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후보 토론에서 ‘세월호 텐트’를 거론한 막말의 주인공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제명당하지 않은채 4.15 총선에서 완주하게 되었다. 통합당 윤리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차 후보에 대해 ‘탈당 권유’라는 예상보다 낮은 징계를 내림으로써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헌당규상 탈당 권유 징계를 받으면 열흘 안에 탈당해야 하고, 탈당하지 않을 경우 제명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게 되어 있으니까 후보 자격은 유지된다.
막말 논란이 확산된 어제만 하더라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등은 사과하며 제명 조치를 공언했었는데, 당 윤리위가 차 후보의 소명 일부를 받아들여 징계의 수위를 낮춘 것이다. 이는 차 후보 제명에 대한 강경 보수세력의 반대를 의식하여 그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판단이 깔린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러한 발상은 선거전략 면에서도 소탐대실의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자신들의 ‘집토끼’를 잡겠다고 막말을 혐오하는 ‘산토끼’들을 크게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 후보의 완주는 그 개인에게는 "윤리위의 현명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통합당이 전국적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크게 잃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어리석은’ 조치이다.
당장 차 후보는 "통합당 후보로 선거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선거운동 시작했다"며 반색하고 나섰다. 오죽하면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윤리위 결정이 한심하다"며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그 사람을 통합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겠는가. 자기 당 선대위원장이 후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부끄러운 후보를 유권자들 앞에 살려놓은 것이 통합당의 모습이다.
차 후보는 물의를 빚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신장하는 길에 걸림돌인 세월호 우상화 세력과 맞서 온몸을 던져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도 했다 한다. 더욱 전의에 불타는 ‘세월호와 싸우는 전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셈이다.
차 후보가 발언의 근거로 삼았다는 보도 기사의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가를 알 수는 없지만, 설혹 어느 정도의 사실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과 유족들 내부에서의 일이지, 공당의 후보가 방송 토론에서 꺼낼 얘기는 전혀 아니다. 그런 얘기를 꺼내 세월호 유족 전체를 욕보이는 저의가 무엇인가. 제1야당이 여당과 싸우면 되는 것이지 왜 굳이 세월호 유족들과 싸우려 하고 있는 것인지, 더구나 다른 당 후보를 향해 그런 얘기를 꺼낼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이 발신한 혐오는 또 다른 혐오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약한 사람들을 향한 혐오의 메시지는, 그런 자신을 혐오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낳게 된다.
러셀 커크는 『보수의 정신』에서 이렇게 말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광신적 이념의 독단이 아니라 정치의 일반적 규칙을 신뢰한다.” 광신적 이념에 빠지는 것이 진짜 보수주의자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차명진의 낯뜨거운 막말, 그런 후보에게 선거 완주의 기회를 끝내 주고마는 통합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 정치의 보수정당에서는 여전히 광신적 이념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막말을 일삼으며 기본적인 품격조차 상실한 그들은 진짜 보수주의자가 되지 못한다. 좋은 보수가 있어야 좋은 진보도 만들어진다. 좋은 보수와의 경쟁을 의식해서 진보도 그만큼 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쁜 보수가 계속되는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에 폐해를 낳는 일이다. 통합도 하고 당명도 바꾸었지만 미래통합당이 달라지려면 아직도 먼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총선 D-2] 미래통합당, ‘지속적 물의 발언’ 차명진 최종 제명
- [총선이슈] 김대호·차명진 ‘막말’에 통합당 ‘진통', 민심역풍 맞을까 전전긍긍
- [총선 D-6] 김종인 머리숙여 ’김대호·차명진 막말‘ 대국민사과
- [총선 D-7] 황교안, 차명진 막말 대국민사과…김종인 9일 사과 예정
- [총선 D-7] 차명진, 세월호 XXX 사건 막말... 통합당 발칵, 징계 강행
- [4.15 D-8]통합당, 3040ㆍ장애인 비하 발언 파문 '김대호 제명' 결정
- [총선 D-8] 김대호 “3040세대 논리 없어” 발언 논란…통합당 ‘엄중 경고’
- [이슈] 文대통령, 총선압승 바탕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속도 낼까
- 文대통령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세월호 교훈 담겼다”
- 민주당 당권주자 3人, 4.16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한 뜻 "영원히 기억할 것"
- [4.16 안산 현장] 세월호 5주기 기억식, '너희들에 대한 죄책감'과 아직 이뤄지지 않은 ‘진상규명’
- [4.16 안산 현장] 이재명 “심장에 돌 매단 것처럼 마음 무거워”
- [4.16 안산 현장] 장훈 피해자가족협 위원장 “5년간 발 닿는 곳은 지옥”
- [4.16 안산 현장] “봄이 오면 슬퍼, 네가 보고싶어서”...벚꽃 핀 화랑유원지
- 세월호가족·4.16연대, 차명진 망언에 “즉각 고소·고발”
- 4.16연대, ‘박근혜, 황교안 포함’ 세월호 참사 처벌 요구 대상 명단 공개...“처벌 촉구”
- [포토]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
- [세월호4주기] 다시 살아난 4.16 "기억과 행동의 촛불"..."朴탄핵사유, 왜 세월호만 안됩니까?"
- 경기도교육청,“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7주기 추모
- 文대통령 세월호 7주기 메시지 “진실만이 비극 막는다” 진상규명 의지
- 인천시, 세월호 참사 일반인희생자 7주기 추모행사 개최
- 세월호 참사 7주기 이틀 앞두고…특검후보추천위 '지각 출범'
- 5년만에…국민의힘 지도부, 안산 세월호 추모식 참석
- ‘세월호 구조실패’ 김석균 전 해경청장 1심 무죄…與 “사법개혁 해야”
- [유창선 칼럼] 김어준의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신봉하는 사람들
- 세월호 특수단, 세월호 수사 '혐의 없음' 결론에 유감 표명 쏟아져
- [국회] '세월호 증거 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 본회의 통과
- [세월호 기획1] 사참법 국회 통과... 그러나, 유경근 “법안 통과되는 것보다 법 실효성이 더 중요”
- [세월호 기획2] 사참법 공동발의 고영인 의원 “‘이제, 대통령 기록물 제출 요구안’도 반드시 통과돼야”
- [속보] 사회적참사법 국회 최종 통과...세월호 조사 기간 연장
- [국회] 세월호 진상 규명 1년 6개월 연장...‘사참위법’ 정무위 안건조정위 통과
- 靑 ‘대통령직속 세월호특별수사단 설치’ 청원에 “중립성 차원, 신중할 필요”
- 檢, ‘박근혜 세월호 특조위 조직적 방해’ 기재부 등 압수수색...사참위, 이병기 전 靑실장 등 19명 수사의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