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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이슈] 청년 관통하는 키워드 ‘공정’, 그 정치적 해석은 동상이몽

김해영 ”많은 국민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공정함“
Haidt, “평등‧비례의 원칙 내포하는 공정, 보혁간 해석달라”
‘기회의 평등’에 중점두는 민주, 과정/결과 중시하는 통합
청년들 또한 각자 다른 ‘공정관(觀)’ 보여줘

20대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를 묻자 ‘공정·정의’라는 응답이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공정’은 이 사회 청년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최순실, 조국. 인국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공정'이란 가치가 청년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은 작년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27차례나 강조했으며, 미래통합당 역시 최근 ‘인국공 사태’ 등을 놓고 ‘공정’을 내세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과 통합당이 말하는 ‘공정’, 그리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정’이 같은 뜻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제기된다.

공정, 그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고 보혁간의 해석론 차이 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다만 이 ‘공정’이 정치적 화두가 될 경우 그 뜻은 매우 천차만별이며,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정’ 가치를 현역 의원 시절 자주 언급했던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실제로 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정이라는 개념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이기에 우리 사회에 사는 많은 국민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야말로 공정함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공정’의 개념은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뿐더러, 그 함의가 다소 모순적이기까지하다. 한 가지 예시로, 사람들은 동일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이 존재할 경우 이를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비정규직을 일괄적으로 정규직화한다고 하면 그것 또한 ‘불공정’하다고 비판한다. 앞의 불공정과 뒤의 불공정이 다른 의미로 쓰인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Haidt)는 그의 저서 ‘바른 마음’에서 ‘공정성(fairness)’이라는 가치가 두 가지의 뜻을 같이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로 기회의) ‘평등’ 가치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비례의 원칙’이라는 가치가 ‘공정’이라는 가치 안에 함께 들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하이트의 해석론대로라면, 앞 문단 사례의 경우 첫 번째 ‘불공정’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며, 두 번째 ‘불공정’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그는 정치·사회적 가치관에 따라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지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진보 성향일 경우 전자에 좀 더 비중을 두며, 보수 성향일 경우 후자에 좀 더 비중을 둔다고 분석한다. 다만 미국 사례 연구의 한계는 있어 한국 정치에 바로 대입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하이트가 제시한 진보/보수라는 이분법 수준은 아니더라도, 정치 성향에 따른 ‘공정’ 가치에 대한 정의 차이는 한국 정치권에서도 드러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공정’에 대해 ”누구에게든지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사회의 바탕이다.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묘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공정’에 대해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결과’에 대한 묘사가 다르다. 이 전 대통령은 기회가 평등하다는 전제하에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 ‘정의’를 언급하며 결과 또한 적극적인 가치 판단의 영역이라고 묘사했다.

즉, ‘공정’이라는 개념 안에는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이라는 서로 약간 상충되는 원칙이 공존하며, 그 단계도 기회/시작의 공정성, 과정의 공정성, 결과의 공정성이라는 단계적 의미 또한 내포돼 있다고 분석 가능하다.

‘기회의 평등’ 강조하는 민주, 과정/결과에도 주목하는 통합

정치인들의 경우 두 대통령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르고 다양한 ‘공정’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8일 ‘폴리뉴스’와의 만남에서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 공정“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출발점이 다른 경우 그 출발선을 맞춰 주는 것이 공정의 핵심이고, 너무 능력주의 중심으로 평가된다면 사회적 약자가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웅 통합당 의원은 ‘공정’에 대해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기회 측면에서의 공정의 경우 균등한 기회만 제공하면 된다고 보는 기계적 공정은 안 된다. 이는 지나친 강자의 논리“라면서도 ”결과 측면에서 공정은, 기회나 과정이 공정하다면 그의 종속변수에 해당한다. 할당제 같은 경우 어퍼머티브 액션처럼 기회 제공 측면에서의 할당은 장려돼야 하지만 결과적 측면에서의 할당제는 근로 요인을 사라지게 하고 공유지의 비극을 부르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애 통합당 의원은 절차적 측면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회의 평등도 중요하며,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불공정한 것“이라며 ”절차의 공정성 안에는 반칙이 없어야 하고, 예측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입사와 입시에 있어 예측가능성은 중요한 가치로, 제도에 대해 신뢰를 가졌던 사람들이 맥빠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 ‘인국공 사태’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경우, 비정규직으로서의 애환이 많다면 오히려 더욱더 공정성을 지켰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의 혜택을 받지 못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정성의 핵심은 기회의 균등에 있다“며 ”최근 불거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경우,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대우를 받는 문제가 있는 등, 각자 다른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기에 이럴 때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철학적 해석보다는 현실적 예시를 들었다. 하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우리사회 공정은, 완전고용 시대였기에 이미 ‘기취업된’ 사람들 안에서의 공정이 중요했다. 격차 및 비정규직 해소가 중요한 화두였던 이유다. 현재 정부여당은 이러한 과거의 기준으로 취업시장 공정성을 평가한다“면서 ”문제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량실업사회로서 고용된 자와 실업자 사이의 공정성이 중요한 때다. 직장을 갖지 못한 구직자 중심의 공정성이 중요한 시대“라고 주장했다.

즉 정치인들은 평등 측면에서의 공정성과 ‘비례의 원칙’ 측면에서의 공정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었다. 또한 하이트의 분석처럼 진보 성향의 정치인일수록 (기회의) 평등/균등 문제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다만 그 정도에 있어 하이트의 분석보다 보혁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출발/과정/결과 측면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각자의 인생관에 따라 다른 해석을 보였다.

청년들도 공정 개념 제각각

보통의 청년들의 의견은 어떨까.

공무원이며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A씨는 ”공정한 경쟁과 능력 및 성과에 따른 배분이 공정성의 기본 정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기업에 재직 중이며 자신을 ‘중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B씨는 ”기회의 평등이 ‘공정’의 핵심으로, 소외계층에게는 인위적인 배려를 해서라도 제반 조건의 공정성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학생이며 ‘중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C씨는 ”결과적 측면에서 지나치게 비례의 원칙을 공정성이라며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정당인 D씨는 아예 ”공정의 가치 자체가 최근의 흐름을 보면 차별을 조장하는 통합당식 프레임으로, 도덕적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결국 학자인 하이트의 분석이나 정치인들의 수사와는 다소 다르게, 각자의 방식으로 ‘공정’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다. 김재섭 통합당 비대위원은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현장에서 듣는 청년들의 목소리와 여의도의 분석은 굉장히 핀트가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개인에 따라 각자 엄청나게 다른 함의를 갖는 ‘공정성’임에도, 지속적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거론되는 것에는 사회적 자원이나 기회가 부족해졌음을 뜻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정치권의 해석과 청년들의 해석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정치권과 청년들이 그만큼 유리돼있다는 뜻도 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기득권과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공정성을 접근하니 현장에서 들리는 청년들의 목소리와 핀트가 안 맞을 수밖에 없다“며 ”직접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고 해도, 자기 식으로 해석해 버릴 것이기 때문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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