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의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의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하고, 양적완화(QE) 규모를 최소 7000억 달러로 상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연준의 파격적인 조치에도 15일(현지시간) 미국 주가지수선물은 대폭 하락세를 보였고, 16일(국내시간) 코스피도 반등이 나타나지 못했다. 연준의 회사채·CP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더욱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는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15일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도 시작하기로 했다. 양적완화는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도 돈이 돌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연준은 총 7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해 시장에 돈을 풀기로 했다.

연준의 이번 대응은 글로벌 시장의 신용 경색 흐름을 억제하겠다는 통화당국의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번처럼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한 적은 없었다. 1980년대 볼커 의장 시절 이후 단기간 내에 1%에 달하는 금리를 인하한 것은 처음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 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폭넓은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격적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연준은 400억달러어치씩 16일(현지시간)부터 매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16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앞 전광판 곁을 마스크를 쓴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6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앞 전광판 곁을 마스크를 쓴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연준의 파격적 조치에도 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에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급락했다. 당장 연준 발표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은 4%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연준이 아시아 주식시장의 개장을 고려해,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결정했지만 국내 코스피 시장을 비롯 아시아 시장의 주가 반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16일 오후 2시 53분 기준 코스피 시장은 전 거래일 대비 1.74% 하락한 1740.91을 기록했고, 일본 니케이 225도 전일 대비 1.21% 하락한 17,220.31을 기록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전격적인 통화 완화에도 금융시장 불안감은 오히려 확대됐다"며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불안의 원천인 기업 신용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연준의 목표는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 금융회사가 기업에 자금을 수혈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미 금융시장은 불안에 휩싸여 취약한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당장 필요한 것은 기업 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연준의 직접적인 조치"라고 봤다.

최근 시장에서는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시행했던 ‘양적완화’를 넘어 연준의 매입 자산 범위를 대폭 확대한 '질적완화' 수준의 전격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회사채 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전면적인 금융위기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질적완화는 연준의 매입 자산 범위를 미 국채, MBS, 정부기관채 등을 넘어 일본 중앙은행(BOJ)과 같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및 주식(ETF)등까지 확대해 시장의 자금 경색을 강력히 차단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준이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설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의회에 매입가능한 자산 확대를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도 부정하며 우선은 재정정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자산 매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선 의회의 결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개인 및 소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을 연준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재정정책이 보다 특화된 지원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파격 대응’에도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 연준이 마지막 카드로 질적완화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당초 기대했던 회사채·CP 매입이 발표되지 않아 발표 직후 나스닥 선물이 3% 이상 하락했다"고 분석하면서 "금융시장이 계속 안정되지 않는다면 연준이 회사채·CP 매입 등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뒀다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일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동요하는 금융시장에 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액을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의 자금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발행하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의 매입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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