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나,이은지 리무브 공동대표, 일상의 불편함 없애고 새로운 움직임 만든다는 계획
맨땅에서부터 시작해 넓은 지름과 얇은 두께, 높은 접착력 자랑하는 니플커버 개발
어떤 창업을 하든 소셜임팩트 만드는 기업으로 남고 싶어, 본질에 집중할 것

리무브 민유나 대표(좌)와 이은지 대표(우) <사진=송서영 기자>
▲ 리무브 민유나 대표(좌)와 이은지 대표(우) <사진=송서영 기자>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여성 속옷 지향점이 변하고 있다. 미(美)만을 강조하던 때와 달리 편함과 자유로움을 우선하는 시대다. 리무브(Re,move) 니플커버도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민유나·이은지 리무브 공동 대표는 편한 속옷을 찾기 위해 니플커버를 사용한 뒤 피부 발진 등 여러 불편함을 겪었다. 불편함이 곧 아이디어 원천이 됐다. 두 대표는 직접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니플커버는 유두를 가려주는 실리콘으로 만든 브래지어 대안품이다.

리무브는 고품질 니플커버에 깔끔한 감성을 더해 주목 받고 있다. 리무브 니플커버는 8cm의 넓은 지름과 20회 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높은 접착력, 0.4mm의 얇은 두께에도 티 나지 않는 커버력을 지녔다. FDA인증을 받은 실리콘을 사용했고 피부 자극 0.00%라는 테스트 결과도 얻었다.

신선한 여성 속옷, 반응은 빨랐다. 7월 3일부터 진행한 텀블벅 펀딩에서 24일 기준 모인 금액은 3352만4500원. 구매한 후원자는 1359명이다. 여성의 건강을 생각한 브랜딩과 실제 생활 속에 스며든 불편함 해소가 만든 결과다.

지난 16일 만난 민유나, 이은지 대표는 “여성의 가슴을 불편하게 했던 것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움직임, Re,move를 만들어 나간다”고 말한다.

니플커버는 여성의 새로운 속옷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리무브 제공>
▲ 니플커버는 여성의 새로운 속옷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리무브 제공>

너도 쓰니? 나도! 니플커버 제작에 뛰어든 두 대학생

리무브 탄생은 꽤나 운명적이었다. 대학동기인 둘은 대화를 나누던 중 민 대표가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니플커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마침 이 대표도 지인 권유로 니플커버를 사용해보고 있었다.

편하긴 하지만 관련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성용을 사용하는 여성도 있었다.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일 한번 해보자고 늘 생각했던 둘의 눈에는 불꽃이라도 튀는 듯했다. 

두 대표는 니플커버를 아이템 삼아 창업을 머릿속에 그린 뒤 시장 조사에 나섰다. 타사 제품들을 사용해 보고 장단점을 추리기 시작했다. 한 20여개를 사용해 보고 나니 커버력, 니플커버 자국, 마감 상태, 피부 자극도, 접착력 등 문제가 눈에 보였다.

민 대표는 “문제의식까지는 쉬웠어요. 막상 새로운 것을 만들기에는 앞이 캄캄했지요.” 둘의 전공은 문화콘텐츠다. 니플커버를 만드는 실리콘이나 속옷 대안품 제작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니플커버 관련 업계인 접착제, 실리콘 업체나 협회를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실리콘 업체 사장은 두 대표에게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했다가 '생초짜'인 두 대표를 보고 측은해했다. 아예 ‘0’에서 시작하는 이들을 보고 칠판을 써가며 강의까지 해주었다.

이들이 만들고 싶어 한 제품은 관련업계에서도 처음 보는 성능. 업계도 연구를 해야 했다. 실리콘의 유연성, 접착력도 기존 제품들과 달라 매번 새로 테스트를 하며 업체와 방향성을 잡아갔다. 시제품 100개 정도를 만들며 원하던 제품에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어느 정도 무르익자 한 업체와 제작을 시작했다.

