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14년만 의견 표명...“공감대 무르익었다”
국민 88.5% 평등법 제정 찬성...인권위 여론조사
정의당, 29일 ‘차별금지법’ 턱걸이 발의
심상정 “기독교계 문자·전화 폭탄에 업무 마비...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국회의장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권고했다. 지난 2006년 정부 상대 권고안을 낸 이후 14년 만에 나온 공식 의견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평등법’ 제정이 조속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는 안건에 대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만든 ‘평등법’ 시안은 총 5개장 39개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별·장애·병력·출신국가·나이·성적 지향 등으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차별에는 직접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등이 포함된다.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다수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으로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규범을 국내에 실현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평등법 제정을 위한 공감대도 무르익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23일 발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82.0%)고 응답했으며, 평등법 법률 제정에 찬성하는 응답은 88.5%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인권위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월 22~2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 수준이다.
인권위는 2006년 국무총리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안을 냈지만 일부 종교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17~19대 국회도 6차례 법안 발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평등법은 정의당이 전날(29일)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유사하지만 세부사항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최 위원장은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법안을 ‘차별금지법’이 아닌 ‘평등법’으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 “차별금지를 하는 이유는 사실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평등을 앞에 두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 법안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시키는데 용의하다고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정의당은 29일 당론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 의원 6명과 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열린민주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10명이 참여해 ‘턱걸이’로 발의할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에는 성별,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19 재난은 우리의 삶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 다른 개인의 삶이 있는 그대로 존중되고 안전해야 우리 모두의 존엄과 안전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해줬다”며 “존중과 연대를 통해 재난을 극복하며 얻은 방역선진국이라는 명예를, 인권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세력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또 그래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로 슈퍼여당이 된 민주당이, 국민의 88%가 염원하는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책임있게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기독교계의 반대가 거세다. 문자와 전화 폭탄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일부 지역에선 저와 정의당을 비난하는 왜곡된 전단이 배포되고 있다”고 호소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오해를 불식하고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와 토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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