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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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이 갈수록 태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실패로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혼란스러운 재앙’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던 트럼프였지만, 그것은 약과에 불과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겨냥해 "폭도"(rioter)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연방군대 투입 같은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시민들의 분노가 무엇인가를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백주대로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흑인 남성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무참히 숨지게 한 사건이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장면인가를 그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경찰에 의해 다친 70대 노인을 향해 '설정'이라는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밀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노인 마틴 구지노에 대해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며 "설정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그가 극좌 집단을 일컫는 '안티파' 선동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잇따른 경찰의 폭력 행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나 항의자들을 비난하는 태도를 미국의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령에게14%포인트 뒤진다는 CNN 여론조사에 격분하여, 조사결과를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CNN 제프 저커 회장에게 보냈다. 오죽하면 CNN은 “정치인이나 선거 캠프가 여론조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사과를 요구한 것은 CNN 40년 역사상 처음”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제왕도 이런 제왕이 있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의 연속이다.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초일류국가라는 환상은 이미 뒤죽박죽의 코로나 대응을 통해 깨진 바 있다. 그런데 더 나아가 미국의 대통령은 경찰의 잔인한 폭력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듯한 태도를 보여 미국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인들까지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당연히 트럼프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갈수록 하락하여 바이든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디언 학살로 시작해서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의 역사에서 드러냈던 야만성과 폭력성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가 들려주고 있는 폭력 예찬과 다를 바 없는 말들은,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하는 미국의 리더십이 어떤 지경에 처해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이끄는 국가로 자처할 자격이 없다.

물론 우리는 그래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를 암묵적으로 지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 했을 때 오히려 북미대결이 재연될 위험이 컸기에, 차라리 김정은 위원장과 친분이 있고 북핵문제 해결을 업적으로 남기고자 하는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에는 더 낫다는 판단을 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제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말만 앞서고 행동을 보여주지 못해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생각하면 저렇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이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있는 것 아닌가. 4년 전에도 신뢰할 수 없고 거칠은 언행을 그렇게 드러냈지만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으니, 트럼프는 여전히 그런 드라마를 원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러고서도 두번씩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도 이런 기회를 거치면서 좀더 생생하게 알게 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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