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우려? 2차 대전 때 영국·미국서 ‘재정 때문에 히틀러랑 적당히 싸우자’는 말”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부 교수
▲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부 교수

[폴리뉴스 정찬 기자]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9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세계경제위기를 “준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미국 등 세계금융시장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 대해 “이미 1997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게 가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거의 준전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시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감염증 확산이 이 같은 위기를 낳은 배경에 대해 “코로나19는 뇌관이고 밑에 쌓여 있는 문제가 많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잘못 처리해 지금 이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며 “금융위기 때 제도개혁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돈을 풀어 문제를 봉합했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유례없는) 저금리에다가 무슨 양적 팽창이니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돈을 막 푸는데 그게 금융 기관에만 가고 실물 경제에는 잘 가지 않았다”며 “금융 시장에 거품이 확 끼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뇌관을 터뜨린 것이다. 옛날처럼 돈 풀어서도 해결이 안 된다. 돈을 풀면 뭐하나. 나가서 사람들이 돈을 쓸 수도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지금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부채가 엄청 많이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들이 돈을 마구 빌렸다”며 “전문가들 사이에 ‘금융시장 교란이 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 그냥 최악의 타이밍에 이게 터졌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가 통제된다는 전망 속에서 3개월 후 V자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데 대해 “영국 수상이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갈 수도 있고 최소한 6-7개월은 지나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며 “아무리 V자로 회복이 된다고 할지라도 미국, 영국에서 병이 잡히려면 최소한 연말까지 가야하고 그 다음에 V자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 아래로 붕괴된 데 대해 “(부동산가지 더해) 더 밑으로 갈 것이다. 또 지금 사우디하고 러시아하고 석유 전쟁을 하고 있지 않나. 이런 여러 가지 변수가 워낙 많다”며 “단적으로 연일 미국 연준에서 ‘이자율을 거의 제로로 내린다, 몇 조 달러를 푼다’라고 하는데 이래도 한 2시간 지나면 주식시장 다시 떨어졌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장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국민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 외에도 세금 및 공공요금 감면, 그리고 기업에게 고용유지를 하도록 하는 노동자 임금보조 등의 국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매년 흑자 재정이다. 오죽하면 재정 적자 싫어하는 OECD에서 한국은 돈 좀 더 재정을 통해서 써도 된다고 했겠나”며 “준전시 상황인데, 예를 들어 2차 대전 때 영국이나 미국에서 ‘재정 적자나니까 히틀러랑 적당히 싸우자’ 이랬으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됐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재정 적자 좀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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