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노후화로 교체주기에 다다른 유럽·미국과 배경 달라
전력시장 자유화와 연동돼야…마이크로그리드 보급 필요

한국에서도 '그린뉴딜'이 여당 총선 공약에 나타났다. 그림은 해외의 그린뉴딜 정책 홍보 그래픽. <그림=Green Party Us 제공> 
▲ 한국에서도 '그린뉴딜'이 여당 총선 공약에 나타났다. 그림은 해외의 그린뉴딜 정책 홍보 그래픽. <그림=Green Party Us 제공>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에 용어‘그린뉴딜’이 처음으로 16일 등장했다. 그린뉴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생에너지 확충을 통해 2050년 경 탈탄소 사회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엔 일군의 젊은 정치지망생들이 힘을 보태 역동적으로 보인다.

용어 ‘그린뉴딜’이 한국에서 이제야 집권 여당의 총선 공약에 등장해서 그렇지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럽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고용과 신산업 창출의 방법론으로 활용하고 미국 전 오바마 대통령이 정당정책으로 활용한만큼 한국에서도 익숙한 개념이다.

박근혜 전 정권 시절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신재생에너지기기로 등장하고 태양광과 풍력과 결합해 에너지자립섬, 마이크로그리드 개념이 등장할 때 ‘그린뉴딜’의 맹아가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엔 재생에너지가 원전과 석탄발전을 대체하고 에너지의 지방분권 주역이란 개념이 없었을 뿐이다.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며 노후석탄발전소를 퇴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계와 화석연료 업계의 저항과 시민단체의 불만족에 직면했지만 어쨌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대로 ‘그린뉴딜’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내세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핵심 용어로 발돋움하는데 배경이 됐다.

분명‘그린뉴딜’이 한국 사회에서 쉽게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를 알아채고 ‘2050년‘, ’도입 검토‘ 등 유보적인 용어들을 총선 공약에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론된다. 근원적으론 한국은 미국과 유럽과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린뉴딜이 유럽과 미국에서 도입될 때 그들의 계통망은 이미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어 교체주기에 이르렀다. 대규모 블랙아웃이 잊을만하면 일어났다. 전력시장에도 자유화돼 다양한 주체가 등장했고 전기요금은 비싸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신뢰성 있는 계통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력판매 주체는 한국전력 하나로 법제도로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 믹스 상 여전히 석탄발전과 원전의 비중이 높고 정책 목표상 재생에너지 비중도 낮다.

한국에서 에너지정책의 지방분권화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근간인 그린뉴딜이 자리잡으려면 우선 유럽·미국과 한국이 다른 상황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단순한 정의감의 실현이나 환경운동 차원에서 그린뉴딜을 접근했다가는 이전의 시도와 다르지 않게 좌초될 수 있다.

한국에서 그린뉴딜의 선결 조건은 ‘기존 계통에 대한 이해’이다. 한국의 계통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중국의 추격과 실증 데이터도 만만치 않지만 미국에서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한국 기술자가 파견돼 해결했었고 마이크로그리드의 연구 토대를 마련했다.

마이크로그리드 모식도. <그림=슈나이더 일렉트릭 제공>
▲ 마이크로그리드 모식도. <그림=슈나이더 일렉트릭 제공>

한국의 전력품질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다. 계통이 안정적인데 굳이 그린뉴딜을 통해 위험부담을 감수할 정책당국자나 계통운영자는 없다. 따라서 한해 1조 원 가량 되는 한전의 송배전망 유지 예산의 세부 내역은 어떠한지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하나 고려해야할 요소는‘전력시장 자유화 이행’이다. 한국 사회에서 전력시장 자유화에 대한 지적 탐구는 학계뿐만 아니라 공기업 차원에서도 차고 넘칠 만큼 이뤄졌다. 전력시장 자유화가 선결돼야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판매 주체가 돼 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제대로 된 RE100도 시행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에선 ‘에너지 프로슈머’ 제도가 없으며 모든 전력거래가 자유롭지 못하다.

그린뉴딜을 부식시키려면 ‘새로운 전력기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널리 보급되지 않는 이유는 계통의 안정된 운영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변동성 재생에너지(VRE)로 불리는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이 불규칙해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부착된 마이크로그리드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법제도에 묶여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선 법규정상 여전히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도 자체적으로 소비하기보다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전송해야한다. 이러한 점은 마이크로그리드는 물론 그린뉴딜이 추구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린뉴딜이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은 에너지 분권을 수행할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다.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역량을 배양하는데 우선 힘을 기울여야한다. 여기엔 선언과 구호보다 기술적 실행능력 함양이 중요하다. 우수한 전력기술 인재를 지방에 유치하고 그들에게 분권화된 에너지망을 맡길 수 있느냐가 한국에서 그린뉴딜의 성공 과제이다.

중앙에서 5G 통신기술을 활용해 관제운영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지방분권’이라는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분권을 시도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인재 육성 및 유치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사항은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이다. 그린뉴딜이 추구하는 세력과 기존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상충하는 건 사실이지만 기존 이해관계자 또한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이 서구가 수백년에 걸쳐 이룬 경제발전을 30년간 압축적으로 이행하는 바람에 기존 이해관계자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하고 노고를 치하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대로 함께 나아갈 때 ‘그린뉴딜’이 한국에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뉴딜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0) 사회를 지향한다. <사진=LG전자 제공>
▲ 그린뉴딜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0) 사회를 지향한다.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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