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보여준 산업부의 경청하는 태도에 감동했지만 청와대 앞 집회는 신청
“청와대 앞 시위 불허될 것으로 본다…상황 위중해 조속히 문제점 해결 희망”

산업부와 중소발전자회사의 비공개 간담회가 11일 열렸다. 중소발전사업자들은 산업부의 경청하는 태도에 감동을 느끼면서도 처한 상황이 위급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간담회 모습. <사진=안희민 기자> 
▲ 산업부와 중소발전자회사의 비공개 간담회가 11일 열렸다. 중소발전사업자들은 산업부의 경청하는 태도에 감동을 느끼면서도 처한 상황이 위급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간담회 모습. <사진=안희민 기자>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중소태양광발전사업자들의 사업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 등 유관부처에 읍소도 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도 진행하는 등 사업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고통의 근원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1. 고통의 근원…균형 깨진 SMP와 REC

중소태양광발전사가 겪는 고통의 근원은 전력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와 공급인증서(REC)이 급락 간 작용하던 균형이 깨져서다. 전기연구원이 처음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설계할 때 이윤율 8%를 보장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식은 SMP 가격이 떨어지면 REC가 오르고 REC가 떨어지면 SMP가 오르는 식이다. 최근 이런 공식이 깨졌다. SMP와 REC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있다.

업계는 원인을 태양광판매사업자가 급속히 늘어났지만 이를 구입할 발전사들의 의무공급 비중의 성장세는 우보(牛步)인 현실에서 찾는다.

에너지공단이 매년 공개하는 신재생에너지보급 통계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의 경우 2015년 1.1GW 보급됐는데 2016년 0.9GW로 잠시 주춤하더니 2017년 1.36GW, 2018년 2.36GW를 돌파하고 2019년 3.1GW 보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산업부가 2020년 발전사들의 재생에너지 할당비중은 발전량 기준 7%에 불과하다.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에 태양광의 REC 가격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발전업계는 LNG발전이 늘어난 점도 중소태양광발전사업자가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로 보았다. LNG발전소가 늘어나며 SMP 가격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에너지세제를 개편하며 연료 석탄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고 LNG에 대해 세금 혜택을 덜 주며 LNG발전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LNG발전소는 과거 첨두부하 역할을 담당해 SMP 가격과는 무관했는데 그 수가 급증하자 SMP 가격 결정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REC 가격이 내려가는데 LNG발전소 증가로 SMP 가격까지 내려가니 중소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이중고를 겪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SMP와 REC는 상호보완적이었는데 현재는 가격이 같이 급락하고 있다. <그림=안희민 기자>
▲ 과거 SMP와 REC는 상호보완적이었는데 현재는 가격이 같이 급락하고 있다. <그림=안희민 기자>

#2. 태양광발전만 강요받는 자유시장경쟁원리

과거 민간석탄발전사에서 일했던 또다른 업계전문가는 정부가 원전, 석탄발전, 태양광발전에 대해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발전의 경우 한국전력과 연결재무제표로 연결돼 있고 손실을 일부 한전이 떠안기 때문에 손해를 볼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예시로 든 대표적인 제도가 정산조정계수이다. 한전은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발전자회사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업계전문가도 한전이 재무적으로 발전자회사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든 예시는 배출권 거래제에 드는 비용이다. 그는 “한전은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댓가로 2019년 6565억원을 부담했다”며 “한전이 발전자회사의 배출권 거래제 참여 부담의 80%를 떠안은 결과”라고 밝혔다.

원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굳이 언급할 필요없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자력계의 모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폐로 사업을 비판하며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거주한다는 이유로 그간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3000억 원이 원전 폐로 사업으로 인해 끊긴다면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 명목으로 원전과 석탄발전소 주변지역에 거액을 지원하고 있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예산은 이 항목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풍력과 태양광에도 지원하지만 예산규모는 원전, 석탄발전에 비할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가 통해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예산안에 다르면 정부는 발전소주변지역 기본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원자력발전소 7곳에 457억1400만원을 요구했다. 석탄발전소의 경우 총 25곳을 지원했는데 유연탄발전소의 경우 497억2800만원, 무연탄발전소의 경우 10억5800만원을 요구했다. 46곳의 가스발전소의 경우 127억4600만원을 요구했다. 반면 지원대상이 335곳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10MW 이하 발전소에 50억8000만원, 10MW 초과 지원소에 21억6000만원이 요구됐다. 기타 요구액으로 11억6800만원이 있다.

