에 상당 부분 합의했다.

미국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후보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화, 2045년 전력분야 탄소 순배출 제로화를 공약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 9월 2060년 탄소중립 선언을, 일본은 지난 26일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별도의 성명을 내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제로 배출’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 매우 큰 힘을 얻었다”며 “지난 7월 발표된 한국의 모범적인 '그린 뉴딜'에 이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매우 긍정적인 발걸음”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번 발표로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경제국이자 6번째 수출 대국인 한국은 2050년까지 지속 가능하고 탄소 중립적이며 기후가 회복되는 세계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하는 주요 경제국 그룹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환경단체들도 잇따라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2030년까지의 탄소 감축 목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대통령이 직접 ‘2050년 탄소 중립’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기후 위기에 맞서 행동한 시민들이 함께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방안’ 목표치를 50%로 과감히 끌어 올리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며 “더 확실하게는 석탄발전 중단 일정이 필요하고, 해외 석탄 투자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린피스도 “문 대통령의 선언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른 시일 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과 수송, 건물 등 다양한 분야의 로드맵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는 7억 280만 톤으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 목표(5억 3660만 톤)보다 1억 7000만 톤 가량을 초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 계획에 명시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기대치는 1229만 톤으로, 당초 국제사회에 공언한 2030년 감축 목표치(5억 3660만 톤)의 7% 수준이다.

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 260개 전체 사업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사업은 97개, 전체의 37%다. 이 사업으로 감축하는 총 량은 890만 톤, 각 사업당 효과가 1만 톤을 넘긴 것도 33개에 불과하다. 탄소중립 선언에 더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 발표와 시기 단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토론회 등을 거쳐 올해 말 유엔에 2030년 목표인 국가감축기여(NDC)와 2050년 목표를 담은 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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