리무브 니플커버는 넓은 지름과 강한 접착력, 밀착되는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사진=리무브 제공>
▲ 리무브 니플커버는 넓은 지름과 강한 접착력, 밀착되는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사진=리무브 제공>

만드는데 8개월, 개선·보완 재출시에 다시 7개월

리무브 니플커버는 사이즈부터 남다르다. 이은지 대표는 “국내 니플패치들은 최대가 6cm다. 유륜 사이즈를 잡아주기에는 작은 편으로 한국 여성은 가슴 아래쪽까지 잡아주어야 안정감을 느낀다”며 “여러 제품을 사용해 본 결과 8cm 정도가 동양인에게 딱 적정하다는 것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니플커버는 지난해 1월 시장조사를 시작해 출시까지 8개월이 걸렸다. 민 대표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모르고 지른 만큼 수습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고 말한다.

첫 판매도 텀블벅 펀딩을 통해 진행했는데 물류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사무실에 물량이 가득 쌓여 헤엄치듯 다녀야 했다. 재고관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은지 대표는 “제조업을 생각한다면 재고관리에 신경 쓰기를 바란다”며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줄 몰라 조금씩 기록과 재고 차이가 발생했다. 일기장 적듯 꼼꼼하게 적으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겉 케이스가 재구매 하는 이들에게는 필요 없다는 점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고객 피드백을 통해 리필 세트를 추가 구성했다.

원가 조절에도 변수가 생겼다. 국내에서 처음 만드는 제품이라 원가가 고가로 책정됐다. 이들에겐 적정선이 필요했지만 지체할 겨를이 없어 초기에 고가로 발주를 넣었다. 여러 개선점을 바로 잡아 재출시하는데는 제작 기간만큼이나 긴 7개월이나 걸렸다.

꼼꼼함+추진력, 서로 다름의 시너지

리무브는 마케팅, 디자인, 제작 등을 온전히 2명의 대표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2년 넘게 룸메이트로 지내며 다져진 돈독함과 서로 다른 성격이 오히려 업무 속도를 높였다.

이은지 대표가 세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일을 한다면 민유나 대표에게는 강한 추진력이 있다. 민 대표의 실행력과 이 대표의 꼼꼼함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민 대표는 “동업을 하는 경우, 초반에 ‘혼자가 아니다’는 점에서 큰 위안이 된다”며 “리무브도 혼자였으면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동업의 유의점이라면 각자가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이 대표는 “생각이라는 건 당연히 다를 수 있고 대화로 잘 조율할 자신이 있다면 누군가와 함께 시작해도 좋다”고 말한다.

리무브 제작비용은 정부 지원과 창업 프로그램에서 받은 상금으로 충당했다. 정부로부터 예비 창업자 지원 4400만원을 받았다. 10만원 빼고 다 사용했다고 할 만큼 알차게 사용했다. 멘토링이 필요해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받은 상금도 큰 도움이 됐다.

Gs shop 소셜임팩트 프로젝트 2기에서 2등을 수상해 상금 1000만원을 받았고 신한디지털라이프스쿨 5기 우수상으로 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Impact hub Taipei가 주관한 Gender Innovation Awards에서 챔피언을 수상할 만큼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여러 지원 프로그램의 준비 서류는 사실 큰 차이가 없었다. 창업 동기, 계획, 매출 성과, 팀원 역량, 차별점, 경쟁력 등을 묻는다. 한번 잘 작성해 두면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창업 교육 관련 정보는 공모전, 창업 정보 사이트 등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사무실을 구하거나 지원금을 마련할 때 유용하다.

업무가 바빠지니 의견 차이로 싸울 겨를도 없다는 두 대표는 차기 제품으로 수영복, 발레복 등의 특수복에 착용할 접착제 없는 니플커버를 개발 중이다. 흉부를 압박하지 않은 브래지어 대안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에 실리콘이 아닌 천 제품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여성 속옷 대안품으로 니플커버가 자리 잡기를

민유나 대표는 “경쟁사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시장이다”며 “니플커버 제품군 자체가 대중화 돼서 시장이 확대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한다.

이은지 대표는 “니플커버가 생소하기도 하고 질 좋은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신뢰받는 제품을 지속 선보여 니플커버의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속옷을 고를 때 니플커버도 고려 대상이 될 만큼 여성이 편한 제품 시장을 확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20대인 이들이 니플커버를 계속 만들지, 다른 창업을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중간목표는 모르지만 이들의 최종 방향은 사회적 성과를 뜻하는 소셜임팩트다. 민 대표는 “계속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임팩트를 내고 싶다. 지금 리무브가 여성의 건강과 자유를 생각하듯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임팩트라는 본질을 계속 가져갈 것이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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