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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김종인, 고용유연성 보장 노동법 개정…‘쉬운 해고’ 반발 문턱 넘을까

김종인 “노동시장 매우 후진적 양상 보여”
與, 철저한 무대응…“고용유연성 강화는 더 큰 위기”
김태기 “90% 국민, 해고 문제 아니고 일자리가 문제”
이준석 “‘부담없는 고용’ 강조하는 용어 전환 중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코로나19여파로 실물경제가 위축돼 청년실업 문제 및 전반적 일자리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가운데,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 차원이다.

공정경제3법과의 ‘원샷 처리’ 빅딜 가능성 및 따로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야당 내에서 갈리고 있다. 한편, 고용유연성 확대가 크게 적실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당연히 여권과 노동계는 유연성 확대 방향에 반대하고 있다.

고용유연성 확대 방향에는 국민의힘 한 목소리

김 위원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세계경제포럼(WEF)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조사 통계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통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 고용·해고 문제는 141개 국가 중 102번째이고 노사 관계 부분은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라며 “노동시장이 매우 후진적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종료 직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노동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가 4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며 “OECD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법, 노사관계법, 임금 결정 과정 이런 것이 후진국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은 대신 “공정경제 3법은 공정경제 3법대로 하고, 노동법은 노동법대로 따로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원샷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동관계법과 경제3법이 '원샷'으로 처리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가급적 정기국회 내에 같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제 관료 출신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 ‘원샷 처리’에 대해 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와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아직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고용유연성은 확대돼야 한다. 새로이 일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찾고 기존 근로자들도 본인에게 맞는 자리로 이동이 가능하다”며 “경직적 상태가 유지되면 새 일자리로 청년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 의원은 “사회안전망 부분이 병행돼 논의돼야 하는데, 취업 훈련‧전직 훈련‧일자리 정보제공 등에 관한 인프라들이 같이 정비가 돼 줘야 한다”며 “유연화된 고용 역시 경영상의 이유나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 활용을 위해 필요하기에 열여둬야 하지만, 경영자의 자의로 해고가 이뤄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또한 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젊은 세대는 이제 과거의 일본식 장기고용정책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며 “정규직‧비정규직 갈등구도를 벗어나서 차별임금 등을 다루는 김 위원장의 새로운 노동법 마련에 크게 공감한다. 지금도 사실 늦었다”고 밝혔다.

與, 반대 기조 및 철저 무(無)대응

이낙연 “자유로운 해고,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처사”

여권은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법 개정 제안을 즉각 반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제안을 놓고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노동자의 생존 자체가 벼랑에 서 있고 노동의 안정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해고를 좀 더 자유롭게 하거나 임금을 유연하게 하는 메시지가 노동자들께 매우 가혹하게 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제외하고, 여권은 아예 ‘무대응 원칙’을 세워 놓은 상태다. 언론의 질의 공세에 여권은 묵묵부답이다. 지난 5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고용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노동계 “해고 자유화, ‘도로 박근혜 정당’”…“노동자 기본권 제약”

노동계도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크게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민주노총은 “공정거래 3법으로 재계도 많은 것을 잃고 양보하니, 이에 대한 대항으로 ‘국제기준에도 현격히 미달하는 노동법을 함께 논의해 공평하게 다루자’라는 발상”이라며 “알맹이 빠진 공정경제 3법을 내주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빼앗아 더 큰 것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5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은 보수 야당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애먼 노동법으로 옮겨붙지 않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을 개혁이라 불렀던 도로 박근혜 정당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고용‧해고 관행 변화 통한 유연성 확보가 능사 아냐”

여권과 노동계가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한편,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 개선과 고용 창출, 코로나19로 인해 수축된 경제 극복을 해내려면 ‘쉬운 해고’로 대표되는 고용유연성 확대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청년고용률/실업률이 노동시장 유연성 지표와 연동돼 있다는 이론적 분석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과 청년실업의 상관관계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를 나타내는 ‘노사협력’과 ‘임금결정유연성’이 1단계 개선될 때마다 청년고용률(25~29세)은 각각 4.8%p, 1.3%p 높아지고, 청년실업률(25~29세)은 각각 3.7%p, 1.2%p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고용‧해고 관행과 정리해고 비용은 노사협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경우, 청년고용률‧실업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해고 관행이 직접적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결정짓는 요소까지는 아니기에, 이것부터 꺼내는 것이 다소 적실성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노동3법 개정 얘기를 꺼낸 것은 잘 한 것이나, 해고 얘기를 할 때는 아니다. 90%의 국민들은 해고가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가 문제”라며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특권노조이기에 특권노조를 바로잡겠다고 하고 가야 한다.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고용유연성이라는 주제는 대한민국 노동자 상위 10%에 해당하는 대기업‧공기업의 이야기로서, 대부분 근로자는 관련이 없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자체가 해괴한 것이고, 대기업‧공기업만 철밥통이고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고) 월급도 작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 대책의 경우, 하루살이 정책만 하다보니 코로나라는 병이 경제에도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면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자영업만 하더라도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중이다. 40대들이 취업자들이 줄어들고 자영업자로 전환했다. 과거와는 다른 기술형 자영업이 많다. 옛날 옛적 자영업만 생각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낙연 대표도 비판했다. 그는 “노조의 특권 부분에 대해서 이 대표가 외면하면 현재 일자리 문제로 힘들어하는 여당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통계청장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용유연성 확보는 단기 이슈가 아닌 장기 이슈다.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선을 하지 않으면 청년층 고용이 힘들다”며 “노동시장 개혁은 기업이 힘든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층이 더 힘들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유연성은 해고를 쉽게 하는 양적 유연성과, 임금체계를 유연화하는 방향인 임금체계 유연성으로 나뉜다. 해고가 아예 불가능해선 안 되지만 우리의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기에 해고 유연성보다는 임금체계 유연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은 “인국공 사태에서 봤듯이 이 정부에서는 취업돼 있는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준다. 이건 공정과 정의의 문제”라며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많이 받는 나이든 사람들의 임금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유연성 확대에 또다른 반론 존재…“부담 없는 고용과 일자리 총량 증가 강조해야”

경제적 측면이 아닌 방향에서의 고용 유연성 확대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바로 국민들의 육체‧정신적 건강에 해고가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해고가 당사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으로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10대 사건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또한 실직이 우울, 자살, 반사회적 행동, 약물 남용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고, 배우자와 사별하는 것만큼의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말한다.

또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일상화될 경우, 근로자들의 실직에 대한 염려와 불안감은 장기가 지속되는 것으로 심리학은 설명한다. 특히 정리해고 된 근로자는 우울, 실직에 대한 반추, 불안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들에 대해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람을 뽑는데 있어서 쉬운 해고라고 일컫는 것의 이면에는 좀 더 부담 없는 고용이라는 측면이 있다. 용어 전환이 중요한 사안”이라며 “쉬운 해고가 아니라 부담 없는 고용이라 불러야 하며, 그 ‘편한 고용’이 확대되면 일자리 총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 물론 해고의 심리적인 측면도 고려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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