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호남+중장년층 지지’, 이재명 '2030+영남지지'
야권 대선주자 부재로 이재명 탄탄대로
양강 대결 승부처는 결국 친문(親文) 표심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2심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이재명 지사가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기적적으로 대권가도에 재탑승했다. 이에 이낙연 전 총리의 독주는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생존할 경우, 여권의 대권 가도는 본격 혼전으로 들어설 공산이 크다. 한편 내년 4월에 있을 재보궐선거에 경기지사는 빠지게 돼 서울‧부산시장 선거만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16일 이 지사건을 무죄 취지로 2심 법원에 파기환송했다. 이 지사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는 의혹을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인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여론조사 상승세 타는 이재명, 이낙연과 양강된다

사실 판결 이전부터 이 지사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진행한 조사 결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1위는 이낙연 의원(24%) 이었고, 2위는 이재명 지사(13%)였다. 해당 조사기관의 조사에서 3월 이전의 경우 이 지사의 선호도는 10% 미만이었다.

또한 8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7월 4‧6‧7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이 28.8%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 지사는 20%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5.5%p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이 의원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4.5%p 하락했다.

특히 이 지사는 2030세대 청년층에서 이 의원을 이겼다. 20대에서 20.9%를 얻어 18.8%를 얻은 이 의원을 제쳤으며, 30대 연령층에서도 35%를 얻어 29%를 얻은 이 의원을 이겼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열렬한 지지층이 많고 2030대에게 지지받은 이 지사가 앞으로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장 소장은 그러면서 “강력한 대권후보를 두 명이나 갖게 된 민주당은 서로간의 경쟁으로 시너지를 내면서 마치 과거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경쟁한 것과 같은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의원의 독주 체제가 아니라 앞으로는 이재명 지사와의 양강 구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김웅 통합당 의원은 다소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김 의원은 1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문 직계 지지자들은 두 명의 이씨 정치인(이낙연‧이재명)을 자신들의 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생각보다 지지층의 상호 시너지가 나는 결합은 힘들 수 있다. 지금이야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고리로 묶여 있지만 이낙연 의원의 호남 지지층과 이재명을 지지하는 수도권 2030대 비문 지지층 그리고 전통적인 친문 지지층은 결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2030 수도권 지지층의 열의 이상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친문 지지층도 정치에 열의가 많은 사람들”이라며 “쉽게 하나로 뭉쳐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의 경우 이날 통화에서 “국민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이기에,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된다고 보면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며 “야당의 주자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형성했던 일종의 양강 구도가 될 확률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야권 주자 부재 탓에 탄력받을 이재명…시도지사직 수행 지지율 1위

즉, 이재명 지사의 상승으로 두 명의 이씨 정치인들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다면 이를 깰 사람으로는 야권의 주자 혹은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 정도가 꼽힌다. 야권의 주자는 현재 홍준표‧안철수‧유승민이라는 19대 대선 출마자들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정도가 거론된다.

문제는 야권의 지난 대선 출마자들의 경우 장단점이 극명하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는 데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정치 경륜과 정책적 비전을 갖췄지만, ‘막말’ 이미지 등을 확실히 쇄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개혁보수’라는 슬로건으로 중도와 중도보수층에 대한 소구력이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골수 보수층의 반발을 쉽게 무마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벤쳐 사업가로서의 신화와 개인적 성품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우유부단한 이미지와 본인만의 세력이 거의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10년간의 정치 공백과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로 인해 내상을 입은 상태이며,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청렴한 이미지와 내상을 입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골수 보수층에서의 인기가 떨어지고 중앙정치 공백이 길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야권의 주자는 드러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쉽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 드러난 후보로는 보수 야권이 대선을 치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고 밝혔다.

즉 아직까지는 이재명 지사를 위협할 야권의 주자는 없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이 지사의 시도지사 수행 지지율이 리얼미터 조사에서 6월 기준으로 71%에 달해 전체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지사가 강력한 이유다. 이는 취임 초기 조사에서 나타났던 29.2%보다 무려 42%나 높은 수치로, 이 지사가 실제로 지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음을 뜻한다. 사실 과거 민주당의 강력한 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시도지사 수행 지지율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사실 같은 리얼미터의 5월 조사에서 이 지사는 24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조사에서 전달보다 7.0%p 상승한 67.6%의 지지도로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서로 축하 화답하는 이낙연‧이재명…친문 표심이 승부처

결국 야당의 주자가 나타나기 이전까지는 이재명 지사는 일종의 양강 구도 속에서 이낙연 총리와의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이재명 지사의 판결 소식을 전해듣고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이 지사님과 함께 손잡고 일해 가겠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이재명 지사 역시 화답해 “이낙연 의원의 인품·역량은 훌륭하다. 함께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낙연 의원의 경우 호남 지지층이 탄탄하고, 이재명 지사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2030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의 지지층이 견고하고 탄탄하다면, 이재명 지사의 지지층은 상당히 유동적이고 바람에 가까운 지지로 불안정성이 크다. 결국 진검승부의 결과는 친문 유권자들의 표심 흡수와 이 지사의 지지층 굳히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지사의 경우 수도권의 2030대 뿐만 아니라 영남 지역에서도 확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문(反文) 표심이 대안으로 이 지사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친문 표심을 흡수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했다가는 원래의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기에 이 지사가 상당한 딜레마에 처한 상황은 맞다”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