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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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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추미애 사태', ‘아들 휴가’ 보다 중요한 것

겸양을 모르는 장관이 자초한 화(禍)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정치권에서도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다가 후일 그 지지층을 대변하는 선봉장이 된 정치적 이력도 독특하지만, 오래된 일이니 그냥 넘어가도 될 만큼 다른 일화들이 많다. 

여권에 같이 몸담았던 유인태 전 의원은 지난 8월 SBS에 출연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말하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가는 것도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에 대해 한마디 했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상임위원장 때 자기 당 소속 의원도 못 들어오게 하고, 그렇지 않나. 저는 나중에 반성할 줄 알았는데 서울시장 경선 때 나와서 잘한 일이라고 하던데 더 말할 게 뭐 있나"라고 힐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추 장관이 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제시한 노동관계법 중재안을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채 한나라당 의원들과 강행 처리했던 일을 가리킨다. 그는 이 일로 민주당에서 ‘당원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2016년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반발 속에 이를 취소한 일이 있었다. 그해 11월 촛불 정국에서 다른 정당들과  ‘탄핵 공조’가 추진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 회담을 제의했다가 역시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이를 취소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민감한 사안을 결정할 때 당내에서의 협의 없이 돌발적으로 일을 벌이는 독선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는 유인태 전 의원의 솔직담백한 얘기는 그런 모든 일들을 떠올리며 꺼낸 것일 게다.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 그의 언행은 더욱 거칠어졌다. 초선 의원들 앞에서 책상을 쿵쿵 쳐가며 “장관 말 잘 들었으면 좋게 넘어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한다”는 막말을 검찰총장을 향해 날린다. 역시 검찰총장을 향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이런 총장은 처음”이라고 힐난한다. 검찰개혁이라는 것도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며 해야 할 일일테니, 그렇게 품격 없고 거칠은 막말들을 던져야 검찰개혁을 잘 하는 것은 아닐 게다. 자신이 SNS에 올린 휴가 사진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서는 ‘관음 증세’라 하고,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종종 자신의 학설을 내놓는다. 법무부 장관 이라기보다는 여당 대표 같은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는 그이지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선택적 침묵을 유지한다. ‘검언유착’을 단정하며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했지만, 아무런 실체가 없었던 한동훈 지검장 수사 같은 일에는 그 뒤로 일언반구 말이 없다. 자기를 돌아보는 성찰과 겸양의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고, 안하무인 식의 호통만이 그를 상징해왔다. 오죽하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입에서 “추 장관의 언행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말문을 잃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현재 진행 중인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이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도 그의 거칠은 언행과 연결이 되어 있다. 아들이 무릎 수술을 해서 불편한데 어떻게든 휴가가 연장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의 부모들은 좀처럼 할 수 없는 일들을, 더구나 ‘부대 미복귀’ 상태에서 아닌 밤중에 휴가 연장 승인이 떨어지도록 추미애 장관 쪽에서는 해냈다. 자신은 그것이 규정 위반이 아니고 별 문제도 아니라 믿더라도, 진작에 ‘송구스럽다, 이해해달라’며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민심을 의식하는 고위공직자의 바른 태도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민심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여론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사과는 고사하고 ‘소설 쓰시네”라며 호통 치던 장관이 이제 와서 규정 위반이니 아니니를 따진다고 하니, 눈길 주고 싶지 않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법 논리 이전에, 그런 오만한 태도에 미운 감정이 생긴 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떤 논리도 사람들의 감정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도 여권 세력이 ‘위법은 없었다’는 논리를 앞세우다가 여론을 악화시켰던 기억이 난다. 최근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특히 20대 층의 이탈이 뚜렷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추 장관 아들의 휴가가 규정 위반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규정집에서 어떤 근거를 찾아낸들, 평범한 가정의 아들들은 그럴 수 없더라는 냉소적 시선이 그대로 자리하고, 무엇보다 추 장관의 태도에 대한 거부감이 계속된다면 ‘추미애 사태’는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추 장관이나 그를 두둔하는 여당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법 논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공감 능력일 것이다.

어찌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추 장관 자신이 자초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장관이 된 이후 쭉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애당초 일국의 국무위원이 되기에 적합한 인성의 소유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겸양의 미덕을 모르고 안하무인 식의 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추미애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논란의 외피는 아들의 문제였지만, 사실은 장관인 어머니의 문제였던 셈이다. 이 국면에서 해법이 무엇인지, ‘휴가는 적법했다’는 국방부의 해석이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은 근본 문제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제 방송에 출연한 정세균 총리는 추 장관 아들 관련 논란에 대해 이렇게 몸을 낮추었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참 민망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추 장관 대신 총리가 송구스러움을 표한 셈이다. 정작 당사자인 추 장관에게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신 이 와중에 임은정 부장검사에게 대검 감찰업무를 맡기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여 검찰에 일격을 가하고 자신의 건재함을 보였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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