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영웅이라면 백선엽 장군도 영웅”
“대한민국 현대사는 모두의 역사, 권력을 쥔 자들만의 역사 아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여권 일각에서 백선엽 전 장국(99세·예비역 대장)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국립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홍범도 장군이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면 백선엽 장군도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라고 추어올렸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6일 현충일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를 언급하며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듯, 백 장군도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하지만 ”최근 여권 일부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백 전 장군의 안장 문제와 관련해 ‘친일파 파묘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그 선택적 기억을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하고 그런 왜곡된 평가를 바탕으로 미래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역사적 사실을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념과 현실적 이익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은 역사적 진실의 중요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모두의 역사이지 권력을 쥔 자들만의 역사가 아니다”라며 “5년짜리 역사, 아니 2년 후에 번복될 역사를 쓰려 하지 말라”고 일침을 날렸다. 

2018년 9월 21일 서울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백선엽 예비역 대장 생일파티에서 백 장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8년 9월 21일 서울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백선엽 예비역 대장 생일파티에서 백 장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백 장군에 대해서도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현재를 만드는 데 기여한 부분이 더 크다면 마땅히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국가보훈처가 천안함·연평해전 유가족들을 현충일 추념식에 뒤늦게 초청한 데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충일 행사에 천안함, 연평해전 유족을 빼려 한 것은 그런 잣대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의 핵심은 보훈처의 실수인지 청와대의 지시인지를 가리기 이전에, 그런 상식 이하의 일이 현 정부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사를 제멋대로 재단하려고 하지 말고, 역사를 마음대로 평가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며 “특히 역사를 정치투쟁의 도구나 미래를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혹시라도 지금 역사를 2년 후 대선을 위한 정치 투쟁의 도구로 쓰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면, 그런 자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현 집권 세력은 역사에 대한 합리와 객관의 자세를 견지하고 화합과 대통합의 정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안 대표는 앞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에는 특별 성명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특정 지역이나 정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백 전 장군은 일제 강점기 때 항일인사 토벌에 나선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근무했다. 이 때문에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전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바 있다. 

반면 6·25 전쟁 중 다부동 전투 승리와 평양 선두 입성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해, 전쟁 기간에 초고속으로 진급을 거듭해 32세에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이듬해 국군 최초의 4성 장군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명과 암을 동시에 지닌 대표적 인물이 됐다.

백 전 장군은 지난 2018년 11월 주한미군이 열었던 백수(白壽)연에 참석할 정도로 건강이 좋았지만, 오래 초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병원에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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