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성암산업 사태, 노조 혐오가 원인··· 법적 ‘사용자’ 개념 확대해야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정계 입문 계기
“당사자·이해관계자, 논의·협상으로 합의 과정 거쳐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3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선의가 실질적인 변화의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폴리뉴스>
▲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3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선의가 실질적인 변화의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차별을 만드는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정치의 역할이 필요함을 실감했습니다. 더디더라도 선의가 실질적인 변화의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21대 국회에 진출한 이은주 의원이 밝힌 포부다.

폴리뉴스는 지난 3일 오후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초선)과 만났다. 이 의원은 민주노총 간부를 지내지 않은 단위노조 출신 간부로 국회에 진출한 첫 사례다. 지난 1993년 서울교통공사에 역무원으로 입사한 이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정책실장까지 지내며 직장 어린이집 설치·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이뤄냈다.

20년 이상을 노동운동에 투신한 이 의원은 ‘민주주의행 노동열차 출발합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된 이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회 앞에서 연일 노조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의 성암산업 이슈부터 정치에 나서기로 결정한 계기, 고용형태와 성별에 따른 차별 해소 등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 소신과 계획을 밝혔다.

▲ 성암산업 사태, 노조 혐오가 원인··· 법적 ‘사용자’ 개념 확대해야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3일은 강한 햇볕이 내리쬐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 날이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운송 업무를 하던 사내하청업체 성암산업 노조 전 조합원 145명은 지난달 29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해 이날 무더위 속에서 5일 차를 맞았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부로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성암산업은 폐업신고를 했고 회사는 5개로 갈라졌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성암산업 작업권을 다른 업체에 분할 매각하지 않고, 한 회사에 작업권을 넘기기로 약속한 바 있다.

노조는 하나의 회사로 작업권을 매각, 모든 조합원이 한 회사에서 일하게 해달라며 포스코를 상대로 지난해부터 투쟁을 계속해왔다.

성암산업 노조의 단식투쟁을 두고 이 의원은 ‘노조 혐오’가 이 사태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의원은 단식 투쟁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근본적으로 포스코의 뿌리 깊은 노조 혐오가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할 때마다 해당 업체가 분할 매각되는 수순을 밟았다고 들었다”며 “업체가 작업권을 원청에 반납하고, 포스코가 작업권을 쪼개서 여러 하청업체에 파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와해는 예정된 수순 아니겠나”라며 “‘분사 없는 매각’을 약속했던 포스코가 이번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그간 단체협상으로 보장받아온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후퇴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금도 포스코가 ‘고용은 보장해도 단협 승계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과한 억측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성암산업 노조의 해법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는 포스코가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으론 포스코에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포스코가 2년 전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분사없는 매각’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국회의원으로서 성암산업 건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성암산업 사례에 딱 들어맞는 법은 아니지만, 결국엔 노조법 2조 개정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성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에 ‘원청 사용자’가 포함되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사용자도 하청 노동자의 공동사용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라며 하청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물꼬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오른쪽)이 3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 이은주 정의당 의원(오른쪽)이 3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정계 입문 계기

이 의원은 정치에 나서기로 결정한 계기를 두고 서울지하철의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언급했다. 노동시민에 기반한 변화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절감한 것이다.

먼저 첫 번째 계기인 해고자 복직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뒤, 장기간 해결되지 못했던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문제를 직접 다루고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일터로 돌아오는 동료들을 보면서 정치를 부정할 게 아니라 선용하면서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두 번째 계기는 서울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한 노조 내부의 갈등이었다. 구체적으로 이 의원은 “지난 2016년 서울지하철노조가 대규모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현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신규입사한 청년조합원들에게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고 조합 탈퇴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갈등을 두고 이 의원은 “이것을 청년조합원들의 이기주의로 보지 않는다”며 “개별 기업에게만 책임을 묻고 해결을 맡길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차별을 만드는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정치의 역할이 필요함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종합적으로 이 의원은 “노조의 울타리를 넘어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동시민에 기반한 변화의 정치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 것이 나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고 역설했다.

