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진단 마지막 시간입니다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완승과 미래통합당의 완패로 마무리되며, ‘190 대 110’이라는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범여권은 비례의석을 포함해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과 무소속 1석을 포함해 190석을 이루었고, 미래통합당이 103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4석 등으로 범야가 110석입니다.

66.2%의 높은 투표율로 지난 3개월간 실시된 여론조사의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들이 지역구별로 만들어진 듯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과반수를 넘어 180석의 1당이 되는 것까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결과가 발표된 직후, 여권인사들이 한결같이 ‘두려울만큼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표현할 정도로, 새로운 정치권 프레임이 성립되었습니다.

선거전 후반 양 진영의 지지세 결집으로, 과거 지역주의 현상이 부활한 지역별 당선자 분포를 볼 수 있습니다. 부울경에서 대구경북, 강원영동에 이르기까지 미래통합당 절대 우세, 호남의 민주당 석권 등 익숙한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1석 중 103석을 민주당에 밀어준 수도권의 민심은 국민의 명확한 뜻을 보여준 것이고, 마지막까지 야당의 선거를 지휘한 김종인 위원장이 ‘정부에 협조하라는 메시지로 이해한다’고 표현한데서 보이듯이 앞으로 정치권의 움직임은 과거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을 해 봅니다.

총선 흐름을 분석하는 시간에 언급했듯이 이같은 총선결과의 가장 큰 원인은 미래통합당이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지난 총선과 같이 공천에 실패한 모습입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간에 갈등을 보이고 공천결과를 뒤집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무리한 혁신공천 추진이 지역구의 실질적 경쟁력을 약화시킨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제21대 총선 결과와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제21대 총선 결과와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은 총선 기간 내내 문제가 되었습니다. 막판 김종인 위원장의 영입으로 보완하려 했으나 막말 파동을 막지 못했고, 당 내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의 통일성 조차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대선주자들이 배제된 가운데 황대표 자신이 종로에서 열세를 보인 상황은 당의 선거전에 취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대처상황이 외국에 모범 사례로 소개되는 상황에서도 방역실패 주장만 되풀이하고, 심지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등 코로나19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괴리를 가져왔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한가지 예로, 선거 초반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았던 자영업자 층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질적인 정부지원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되면서 오히려 정부에 대한 지지여론으로 돌아선 것이 확인되며, 이것이 실제 투표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리더십과 조직력이 현장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됩니다. 비례정당 창당의 문제만 제외하면 오래 준비한 시스템공천이 큰 무리없이 진행되었고, 이해찬, 이낙연으로 이어지는 중앙 지도부와 각 지역별 선대위원장의 일사분란한 역할분담이 최대의 조직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민주당에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이고 성실한 대처에 국민들의 신뢰가 모아졌고, 대통령지지율은 선거전 후반 50%대 중후반까지 치솟았습니다. 외국사례와 비교하는 기사가 쏟아지며 ‘외세가 개입한 선거’라는 유머가 만들어질 정도로 코로나19와 관련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선거전의 최대변수가 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지도부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지도부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다 큰 측면에서는 촛불 민심을 실행에 옮기는 주체로서 더불어민주당에 신뢰를 보내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와 탄핵까지 부인하는 세력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는 미래통합당과 대비해서, 산적한 개혁과제의 완수를 위해 여당에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는 민심이 표심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향후 미래통합당은 총선결과에 대한 책임론 제기와 지도부 교체가 당연한 수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공천 책임론이 당 내부 정비과정의 시발점이 될듯하지만, 대선후보급들이 대부분 퇴장하고 영남 지역정당으로 몰락한 현실에서 향후 지도부 교체과정을 생각해보면 단순하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대선주자들이 2년 후 대선 국면에서 보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보수라는 정체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통합’을 명분으로 모두 규합하려 했던 후유증도,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보수정당을 원하는 국민정서에 부합하기까지 먼 길을 예고한다고 봅니다.

이해찬 대표가 언급했듯이, 선거 결과를 놓고 가장 긴장하는 쪽은 오히려 정부여당이라 보여집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게 된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국민이 부여한 절대권력을 어떻게, 무엇을 향해 써야하는 것인지 다시금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과거의 정치 프레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만에 하나라도 절대권력에 취한 틈새를 보일 경우 권력의 힘만큼이나 커다란 반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을 늘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겠지만, 현 정권의 등장과 이후 선거 승리의 배경이 촛불이라고 보면 향후 정책의 방향은 보다 명확해질 것입니다. 이번 총선 역시 촛불로 터져나온 민심이 권력으로 완성되는 과정이고, 정부여당이 향후 새롭게 가져가야 할 초심의 근거도 그로부터 찾아져야 할 것입니다. 

총선 민의의 깊은 이면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있으며, 그 열망은 2년 후 대선까지 이어지며 열매를 맺어갈 것입니다. 총선진단을 마무리하며, 상생과 통합의 리더십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 일하는 정치, 생산적인 정치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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