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 ‘진상규명’ 지지부진, 계속되는 희생자·유가족 혐오·모독 발언
집권여당 총선압승에도 ‘진상규명’ 진전 없으면 ‘무능’하거나 ‘의지’없다는 평가 받게 돼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완승으로 끝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 첫 일성은 세월호 참사 6주기 메시지였다. 그러면서 당면한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한 ‘세월호 교훈’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세월호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공감’을 남겨주었다”며 “어느 때보다 공감이 필요한 때 세월호 6주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시는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약속한 ‘안전한 나라’를 되새긴다”며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돌아갈 일상은 지금과 확연히 다를 것이다. 새로운 삶도, 재난에 대한 대응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 건립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추모사업 추진과 함께 ‘진상규명’을 과제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의 동력으로 삼아 ‘세월호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불과 한 달 후 취임 4년차에 접어들지만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진상규명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집권 1년차인 지난 2017년 11월24일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꾸려지게 됐지만 보수야당의 특조위원 위촉과정에서부터 파행으로 흐르면서 활동이 지연된 탓이다.
검찰의 세월호 재수사도 지난해 11월 11일에서야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단장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구성해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진상규명의 실체 접근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특수단 지금까지 당시 해양경찰의 구조지연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했을 뿐이다.
2기 특조위를 통한 ‘재조사’와 검찰 특별수사단에 의한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과연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늘고 있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모독·혐오 발언도 아직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의 핵심, 박근혜 정부의 참사 당일 행적과 세월호 수사·조사 방해 의혹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수사·조사 방해 의혹 ▲구조지연의 원인 이 세 가지를 명명백백하게 가리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보수세력이 참사 이후부터 최근까지 자행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피해자에 대한 혐오·모독행위들도 낱낱이 캐야 한다. 정권의 공작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봐야할 부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캐기 위해선 참사 당일 청와대 기록물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2017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서 한 발짝의 진전도 없다. 이를 보려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국회와 검찰, 법원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렵다.
21대 총선에서의 여당 승리는 봉인된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과 정부기록물을 공개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미적거리던 검찰 등 사법기관들이 비로소 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수단은 지난 7일부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 조사방해와 과거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수사를 위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대통령기록물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조위 조사 방해와 기무사 유가족 사찰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또 특수단은 총선 다음날인 16일 특조위에 파견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복귀를 지시한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검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수사를 진행할 경우 생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탓이다. 세월호 참사 수사 방해 행위에는 박근혜 정부 법무부·기무사·감사원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검찰수사 외압 의혹도 걸려 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통령기록물 지정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의혹 선상에 올라 있다. 과거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만큼 20대 국회에서의 세월호 진상규명 목소리는 정치적 이슈로 치부됐다. 이에 검찰도 정치권의 동정을 살피며 움직이지 않다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시점에 맞춰 특수단을 꾸리는 조치를 취했다.
21대 총선이 여권의 압승으로 귀결된 직후에 문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천명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특별수사단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라는 채찍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상규명’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혐오와 모독행위에 법적 대응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공공연한 세월호 유가족 모독 발언이 2차 가해의 형태로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총선에 출마한 차명진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이 모독성 발언을 내뱉는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세월호 혐오·모독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혐오·모독행위들은 박근혜 정부 기무사 ‘세월호 대응팀’에 의한 유가족 사찰과 공작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 기무사는 세월호 유가족 신상정보를 수집 활용해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사용했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보수인사들의 유가족 혐오발언의 근저에 국가기관의 비호 내지 관여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사건 이후 진상규명을 줄곧 약속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보수야당의 방해, 검찰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댈 수 있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했음에도 ‘진상규명’에 진전이 없다면 ‘무능’하거나 ‘의지’가 없거나 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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