▲ “사회 양극화, 불평등 심화에서 비롯··· 당사자·이해관계자, 논의·협상으로 합의 과정 거쳐야”

이 의원은 21대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행안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공동발의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의정활동에서는 고용형태·성별 등에 따른 격차·차별 해소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먼저 국내 사회 전반을 두고 이 의원은 “우리 사회 양극화는 불평등의 심화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며 “성암산업의 사안과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울어진 원하청 관계뿐만 아니라 성별 임금격차,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불평등까지 첨예하게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문제가 촘촘히 엮여있다”고 진단했다.

의정활동에서는 차별 해소를 모토로 내세웠다. 이 의원은 “행안위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된 만큼 우선 지방자치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 공무직, 위탁직, 지방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처우 개선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방공기업 간의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 중인 노동이사제의 전체 공공기관 및 전국 지방공기업 확대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도 전국으로 확대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의원은 앞서 밝힌 추진 계획에 덧붙여 논의와 협상을 통한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을 촉발한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건을 언급하며 “‘인국공 사태’는 한편으로는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행정에서 찍어내리는 해결방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요구하고 개입해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논의와 협상을 통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원만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더디더라도 선의가 실질적인 변화의 결과를 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사진=폴리뉴스>
▲ 이은주 정의당 의원. <사진=폴리뉴스>

▲ 다음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포스코의 성암산업 분할 매각과 해고통보 이후 노조가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일련의 상황은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근본적으로 포스코의 뿌리 깊은 노조 혐오가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할 때마다 해당 업체가 분할 매각되는 수순을 밟았다고 들었다. 업체가 작업권을 원청에 반납하고, 포스코가 작업권을 쪼개서 여러 하청업체에 파는 식이다. 노동자들은 신규 업체에 고용이 승계되면 다행인 거고, 더 나쁜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일하거나 현장에서 사라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와해는 예정된 수순 아니겠나. 2년 전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노조에 ‘분사 없는 매각’을 약속했던 포스코가 이를 모르쇠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해서든 이번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그간 단협으로 보장받아온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후퇴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포스코가 ‘고용은 보장해도 단협 승계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과한 억측은 아닌 것 같다.

- 원청의 고용승계 개입은 불법인 한계가 있는데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현행법상으론 포스코에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아이러니다. 원청 대기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부터 근로조건까지 그야말로 생사여탈을 쥐고 흔드는 일이 현실인데도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포스코가 2년 전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분사없는 매각’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성암산업건과 관련해 의안을 발의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성암산업 사례에 딱 들어맞는 법은 아니지만, 결국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성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본다.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에 ‘원청 사용자’가 포함되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사용자도 하청 노동자의 공동사용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물꼬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

-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하셨는데, 정치에 나서기로 결정한 계기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 뒤, 장기간 해결되지 못했던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문제를 직접 다루고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터로 돌아오는 동료들을 보면서 정치를 부정할 게 아니라 선용하면서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두 번째 계기는 서울지하철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터져나온 노조 내부의 갈등이었다. 2016년 서울지하철노조가 대규모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현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신규입사한 청년조합원들에게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고 조합 탈퇴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이것을 청년조합원들의 이기주의로 보지 않는다. 개별 기업에게만 책임을 묻고 해결을 맡길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차별을 만드는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정치의 역할이 필요함을 실감했다. 노조의 울타리를 넘어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동시민에 기반한 변화의 정치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 것이 나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 국회 상임위원회 중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최근(6월 29일)에는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의정활동에서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에 집중할 계획인가.

우리 사회 양극화는 불평등의 심화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성암산업의 사안과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울어진 원하청 관계뿐만 아니라 성별 임금격차,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불평등까지 첨예하게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문제가 촘촘히 엮여있다. 행안위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된 만큼 우선 지방자치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볼 생각이다. 자치단체 공무직, 위탁직, 지방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처우 개선이 쟁점이다. 또한 지방공기업 간의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 중인 노동이사제의 전체 공공기관 및 전국 지방공기업 확대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도 전국으로 확대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인국공 사태’는 한편으로는 교훈이기도 하다. 행정에서 찍어내리는 해결방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요구하고 개입해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논의와 협상을 통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공간을 적대적 구도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원만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더디더라도 선의가 실질적인 변화의 결과를 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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