석탄발전과 원전과 달리 태양광발전의 경우 완전경쟁체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REC 경쟁입찰에 경매 제도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전문가는 “과거 석탄발전소에 근무할 때 수익성 분석을 위해 전력거래제도를 살펴본 일이 있다”며 “정부가 석탄발전 지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경쟁원리만 강조하는 것은 명백히 불평등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2019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요구안 가운데 발전소주변지역 기본지원사업비 요구 근거 <표=2019 산업부 전력기반기금 예산요구안 캡처>
▲ 2019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요구안 가운데 발전소주변지역 기본지원사업비 요구 근거 <표=2019 산업부 전력기반기금 예산요구안 캡처>

#3. 태양광발전사업자 사업모델 다각화 원천봉쇄?

문제는 이러한 형편이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RE100 사업이 대표적이다.

각급 기업들이 필료로하는 전력수요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한 RE100 제도는 한국에선 절름발이 신세다. 일단 재생에너지사업자와 전력수요처 간 전력 직거래(PPA)가 불가능하다. 중국에서는 PPA제도가 도입돼 있어 수력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판매사업자와 전력 직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이 ‘태양전지·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를 도입할 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화두가 됐다. 수력 자원이 많은 중국에서 태양광 제조업자들이 수력발전소와 직거래를 통해 한국의 탄소인증제 허들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한국의 경우 PPA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도 한전을 매개로 참여할 수 있다. 중소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수요처와 직거래를 원하고 있다.

태양광판매사업자와 수요처 간 직거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태양광과 풍력이 간헐성이 있고 불안정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간헐성과 과잉전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햇빛이나 풍속에 따라 변화무쌍한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이 계통에 여과없이 흘러들어가면 계통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이미 정부는 재생에너지발전설비가 과전류를 생산하는 등 문제가 있을 경우 계통에서 자동으로 차단시키는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그리드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과잉전류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대책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전기요금체계에선 REC에 1을 초과하는 가중치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자가발전된 전력을 자가소비하기보다 한전에 판매하는 것이 더욱 이윤이 되게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상용자가발전이라는 개념이 있어도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발전이 전력판매에 매달린 나머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마이크로그리드의 성장이 요원한 상태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공단이 2019년에 발간한 신재생에너지보급통계에 따르면 2018년 태양광 누적보급량이 8GW에 이르지만 발전사업용이 7.25GW로 대부분이다. 산업시설에 설치된 태양광상용자가발전은 16.7MW에 불과하고 가정용 387MW, 공공시설 220.8MW, 교육시설 118.4MW에 불과하다. 제도가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을 ‘한전에로의 판매’ 일방으로만 몰고가는 셈이다.

정부, 특히 산업부도 노력하고 있다. 11일 서울에서 개최된 중소태양광발전사업자의 대표 격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산업부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산업부 주무부서 과장과 사무관,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 등이 참석해 업계의 애로를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도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답변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청와대 앞 시위를 위해 집회 신청서를 다음날 종로경찰서에 접수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처한 상황이 긴박하여 모처럼 보여준 산업부의 경청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집회신청을 냈다”며 “청와대 앞 시위가 불허될 것으로 보이지만 더 이상 피해가 나지 않도록 신속히 정부가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신재생에너지보급통계. 재생에너지 자가상용발전의 성장보다 전력 판매에 유리하게 마련된 현행 전기요금제계는 2018년 누적 태양광보급량 8GW 가운데 7.25GW가 판매용이라는 기형적인 태양광 전력시장 구조를 초래했다. <표=에너직공단 제시 데이터 재구성>
▲ 2018년 신재생에너지보급통계. 재생에너지 자가상용발전의 성장보다 전력 판매에 유리하게 마련된 현행 전기요금제계는 2018년 누적 태양광보급량 8GW 가운데 7.25GW가 판매용이라는 기형적인 태양광 전력시장 구조를 초래했다. <표=에너직공단 제시 데이터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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