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피해호소인’ 표현 대신 ‘피해자’라 표현
“피해자 고통에 마음 무겁고 책임감 느낀다”
SNS 상의 신원공개 등 2차 가해 중단 당부
2차 가해의 명확한 정의 방안 논의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피해자가 마음 놓고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했다”며 “유사 사건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갖는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박 시장 의혹 관련 조사를 종결하자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앟장서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야권 및 언론의 지적을 받아들여 뒤늦은 입장표명과 늦장 대책을 마련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오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의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최근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지켜보면서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칭 논란이 일었던 ‘피해호소인’이 아닌 ‘피해자’라고 표현했다.

이 장관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피해자가 겪고 있는 심각한 2차 피해 상황이 몹시 우려스럽다”며 “SNS, 인터넷 상에서 피해자 신원공개 압박, 상황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피해상황 묘사 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압박감과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여가부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여가부 여성폭력방지위원회는 박 전 시장 사건으로 드러난 공공기관 내 발생한 성폭력 사건 관련, 현재 피해자 보호와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수정 “강도 피해자는 피해자인데 왜 성범죄 피해자는 피해자가 아닌가”

한편 장관 모두발언 이후에 진행된 참석자들 간의 토의에서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 기관장이 일으킨 성폭력 사건을 외부 기관이 감독·감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키로 하는 방안과 2차 가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국민에게 안내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는 향후 선출직 지자체 기관장의 사건처리 절차 마련을 위한 실무회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여가부가 2018년 7월 배포한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당시 여가부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도 내놨으나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공직유관 단체의 기관장만 이 매뉴얼이 적용됐다. 지자체장이나 선출직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 여가부의 계획이다.

민간위원으로 참가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대응은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으나 제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피해자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 2차 피해는 막아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도 피해자나 사기 피해자는 피해자라 불러주면서 성범죄 피해자는 피해자로 불릴 수 없나”며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긴급회의에 참석한 민간위원은 이수정 경기대 교수, 정은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장,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소라 노무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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