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종부세‧양도소득세‧취득세 강화 및 공급확대 고려
민주당 176명 의원 대상 ‘부동산 전수조사’ 통해 사실상 다주택자 매각 장려
통합당, 증세 중심 해결책‧ 비판…“매각서약도 잘못”

 8일 오후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에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  8일 오후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에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최근 폭등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과 그 억제 정책과 관련해 큰 민심 이반에 직면한 정부여당이 더욱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선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정권이 추락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권 차원의 위기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정부는 최선을 다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며, 서민들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부동산 정국’이 청와대와 정부여당에게 굉장한 중대상황임을 인정한 셈이다.

유력한 여당 대권주자로서 ‘국난 극복’을 내세우며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낙연 의원 또한 7일 출마 선언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기본적으로 불로소득은 근절해야 하고 다만 실수요자,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청년층, 전·월세 입주자에 대해선 훨씬 세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안정이 최대 민생 과제로서 국난극복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이에 여당은 다주택자와 투기성 매매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당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감찰’을 시작했다. 이는 당 의원들에 대한 사실상의 부동산 매각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로남불’ 논란으로 인한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솔선수범 차원의 초강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주택자와 투기성 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중과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12·16 부동산대책과 올해 6·17 대책의 후속 입법과 함께 그 밖에 추가로 필요한 입법과제를 7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실효성 있는 부동산 대책으로는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해당된다. 실제로 정부여당은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6억원, 1세대 1주택자는 9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고 과표구간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종부세 최고세율 4.0%를 더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양도소득세 강화도 함께 추진된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80%의 양도소득세율을,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했을 경우 70%의 양도소득세율을 각각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해당 법안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분양권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50%보다 더 높은 80%로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지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경우 7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실수요자(1∼4%)에게 낮은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다주택자(최대 15%)에게 추가 취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싱가포르 모델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세를 중과해 세율이 12%에 달한다.

이 대표는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아파트 가격이 아주 급속도로 급격하게 오르고 있어서 국민의 걱정이 매우 많고 박탈감까지 느끼는 분이 많다“고 말했는데, 지지율 하락 조짐이 있자 신속한 여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세금 부담 증가 이외에 민주당은 공급 확대 카드 또한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 규제 완화 카드가 대표적이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7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그린벨트 해제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의 경우에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지만 서울 시내가 올해와 내년 약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돼 있다”며 “공급을 제약하는 규제를 좀 더 완화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두번째)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 김상조 정책실장(오른쪽)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두번째)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 김상조 정책실장(오른쪽)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76명 민주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뒤 다주택 고위공직자 집 매각 장려에 나선 정부여당

아예 정부 차원에서 다주택자 고위공직자들의 주택 매각 장려에 나설 조짐 또한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똘똘한 강남 한 채’ 남기기 및 박병석 국회의장의 23억 시세차익 등 여러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아예 176명(무소속된 박병석 국회의장 제외)에 달하는 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고,  여론 뭇매를 맞은 노 비서실장은 ‘강남 한 채’에 대한 매각 의사를 8일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의원들의 주택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7월에 의원들 재산 공개가 있어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변인은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언급은 아직 없었다”면서도 “조사를 했다는 것은 다음에 뭐가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1가구 1주택’ 원칙에 어긋난 의원들에 대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여당이 일종의 ‘다주택자 감찰’에 나선 배경으로는 여론조사로도 감지되는 민심 이탈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때문에 몰락한 노무현 정권이 남긴 트라우마다. 실제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총선 이후 5월 첫째주에 71%를 기록한 이후, 최근 5주 연속 하락 중이며 7월 첫째 주 50%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중 부동산 정책은 10%로, 북한 관계(16%), 경제·민생(12%)에 이어 3위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6월 3주 차 조사에선 3%였지만 2주 동안 7%포인트나 올랐다.

이에 당 안팎에선 이번 달 안에 ‘실거주 이외 주택 매각 방침’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합당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 못해”

정의당 “통합당엔 토지 공공재 개념과 솔선수범이 없어”

한편 미래통합당은 세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7일 당 정책위와 주최한 부동산 정책 진단 긴급 간담회에서 “세금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수십 년간 해왔던 조치지만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민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고, 지방에서도 돈이 있으면 수도권 아파트를 가지려는 수요가 있는데다 미래에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것”이라며 “어떻게 해도 안 되니까 대통령이 책임을 국회에 미루는 것 같은데, 결국 정부 부동산 정책이 완전한 실패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국회가 할 수 있는 정부 부동산 정책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세제를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건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정책”이라며 “이번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소속 의원들 및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 및 매각 권유 또한 비판했다.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이 애초에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강요하면서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은 것이 문제라고 본다”며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돈을 버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민주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재산이 많은 것도 나쁜 것이 아니다. 돈을 벌고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등의 문제가 없다면 돈 많이 벌고 재산이 많은 게 왜 문제가 되겠는가”라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 많고 부자되는 걸 희망한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직장 구하려는 것 아닌가. 고위 공직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강남에 집이 있다면 나름대로 강남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배경이나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런 맥락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8일 논평에서 “정부여당의 다주택 고위공직자 주택 매각 조치,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라며 “정부여당 인사들의 다주택 매각을 시작으로 1가구 1주택, 집은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라는 것이 대한민국 모두에게 보편적인 상식으로 안착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에는 날을 세워 “‘통합당 다주택 의원들은 주택처분 계획 없다’는 통합당은 뭐가 그리 당당한가”라며 “통합당에는 ‘토지에 대한 공공재 개념’ ‘공직자의 솔선수범’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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