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7선), 박지원·정동영(5선), 유성엽(4선) 등 중진 의원 낙마
손학규 대표직 사퇴 "선거 결과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왜곡된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의 피해자
당내 거듭된 내홍 끝내 봉합 못 해 지지율 떨어져
김정화 공동대표 “선대위 해산하고 전당대회 준비할 것”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사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사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 민생당은 원내 3당이자 교섭단체로 기호 3번을 달고 호기롭게 출발했던 것과는 다르게, 하루아침에 ‘원외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16일 개표결과 민생당은 지역구 0석, 비례대표 0석으로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모두 공천하며 호남정당을 자처했지만, 호남지역 28개 선거구에서 1곳을 제외하고는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싹쓸이’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는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따라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4·15총선에 패배한 데 대해 “선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참담한 결과를 보고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제3지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모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민은 제3세력에게 견제의 기회를 줄 여유가 없었다”며 “분열과 탈당, 내홍과 각자도생으로 불안정한 민생당에게 표를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다 저희의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민생당은 지난 2월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이 합당하면서 당내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등 현역 중진 의원이 20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민생당은 선거보조금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79억 7천여만 원을 받았다. 

출발선이 거대 양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보다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민생당은 15일 방송 3사(KBS·MBC·SBS)가 총선 투표 종료 후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0~0석’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개표가 완료된 이후에도 민생당이 지역구 후보를 낸 58곳 중 단 한 곳에서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4·15 총선 민생당 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가 9일 3천배 유세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 4·15 총선 민생당 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가 9일 3천배 유세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생당은 특히 광주 서구을에서 ‘7선 고지’에 도전하는 천정배(19.4%) 의원이 정치 신인 양향자(75.8%) 당선인에게 56.4%p로 대패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호남에서 5선에 도전하는 박지원(전남 목포신안)·정동영(전북 전주병) 의원이 힘도 써보지 못하고 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려 낙마한 것도 충격이 컸다. 

민생당 공동대표로 4선에 도전하는 유성엽 의원도(전북 정읍시) 민주당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박주선(광주 동남을) 의원은 민주당 이병훈(70.9%) 후보와 무소속 김성환(16.3%)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쳤다. 

4년 전, 국민의당 시절 이들은 호남 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하루아침에 추풍낙엽이 되었다. 

민생당은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2.7%)에서도 3%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3번을 받은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는 금배지를 끝내 달지 못하게 됐다. 

전남 목포에 출마한 민생당 박지원 후보가 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선거캠프에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남 목포에 출마한 민생당 박지원 후보가 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선거캠프에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이렇게 됐을까?

민생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것에 대해 손 위원장은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을 탓했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을 향해 “이번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례위성정당으로 왜곡한 거대 양당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지적하며 “지역구 후보 몇 명 이상을 내지 않는 정당에는 비례후보를 낼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내지 않은 국민의당을 겨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다당제를 구성하기를 희망했지만 결국 이번 총선이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결 양상으로 흐른 데다, 거대 양당이 모두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양당제’로 더욱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민생당의 처참한 성적표에는 당내의 문제도 있었다. 민생당은 3당 통합 이후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거듭되면서 지지율을 잃었다. 

여기에 비례 순위를 정하는 공천 과정에서 손 위원장이 비례대표 2번에 배정돼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끊임없는 크고 작은 논란이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위원장은 지난 15일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기자들과 만나 “출구조사 결과가 크게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정치가 거대 양당의 싸움판 정치로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김정화 공동대표가 선거 이후 수습과 관련해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16일 여의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 대해 “비참한 결과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결과적으로 ‘벼락치기’였다. 반성하고 다시 일어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대표로서 5월 내로 민생당 전당대회를 개최할 준비를 할 것”이라며 “선대위 해단식을 하고 정식으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설치하여 실무 준비를 위한 TF팀(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