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50대로 진입하며 50대도 ‘진보 우위’
文 정부 정책 수혜 입은 40대 ‘진보 쏠림’
20대 남성은 여권에 ‘냉담’…여성과 차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보수”
지역구 의석만으로도 과반을 달성할 정도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총선을 두고 유권자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보수정당을 많이 찍었던 50대들의 민주당 선택이 결정적이었다.
소위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라는 해석이다. 과거 2012년 대선에서 드러났듯이 ‘결집’하면 이길 수 있었던 보수 진영이 이제는 유권자 지형 상 다수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온 구조적 변동의 문제”라고 해석했다.
'폴리뉴스'는 이에 KBS 등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른 연령별 정당지지율 분석을 통해 유권자 지형의 변화를 분석했다.
① 50대 표심의 변화…민주화 386세대가 50대로 진입하며 민주당 지지
민주당의 승리 요인으로는 첫째로 50대 표심의 변화를 들 수 있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만 하더라도 50대의 39.9%가 새누리당을 지지했고, 19.6%만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국민의당이 28%, 정의당이 6.15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이번 21대 총선의 경우 50대의 49.1%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통합당의 지지율은 41.9%였다. 양당 다 지지율이 상승했으나 민주당 지지율의 상승 정도가 압도적이어서 통합당 지지율의 상승을 상쇄했다. 즉 오랫동안 지속돼 온 50대에서의 ‘보수 우위’가 인제는 ‘진보 우위’로 바뀌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결과로도 증명되는데, 7회 지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광역단체장들은 50대에서 전부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1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화를 주도한 586 세대가 50대로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통합당이 강한 세대가 60대 이상으로 한정되는 것이 이번 선거의 큰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9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화를 겪었던 세대인 50대들은 이제 나이가 들었음에도, 민주화 운동에 대한 뚜렷한 기억 때문에 크게 보수화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위 ‘코호트 효과’가 ‘연령 효과’를 압도하는 셈이다.
② 친여(親與)로 더 쏠리는 40대
이번 총선 및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세대인 40대의 표심이 친 여권 방향으로 갈수록 결집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30.8%에 그쳤고 국민의당을 합치더라도 61.2%에 그쳤던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64.5%의 지지율을 40대에서 얻어냈다.
과거 선거의 경우, 40대가 ‘진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12년 대선에서 40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4.1%의 지지를 보냈다. 문재인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앞서긴 했어도 55.6%에 그쳤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활동의 중추인 40대의 표심이 갈수록 여권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9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세대가 현재의 40대다. ‘어려운 해고’로 대표되는 고용 안정성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쾌적한 근무환경 등이 대표적이다”라며 “촛불 집회에 가장 많이 나왔던 것도 이 세대로, 문재인 정권이 갖는 도덕적 우위에 크게 공감하는 세대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20대 시절 벤쳐와 IT 붐을 겪은 세대로서 김대중 대통령의 벤쳐 정책의 수혜를 입은 세대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친 스마트산업 정책에 공감한다는 지적도 있다. 토목, 건설 등 2차 산업에 주력하는 통합당에게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30대의 경우, 민주당은 61.1%, 통합당으 29.7%를 얻어 과거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성을 보여줬다.
③ 18~20대 여당 우세 속 성별 간 정당 지지율 갈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 대거 ‘무당층’으로 잡혔던 18~20대들은 결국 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56.4%가 여당에 지지를 보냈고, 통합당에 대해서는 32%가 지지를 보내는 데 그쳤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남녀라는 성별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의 경우 40.5%가 통합당을 지지했는데, 이는 ‘보수의 전성기’였던 2012년의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남성에게서 얻은 37.3%보다 높은 수치다. 현 정부여당에 친화적이지 않은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실제 표심으로 연결된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47.7%로 통합당의 그것보단 높았지만 50대 남성의 민주당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20대, 30대, 40대는 민주당이 각각 63.6%, 64.3%, 64.2%를 얻었고 통합당이 각각 25.1%, 26.5%, 27.3%를 얻어 결과가 서로 비슷했는데, 서로 공유된 정서를 갖고 있다고 분석된다.
④결집만으로는 이길 수 없게 된 보수, 중도층 마음 얻어야
사실 이번 선거는 보수진영이 총집결한 선거였다. 66.2%에 달했을 정도로 전체 투표율도 높았을뿐더러, 보수진영의 강세지역인 영남지방(부산 67.7%, 대구 67%, 울산 68.6%, 경북 66.4%, 경남 67.8%)의 투표율도 낮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도 완패했다.
이는 과거 보수진영이 갖고있던 일종의 ‘신화’를 깨는 현상이다. 과거 2012년 18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이 결집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결집’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진 것이다. 이제 보수진영만으로는 ‘다 뭉쳐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해석된다.
이를 두고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가 소수 정파가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중도층의 선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라면서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보수’라고 정의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예 보수가 주류에서 밀려났다는 해석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류가 확실하게 교체됐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고 비주류라는 게 확인됐다”며 “정치지형상 과거에는 ‘민자당 대 반민자당’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였다면 이제는 선명하게 ‘민주당 대 반민주당’ 구도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해석 모두 ‘보수’가 더 이상 다수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리킨다는 것에는 공통적이다. ‘반새누리’, ‘반한나라’라는 말이 있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sns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핵심은, 한국사회가 2000년 이후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변모를 완료했고, 그 결과 삽 든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경제적 주류를 대신하여 IT와 벤처, 인터넷 기업 등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경제적 주체들이 이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게 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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