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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칼럼] 추미애 장관의 황교안 데자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검찰인사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는 영장 청구 보고ㆍ결재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수사팀장에서 해임되고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 다음 해 1월에 있은 검찰 인사에서 그는 대구 고검으로 좌천되었다. 윤 팀장과 함께 수사팀을 이끌었던 박형철 검사도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고 대전 고검으로 좌천되었다. 당시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다고 판단한 법무부는 강력히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이때의 검찰 인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을 사실상 공중분해 시켜 버린다. 당시 그 같은 검찰인사를 책임졌던 사람이 바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7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그 시절을 통 크게 능가하는 담대한 검찰 인사가 단행되었다. 한동훈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 논란을 일으켰던 정진웅 부장검사를 감찰했던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되었다. 게다가 감찰부 검사들 6명 가운데 5명이 지방으로 뿔뿔이 좌천되어 감찰부가 사실상 공중분해 되어버렸다. 정진웅 감찰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 수사 2부장 검사는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좌천되었고,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이복현 경제 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으로 좌천되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의 이정섭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으로 좌천되었다. “검찰을 다루는 저들 방식에 분개한다”며 법무부를 비판했던 이영림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은 대전 고검으로 좌천되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을 지휘했던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찰 인사를 앞두고 미리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으며 정권의 불편함을 초래했던 검사들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했다던 문재인 정부에 의해 이렇게 줄줄이 좌천을 당하게 된다. 윤 총장과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은 완전히 제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추미애 장관과 이선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탁한 검사들이 대거 포진한다.

한동훈 ‘독직 폭행’ 논란을 빚어 피의자로 전환된 정진웅(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 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서울서부지검 등에서 이성윤 지검장과 함께 근무했던 김욱준 4차장검사는 최선임 차장검사인 1차장검사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던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3차장검사로 각각 영전했다. 채널 A 취재 의혹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도 모두 승진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를 지휘하게 될 서울동부지검장에도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임명되었다. 그는 대검에 근무하면서 '검언유착' 사건 처리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되는 의견을 내곤 했다. 추 장관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부장 검사와 차장 검사도 모두 교체되어 수사가 정상적으로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추 장관은 며칠 전 국회 법사위에 가서 “당장 수사하라”고 소리쳤다. 당장 수사를 누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번 검찰 인사를 희화화 시켜버린 절정은 진혜원 검사의 영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달님’으로 칭하며 찬양 글을 게재하고, 김정숙 여사의 수해 복구 현장 사진을 올리며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성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던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로 사실상 영전했다. 진 검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과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논란도 불러일으켰던, ‘정치 검사’ 소리를 듣던 인물이었다.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막으려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했던 검찰 인사를 떠올린다고 앞에서 말했다. 그런데 황 전 장관이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을 공중분해 시켰을 뿐, 이렇게까지 검찰조직 전체를 깨알같이 손보지는 않았다고 말이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기자의 대화가 담긴 ‘부산 녹취록’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 때 오히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검찰에서 의견을 가지고 오면 퉁기고 퉁기고 하는 거지 이렇게까진 안했다.” 박근혜 정부를 적폐라고 청산했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광경이 기가 막힌 일이다. 모든 정권은 영원할 수 없는 시한부, 훗날 이 책임을 어떻게 지려는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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